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대책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진짜 열쇠를 열자, 사회공공성 강화로 평등을!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은 시장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고, 모두의 평등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가장 유력한 길이라고 제안하는 사회단체들의 모임입니다. 행진단은 기획연재 <공공성으로 평등하자>를 통해 우리에게 기후위기란, 공공성이란, 평등이란 무엇인지 참여 단체들의 목소리를 나눕니다. 경쟁과 이윤 논리에 잠식당한 ‘공공성’의 진의를 민중의 이름으로 탈환하기 위해,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향해, 927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납시다!

 

현재 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 사태를 비롯해 여름 내내 반복된 폭염과 폭우, 그리고 지난 봄 발생한 영남 산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기후재난은 많은 이들의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나, 아직 피해를 당하지 않은 이들 역시 언젠가 재난의 습격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고, 갈수록 거세지는 기후재난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재난 예측 시스템 개선’에 앞서 ‘재난에도 안전한 체제’를

기후재난에서 모두 함께 안전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재난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경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침수방지시설과 같은 인프라를 보강하면 괜찮을까. 물론 재난 대응·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 이와 더불어 주거와 에너지, 의료, 돌봄, 교통 등 사회 필수서비스 영역의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기후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의 장소가 된 ‘집’ 문제를 생각해 보자. 지난 2022년 서울 반지하 주택 침수 참사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침수 위험이 큰 거처에 머물고 있다. 이런 재난 취약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주거의 공공성 강화가 곧 기후재난 대책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또 노후주택의 단열 성능과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공공 주거환경 개선 사업 역시 폭염과 한파로부터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재난안전대책이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기관은 여러 기후재난 상황에서 재난의료를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신종 감염병 출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는 점에서 감염병 위기 역시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민간병원이 외면하는 확진자 격리·치료를 공공병원이 주로 담당했던 것처럼, 감염병 대응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공공의료를 확충·강화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기후재난 대책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17일, 공공의료·공공돌봄 강화를 내걸고 파업에 나선 병원 노동자들. 의료연대본부 제공

사회공공성 강화는 재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모두의 근력

이처럼 사회 공공성 강화는 기후재난의 직접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공공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해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듯이, 경제적 이윤보다 사회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공주택, 공공병원, 공공교통, 사회서비스원 등도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사기업도 수익성이 기대된다면 친환경 기술 개발과 도입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윤의 논리에 따르면 약도, 집도, 돌봄도 필요한 사람의 손에 도착하지 않는다. 실제 삶의 필요보다 자본의 필요를 더 좇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민중이 주체로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필수 사회서비스가 보편적으로 보장된다면 지속불가능한 반생태적 생산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단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재화와 서비스의 사용가치를 시장가치에 종속시키는 ‘상품화’에 저항하는 것이 바로 공공성 강화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넘어 기후위기의 원인, 과잉생산과 상품화에 저항하자

예컨대,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공공병원을 확충·강화하여 기후재난 피해를 예방하고 친환경 병원으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의료의 탈상품화를 통해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현하는 가운데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일부 서비스가 ‘불필요’하게 과잉생산·이용되는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주거의 공공성 강화 또한 그렇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주거약자를 보호하고 친환경 건축을 촉진할 뿐 아니라, 주거의 탈상품화를 통해 보편적 주거권 보장을 실현하고 아울러 자본의 필요 때문에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함으로써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교통의 공공성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부 전기차로 바꾸더라도 배터리 생산·폐기에 따른 환경 부담과 교통체증, 소음, 사고 위험 등은 여전히 남는다. 수년 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시민들은 적극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개인 차량의 도심 접근 제한과 대중교통 요금 인하, 녹지 공간 확대 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교통의 탈상품화 실천은 탄소배출 감소와 정주여건 개선, 교통약자의 이동권 강화라는 ‘정의로운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듯 사회 공공성 투쟁은 기후재난 피해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지속불가능한 생산-소비 체제에 맞서는 방식으로 필수 사회서비스 영역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정의운동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9.27기후정의행진에서 ‘평등으로 가는 공공성’ 행진단에 함께해야 할 이유다.

덧붙이는 말

정성식은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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