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붐,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분배다

정기적으로 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내가 AI가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끌어올리고, 그 결과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는 점을 알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상황을 과거에도 이미 겪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실제로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했던 시기가 오랫동안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 대량 실업이나 불평등 심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회 전반이 번영의 과실을 폭넓게 나눴다. 당시에는 불평등이 아니라 평등을 촉진하는 제도와 법적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정책 논의의 상당 부분은 마치 생산성을 빠르게 높이는 기술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처럼 전제하기 때문이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은 결국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1947년부터 1973년까지 생산성은 연평균 약 3.0% 증가했다. 그러나 대량 실업이 발생하기는커녕 대다수 국민의 임금과 생활수준이 빠르게 높아졌다.

앞으로 10년 동안 AI가 연평균 3.0%의 생산성 증가를 끌어낸다면 매우 인상적인 성과일 것이다. 설령 그보다 더 빠른 증가를 끌어낸다 해도, 적절한 제도적 틀만 갖추면 그 이익을 사회 전체가 폭넓게 나누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금기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가 이보다 더 빠른 생산성 증가를 경험했다. 이들 국가 역시 번영의 과실을 폭넓게 나눴다. AI가 정말 전례 없는 호황을 만들어낸다 해도, 그 혜택을 널리 공유하도록 경제를 설계하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과거에 실제로 그렇게 해봤기 때문이다.

출처: Unsplash+, Getty Images

핵심 제도: 노동조합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폭넓게 나누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제도는 노동조합이었다. 1950~1960년대에는 민간부문 노동자의 약 3분의 1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었다. 노동조합은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자도 더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통해 그 성과를 나눠 갖도록 했다. 오늘날 민간부문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비율은 6%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생산성 증가에 맞춰 임금을 올릴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진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노조 조직률이 급락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갑자기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대변할 조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법과 제도를 의도적으로 바꿔 노동조합이 조직하고 효과적으로 교섭하기 훨씬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마도 1947년에 통과된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이었을 것이다. 이 법은 계약의 자유를 크게 제한해 기업과 노동조합이 더 이상 노동조합의 대표를 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대표 비용을 내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했다. 이 제도는 오해를 부르는 노동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결국 대부분의 주에서 일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해 회비를 내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무임 승차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유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여기에 노동자의 권리를 집행하는 기관인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도 사용자의 법 위반을 다루는 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 다른 법 영역에서는, 예를 들어 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명확하고 심각한 법적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기업이 노동조합 조직을 이끈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법을 위반해도 처벌은 미미하다. 심각한 불이익이 따르지 않으니, 기업은 법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조합 조직을 막는 데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노조 조직률 하락이 기술이나 노동자들의 취향 때문이 아니라 법과 제도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문화와 경제가 매우 비슷한 캐나다는 지난 반세기 동안 노조 조직률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싶다면 캐나다와 비슷한 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정책은 첫 단체협약에 대한 중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많은 노동조합은 첫 단체협약조차 맺지 못한다. 기업이 진지하게 협상하기보다 시간을 끌기 때문이다. 중재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기업은 성실하게 협상할 실질적인 유인을 갖게 되고,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결국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

1937년부터 1968년까지 최저임금은 생산성 증가와 거의 같은 속도로 올랐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임금 분포에서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대량 실업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1968년 실업률은 4.0% 미만이었다.

최저임금이 이후에도 생산성 증가와 같은 속도로 올랐다면 오늘날 시간당 거의 28달러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 중위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직접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또 다른 20~30%의 노동자도 파급효과를 통해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조치 하나만으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심화된 불평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더 짧은 주당·연간 노동시간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떠드는, 이른바 위대한 지성들의 주장 가운데 가장 답답한 점은 주당 노동시간이나 연간 노동시간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최대한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다. 15천만 명이 주 40시간씩, 1년에 50주 일하는 경우의 총노동량은 3억 명이 주 20시간씩, 1년에 50주 일하는 경우와 같다. 고위급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계산조차 너무 단순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1937년 공정근로기준법을 통해 주 40시간 노동제를 표준으로 만들었다. 거의 90년 전의 일이다. 만약 AI가 정말 엄청난 생산성 호황을 가져온다면 주당 노동시간을 36시간, 32시간, 또는 그보다 더 짧게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른 모든 부유한 나라가 이미 하고 있듯이 법정 유급휴가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주당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일수를 줄이면 더 많은 노동자에게 일을 나눌 수 있다.

AI 생산성 증가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날지도 확실하지 않은 AI 생산성 호황의 후폭풍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국의 이른바 위대한 지성들이 고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다. 생산성 증가의 과실을 사회 전체가 폭넓게 나누게 하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다. 새로운 해결책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 엘리트들에게 역사 공부를 조금 시키면 된다.

소득을 위쪽으로 재분배하도록 설계한 정책도 이제 중단해야 한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보호기간과 강도를 계속 확대하는 법, 사모펀드에 유리한 파산법, 그리고 페이스북과 엑스 같은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불평등을 되돌리고 번영의 과실을 폭넓게 나누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이미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위대한 지성들이 손을 비비며 마치 답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척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출처Dealing With the AI Productivity Boom: We Do Know How to Share the Wealth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