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은 방위비 지출 확대와 집단방위 약속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지만, 러시아 전략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쟁점은 피해갔다. 트럼프는 회원국들의 충성에 만족감을 표했지만, 정상 성명은 전쟁 언급 없이 다섯 문단으로 축소되었고 우크라이나의 가입 약속도 빠졌다. 단기적으로는 동맹 결속을 연명했지만, 미국과 유럽 간 전략적 균열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나토의 기능은 흔들릴 수 있다.
서방 정치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후퇴가 정치적 재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책 변화에는 명분이 필요한데, 그럴 언어도 담론도 없고, 집단적 환상과 회피가 대세를 이룬다. 결국 ‘계속 파는’ 선택이 남는 유일한 길이며, 서방이 패배를 받아들일 지적 능력이나 상상력조차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이다.
러시아는 이란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 군사행동을 비판하며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이란의 불안정화를 경계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핵무기 보유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식 방식엔 반감을 드러낸다. 이란은 전략적 유연성이 부족한 반면 러시아는 다양한 외교 수단을 활용해 중동에서 실리를 취하고 있어, 양국 관계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이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까지, 최근 위기는 유럽의 구조적 에너지 취약성을 드러냈다. 석유 가격 급등과 탄소세 도입은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켰고, 러시아와의 단절로 유럽의 에너지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9%를 넘기며 1970년대 충격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미국과의 정책 불균형, 중동과 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유럽의 산업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 속에서 유럽연합의 ‘그린딜(Green Deal)’은 단지 기후 대응이 아닌 전략적 자립과 사회적 안정성을 위한 보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환이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킨다면, 이는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
군사 혁신은 개방성과 보안의 긴장 속에서 추진되며, 유럽 재무장은 이 균형을 재정립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 방산기업 ‘Globaldef’의 사례 연구는 민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성공적 협력을 위해서는 ‘적응형 기밀 관리’ 접근이 필요하며, 법률 중심의 폐쇄적 모델에서 전략적이고 유연한 정보 관리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6월 25일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태도 때문에 단 하루 회의와 하나의 의제로 축소됐다. 유일한 안건인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상향’ 합의는 트럼프를 달래기 위한 조치다. 유럽은 미국 없이 나토를 유지할 수 없지만, 미국은 더 이상 동맹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나토는 위기 속에서 간신히 연명하겠지만, 동맹이 방어해야 할 ‘주요 위협’을 놓고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수명은 길지 않을 수 있다.
루마니아 유권자들은 2025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조르제 시미온(George Simion)을 제치고 친유럽 성향의 수학자 니쿠쇼르 단(Nicușor Dan)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는 루마니아 사회 다수가 여전히 민주주의, 다원주의, 친EU 가치를 지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단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의회, 경제적 위기, 국민의 불신과 같은 중대한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개혁과 성과 없이는 상징적인 승리 이상의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2025년 5월 폴란드 대선에서 보수 민족주의 후보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며, 유럽 자유주의 진영이 폴란드에 기대했던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환상이 무너졌다.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의 시민연합(KO) 정부는 자유주의적 신화를 내세우며 집권했지만, 사회개혁은 지체됐고 오히려 반이민, 우파적 조치들이 강화되었다. 나브로츠키는 반이민 정서를 중심으로 ‘보통 사람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며 대중의 분노를 흡수했고, 이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인 우경화 흐름의 일환이었다.
6월 7일 로마에서는 약 3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려 가자지구 전쟁 중단과 이탈리아 정부의 침묵에 항의했다. 민주당 엘리 슐라인 대표를 포함한 야당 인사들이 주도한 이번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학살 중단, 공모 중단'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평화롭게 행진했다. 시위대는 즉각적인 휴전, 인도적 지원,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이스라엘 지도부 책임 추궁을 요구하며 "또 다른 이탈리아"를 외쳤다.
EU는 러시아의 ‘그림자 유조선 함대’를 겨냥한 제17차 제재로 발트해와 지중해에서 직접적인 해상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에스토니아와 스웨덴의 선박 압류 시도는 칼리닌그라드 봉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이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이 조치에 휘말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참전과 유럽과의 분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