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 일본 니토덴코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사측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4호를 위반해 '지배·개입 및 단체교섭 거부'를 했다는 이유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해 온 회사로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이었다. 2022년 10월 구미 공장의 생산동이 화재로 전소된 이후 회사는 법인 청산을 통보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93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야 했고 이에 저항한 17명의 노동자는 정리해고를 당했다. 현재 이들 중 7명의 해고 노동자가 한국옵티칼 생산물량을 넘겨받은 한국니토옵티칼(이하 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혜 씨는 6월 30일 기준, 540일째 고공농성을 하면서 불탄 구미공장 옥상을 지키고 있다.
불탄 구미공장 옥상을 지켜온 박정혜·소현숙 해고 노동자.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는 지난 18일 니토덴코 및 한국옵티칼, 각 회사의 대표이사와 노무관리 담당자를 상대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데 이어, 26일에는 니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니토옵티칼과 해당 법인의 공동대표이사 2인을 추가 고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하기 전부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를 했다.
2022년 9월 사측은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에게 "회사 운영에 협조하지 않으면 니토덴코가 폐업할 것"이라며 노조를 "협박"했다. 앞서 같은 해 1월 회사는 일본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 "금속노조 선동에 휘둘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에는 언제라도 니토 그룹은 중국 법인의 생산물량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이전해 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조기에 폐업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본사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노조는 이 같은 행위가 "폐업을 무기로 노조의 굴복을 강요한 겁박"이라면서 "노조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배·개입’은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노조의 조직·운영에 간섭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노조법은 제81조 제1항 제4호에서 이를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사측은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거부로 일관해 왔다.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역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옵티칼이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회사를) 분할, 합병, 양도할 때"에는 "조합원의 고용 및 근로조건 변동, 단체협약 변동에 관한 사항"을 "노사 동수로 구성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단체협약은 법인 청산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효력을 유지함에도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묵살"했다. 본사 니토덴코의 대표이사가 "청산 종료 시까지 절대로 대화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확인됐다. 노조는 청산 이후에도 한국옵티칼의 사업이 니토옵티칼을 통해 지속되고 있기에 니토옵티칼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현재까지 노조의 대화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폐지"하고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노동조합을 와해시켜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고 나서 "기업 재개 등으로 예전의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로 "불법행위"라 판결한 바 있다.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화재 직후 홈페이지에 "다른 현장에서 대체 생산을 통해 고객에 대한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 공지했다. 실제 한국옵티칼 청산 이후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의 생산 물량을 흡수한 니토옵티칼은 막대한 이윤을 거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니토옵티칼의 매출은 지난해 3월 기준 1조 946억 원으로 전년(9,715억 원) 대비 1,231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378억, 2023년 44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는 566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한국옵티칼의 물량이 이관되기 전 10% 안팎이던 영업이익 증가율은 이관 후 29%까지 급증했다.
'옵티칼 희망텐트' 현장에서 연대 시민과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참세상
금속노조는 29일 고소 사실을 밝히면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벌어진 일은 명확한 부당노동행위"로, "외국인 투자 자본은 뿌리 깊은 노조 혐오에 기인해 한국옵티칼을 정리하고, 니토옵티칼에서 ‘민주노조 없는 사업 계속’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관련 판례가 있는 만큼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용자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7일에는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청구 기각 판결이 나왔다. 노조는 "재판부의 판결은 외투자본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하며 즉각 항소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