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PPE 2025: 이민과 세계 질서

국제정치경제진흥이니셔티브(IIPPE)의 2025년 학회가 최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렸다. IIPPE는 2006년에 설립되었으며, “정치경제 자체를 발전시키고 촉진하는 동시에 주류 경제학대안적 비주류 경제학학제적 접근그리고 진보적 정책 수립에서 진보적 운동 지원에 이르는 폭넓은 의미의 활동과의 비판적·건설적 교류를 통해 정치경제를 발전·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IIPPE의 목적은 특히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이지만 이에 한정되지 않는 정치경제학을 발전시키고 촉진하는 것이다.

나는 앙카라 학회에 직접 갈 수는 없었으나, IIPPE 중국 워킹그룹이 조직한 온라인 세션 몇 개에 참여했고 한 세션에서 발표도 했다또한 본 학회에서 참가자들이 발표한 일부 논문을 구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중 일부 논문에 대한 견해를 말할 수 있다.

올해 학회의 주요 주제는 이민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위기”(Immigration: Crisis of the World Capitalist System, Crisis for the World Capitalist System)였으며이에 대한 본회의 연설자는 웨스트민스터대학교의 해나 크로스(Hannah Cross)였다해나 크로스는 2021년에 ⟪자본주의 너머의 이민⟫(Migration Beyond Capitalism)라는이민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담은 중요한 저서를 썼다.

그 책에서 크로스는 세계적 이민이 값싼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필요에 의해 주도된다고 주장했다이민은 임금을 낮게 유지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예비 노동군(reserve army of labour)’을 제공하기 위해 장려되었다또한 이민은 일자리를 찾아 자국을 떠나는 노동력(대체로 더 높은 교육을 받은 숙련된 노동자들)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결과를 낳았는데이는 이른바 두뇌 유출이었다.

크로스는 저서에서 이주 연구를 활용해 국경 체제가 전체 이민 규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이민 규모는 주로 이주민 출신국의 조건과 수용국의 노동시장 기회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또한 어떤 지역의 이민 규모와 반이민 정서 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오히려 반이민 정서를 일으키는 것은 국경 체제의 강화라고 주장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앞으로 10년간 이민은 가속화될 것이다이는 토착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사이의 모순을 심화시킬 것이므로민족주의적·인종주의적 태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크로스는 자본주의하에서 노동자 분열에 물질적 기반이 있는 것처럼노동자 단결에도 물질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리고 그 물질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다시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다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공동의 문제와 투쟁을 안겨주며이러한 투쟁은 종종 국경을 넘어 공명을 일으킨다남반구에서 제국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 북반구에서 이주를 위한 국경을 종식시키는 전제 조건이다.

이민에 관해서는 할 말이 훨씬 더 많으며, IIPPE에서는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여러 편 있었으나 나는 모두에 대해 논평할 수는 없다그래서 이제 중국 문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IIPPE 내 중국 워킹그룹은 본 학회 이전에 일련의 워크숍 발표를 열었고 학회 본 세션에서도 발표를 진행했다그중 하나의 워크숍 주제는 중국은 제국주의가 아니다였다이는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쟁점이며많은 이들(대부분?)은 중국을 자본주의이자 제국주의라고 간주한다이 문제 역시 중국 세션에서 토론되었다.

나는 레닌의 제국주의 핵심 범주에 근거해 중국이 제국주의인가 아닌가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특히 제국주의 국가들이 직접적인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무역을 지배하는 독점 기업들과 자본 수출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글로벌 사우스라고 부르는 민중을 착취하는 경제 지배로 이동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내 논문에서 나는 이른바 글로벌 노스의 자본이 글로벌 사우스의 자본과 노동으로부터 잉여 가치를 전이하는 네 가지 방식을 주장했다첫째국제 무역(불평등 교환)을 통한 가치 이전둘째이윤·이자·배당의 국경 간 유입셋째해외 직접투자의 유입과 축적넷째순대외자산에서의 초과 수익(excess yield)’이다여기서 모든 점을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논문 참조).

