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직원’에서 소속기관으로…건보 고객센터 6년 투쟁 결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노사전문가협의체 본협의를 마무리했다. 20년 가까이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건강보험 대국민 상담업무를 해온 노동자들의 소속기관 전환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노사전문가협의체 최종 본협의를 열고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주요 사항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노사전 합의 뒤 3개월 안에 소속기관을 설립하고 10개월 안에 개소를 추진한다.

고용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도 합의했다. 수습 임용은 별도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인 근무 기록을 기준으로 하고,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전환 시 연차휴가 15일을 일괄 부여해 사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상담노동자에게는 경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별도 수습제도를 적용하되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으면 고용을 보장하고, 연차휴가 승계에 따른 불이익을 보완해 차별 없이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개인별 차등 성과급인 인센티브 폐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번 합의까지는 6년이 걸렸다. 정부가 20192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에 해당하는 민간위탁 정책방향을 발표한 뒤 고객센터 업무 운영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됐다. 2021년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세 차례에 걸쳐 100일 동안 총파업을 벌였고, 같은 해 10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고객센터 업무를 공단이 직접 수행하는 소속기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채용 방식과 정원, 노동조건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환은 장기간 지연됐다. 공단은 일부 노동자에 대한 공개경쟁 채용과 시험 등을 요구했고, 지부는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훼손하는 방안이라며 반발했다. 2023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72일간 네 번째 총파업이 이어졌고, 2025년에도 다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투쟁은 계속됐다. 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54일간 천막농성을 벌인 데 이어 올해 2월 다시 총파업에 들어갔고, 지부장 단식도 진행했다. 3월에는 수습 임용과 연차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간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서 파업을 종료했지만, 이후 공단이 최종 타결을 미루면서 협의가 다시 수개월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를 “20년 동안 공단의 필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 온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간접고용의 사슬을 끊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객센터 소속기관 전환이 다른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자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다만 소속기관 전환 합의가 투쟁의 마침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름만 소속기관으로 바뀌어서는 노동자들의 삶이 달라질 수 없다며, 향후 후속협의에서 합리적인 임금체계 마련과 복지제도 격차 해소, 공정한 승진·평가 기준 확립 등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특히 고객센터 업무를 직접 수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공단이 직접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노사 합의 이후에도 전환 절차가 지연된 만큼 소속기관 설립과 채용 일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감정노동 보호와 현장 노동조건 개선 등 전환 이후의 일터 안전과 노동권 보장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 역시 소속기관 전환과 원청교섭을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고객센터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부는 소속기관 전환을 이행하는 동시에 원청교섭을 통해 공단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속기관 전환 논의를 중재해 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만큼 공단이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을 놓고 빠른 시일 안에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말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