주변부 주요 경제국(중국 포함)은 무역과 자본 흐름을 통해 제국주의적 북반구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이전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 비약적으로 부상하면서 국제 무역에서의 가치 손실을 점점 줄이고 심지어 반전시키기도 했다그러나 한 연구가 보여주듯이중국이 국제 무역에서 순 손실국에서 순 이득국으로 전환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높은 투자와 기술 발전즉 자본 구성의 상승 덕분이었다따라서 내 결론은 중국이 아직 제국주의 경제로 분류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세션에서 중국과학원(CAS) 지리과학·자연자원연구소(IGSNRR) 방문교수인 믹 던포드(Mick Dunford)는 중국이 제국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역사 속에서 가장 혹독하게 착취당하고 유린당한 국가 중 하나였다는 역사적 발전을 잊고 있다고 주장했다제국주의란 자본이 단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군사적으로도 자신의 경계를 넘어 주변부를 지배하려는 체제였는데이런 정의에 따르면 중국은 제국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세션에서 브라질의 에스터 마제로위츠(Esther Majerowicz)는 반대로 주장하는 듯했다그는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이며글로벌 사우스로부터 이윤과 자원을 제국주의적 방식으로 착취하고 있으며실제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맞서는 주요 제국주의적 경쟁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듯했다그의 주장은 에데밀손 파라나(Edemilson Parana)와 함께 편집한 2024년 저서 ⟪현대 자본주의 속의 중국⟫(China in Contemporary Capitalism)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든여러 다른 논문들이 중국이 산업 발전뿐 아니라 첨단 기술 부문에서도 이루어낸 엄청난 진보를 설명했다이는 특히 전 세계로 대량 수출되고 있는 전기차와 태양광 장비 생산에서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이 글에서 중국과 그 발전 성격에 관한 수많은 논문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으니흥미로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발표들로 넘어가겠다러시아 플레하노프 경제대학교의 올렉 코몰로프(Oleg Komolov)는 <불평등 교환과 세계 경제에서의 러시아의 위치>(Unequal Exchange and the place of Russia in Global Economy)라는 논문을 발표했다나는 이번 발표문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코몰로프의 이전 논문은 2010년대 러시아 경제가 민간과 공적 경로를 통해 지속적인 순자본 유출을 겪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이로 인해 루블화가 평가절하되었고에너지와 자원 수출은 증가했지만 러시아 경제의 광범위한 성장은 억제되었다그래서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에서 주변부의 일부로 남았다내 견해로는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모델을 유지하고 있지만자본 통제가 유출을 막고 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 법칙에 관한 흥미로운 세션도 있었다에킨 데이르멘지(Ekin Değirmenci)는 1988년부터 2020년까지 튀르키예 제조업에 적용된 마르크스의 법칙에 대한 분석(Marx’s law as applied to Turkish manufacturing from 1988 to 2020)을 발표했다. 그는 튀르키예 제조업의 이윤율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8년까지 상승했지만 그 이후로 하락했다고 밝혔다내게는 이것이 모든 주요 경제국들의 추세와 일치해 보였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후반까지 상승했다가, 2010년대 말까지 하락하는 흐름이었다그리고 마르크스를 따르며데이르멘지는 이윤율 하락 압력이 자본의 유기적 구성(자본 집약도)의 상승에서 비롯되었으며이에 대한 주요 반작용 요인은 잉여가치율(노동 착취)의 상승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제조업이윤율은 전반적으로 약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1998년 이후로는 하락세였다.

루이스 아르볼레다스-레리다(Luis Arboledas-Lérida)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견해즉 지식은 교환에서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지 않으므로 지식 상품의 소유자가 얻는 가치는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전유된 것이 아니라 단지 독점 지대(monopoly rents)’를 통해 얻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훌륭한 비판을 제시했다레리다는 이른바 지식 지대(knowledge rents)’ 이론이 지식에 대한 전적으로 비현실적인 개념을 전제하고 있으며경제학 범주인 지대(rent)’를 마르크스적 틀이나 마르크스의 지대 분석과는 전혀 관련 없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이 이론은 실제로 주류 신고전파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독점 지대 이론에 대한 비판은 이전에도 A.K. 노리스(AK Norris)와 타보 에스피노사(Tavo Espinosa)가 제기한 바 있으며아르볼레다스의 논문은 그가 HM 2024 학회에서 제기했던 비판을 재차 강조한 것이었다.

또한 화폐 축적세계 화폐암호화폐를 다룬 흥미로운 세션도 있었지만나는 이 논문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그리고 앙카라 중동기술대학교(Middle East Technical University)의 갈립 얄만(Galip Yalman)이 주재한 패권적 장치로서의 중앙은행에 관한 본회의 세션도 있었다중앙은행의 역할은 현재 주류 경제학 내에서 뜨거운 주제인데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장악하고 그 독립성을 종식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견해로는 중앙은행은 금리통화 공급을 통제하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적 조언과 결정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중립 기관이 결코 아니었다중앙은행은 은행 부문이 붕괴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를 계속 윤활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 만들어졌다. 1945년 이후중앙은행은 (큰 성과는 없었지만) ‘경제 관리’ 기구로 변모했으며신자유주의 시기에는 금융자본의 이해를 위해 좌파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IIPPE에는 이 짧은 글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많은 논문과 세션들이 있었다그러나 IIPPE 프로그램을 살펴보고흥미로운 논문의 저자들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처] IIPPE 2025: immigration and the world order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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