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와 결합한 것은 2기 집권의 큰 놀라움 중 하나였다. 워싱턴이나 트럼프의 영국 및 걸프 방문에 몰려드는 아첨하는 기술 재벌 무리를 설명하려면, 이념 수준이나 개인적 탐욕 같은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동기는 하이퍼스케일링이라는 표현에 담긴 엄청난 기술 변화와 자본 축적의 압도적 추진력에 비하면 약하다. 하이퍼스케일링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거대한 수조 달러 규모의 확장 구축을 뜻한다.
MAGA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모두 “지금이 아니면 언제인가?” “지금이 아니면 절대 없다!”라는 모드에 있다. 기술적·산업적 당위와 정치적 모멘텀이 불길하게 겹치면서 강력한 편의적 동맹이 형성되었고, 양측은 트럼프 2기 임기라는 시간 지평 속에서 미래를 쟁취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전 명성이 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와 제휴한다는 것은 퍼즐처럼 제기된다. 그러나 그것을 기술의 덕성이나 애플의 멋진 외형 같은 고유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착각이었다. 실제로 그 정렬은 미국 서부 해안 정치, 기술 노동력의 사회학과 문화, 가장 영향력 있는 고객 집단의 태도에서 비롯된 더 평범한 기원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그 정렬은 실제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더 넓은 의미에서 기술 생태계의 정치가 전환되었다.
이 변화를 진단할 때, 캘리포니아 기술-비즈니스 생태계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전에도 <차트북>에서 일론 머스크, MAGA, 그리고 트럼프식 미래주의에 대해 쓴 적이 있다.(트럼프의 미래주의, 머스크의 ‘우주 쓰레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팔란티어나 안드리센 같은 벤처캐피털류의 소규모 기술 기업들은 실리콘밸리 하위층의 산업적·이념적 이해관계라는 미시적 기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팔란티어의 과대평가는 우리 시대의 믿을 수 없는 산물이다. 나는 2024년에 밴스-안드리센 연결에 대해 쓴 바 있다. (벤처 투자자들이 지지하는 트럼프-밴스)
이러한 하위 문화들은 현재 인공지능 지배를 추구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하드웨어 쪽의 엔비디아 지원을 받으며 전 세계에 견줄 데 없는 거대 기술 기업들이다. 기술적 정교함, 물리적·재정적 규모, 긴급성 모두가 압도적이다.
나는 앞으로 글과 팟캐스트에서 보다 직접적인 경제적·기술적 차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여기서 저커버그가 “몇천억 달러를 잘못 썼다”(원문 그대로)라는 말을 무심하게 던진 것은 지금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ACCESS 1화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alexheath에게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메타 AI 초지능 연구원들은 마감일 없이 연구를 진행한다.
주류 언론은 “수천억 달러를 잘못 쓸 수도 있다”는 발언에만 집중하고, 핵심 메시지와 맥락은 놓치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 AI 인프라 투자를 메타에 있어 존재론적 문제로 보고 있다.
“위험은 다른 쪽[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것]에 더 크다. 만약 너무 느리게 구축한다면 … 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새로운 제품, 혁신, 그리고 역사상 가장 큰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자리를 완전히 놓치게 되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메타를 AI 최전선에 유지하기 위해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언론의 추측, 억측, 그리고 메타가 AI 투자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들은 명백히 틀린 것이다.
바로 그 압도적인 규모가 2025년 비즈니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미국의 선도 기술 기업들은 AI 역량 구축에 전례 없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출처: FT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큰 투자 붐 중 하나를 목격하고 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이는 서방에서 우리가 목격한 유일한 투자 붐으로, 중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자본 투자 규모에 필적한다.
논객들은 문화적·사회적 결과 면에서 인공지능이 과거 범용 기술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며, 어쩌면 인쇄술이라는 문화적 기술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카메론 아바디(Cameron Abadi)와 나는 지난주 팟캐스트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다루기 위해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미니 시리즈를 시작했다.
인공지능 게임에 깊숙이 뛰어든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누가 지배적 플레이어로 부상할지를 두고 의견을 오간다. 기존의 거대 기업들이 AI 유틸리티를 제공하며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신흥 기업들이 될 것인가? 그러나 지금 당장은 컴퓨팅 파워에 대한 거대한 투자 급증과 알고리즘을 개발·훈련하는 팀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힘이 그 자체로 기술적·상업적·정치적 당위를 형성한다.
물론 트럼프와는 긴장과 모순이 있다. 그의 정책 선호가 동화, 기분, 허영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없을 리가 없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긴장은 전력 문제일 것이다. 트럼프의 재생에너지 거부는 비즈니스나 기술적 관점에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인공지능 추진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기보다는 비용을 다소 늘리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풍력 발전 부족 때문에 길을 멈출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반면 트럼프는 상상력이 풍부하며, 바이든 시절 정책을 지배했던 세계의 이념적 분할에 얽매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에 있어 트럼프는 걸프 지역에 문을 열어주었다. 그곳에는 에너지가 풍부하다.
어쨌든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이런 문제는 세부 사항에 불과하다. 핵심은 정치 체제, 행정 국가, 그리고 법원이 기술이나 기업 자체를 공격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의 중요한 특징은 그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는 큰 이야기와 큰 숫자를 좋아한다. 깊이 뿌리내린 신념은 거의 없다. 전통 문화나 고급 문화의 의미와 같은 자유주의적 규범에도 애착이 없다. 그는 분명히 매수될 수 있으며, 재정적 특혜가 아니더라도 아부와 좋은 뉴스의 약속으로 충분하다.
트럼프의 백악관에 아부해야 한다는 것은 창피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재벌들도 대통령 집무실에서 주목받기를 원한다.—그것은 지불할 만한 작은 대가일 뿐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서사적이고 변혁적인 도약에 관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부 재정 자원은 충분하다. 더 필요하다면 돈은 흘러들어올 것이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쟁의 극단적 긴급성을 고려할 때, 워싱턴이 그들의 길을 가로막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결합은 역사적·시간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진정으로 불길한 우연에 의해 정의된다.
미국의 정치적·문화적 제도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2기 팀이 끝장을 볼 각오로 임하고 있다. 트럼프 집단은 장기적인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매일 싸우고 있다. 그들은 밴스를 통한 승계 계획과 장기적 정치·제도·문화적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 기업, 대학 등과의 상호작용에서 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신들이 이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입 다물고 순응하라. 살아갈 방식을 찾아라. 이것이 새로운 질서다. 우리가 미래다.”
그들이 이런 추진력을 쌓을수록, 더욱 위협적인 공격성을 드러낼수록, 그들은 반대파를 더욱 확실하게 위축시키며 이 새로운 현실의 신뢰성을 확립한다.
매튜 시걸(Matthew Segal) · 9월 17일
내가 다시 말하겠다:
내 생각에, 기업이나 기관들이 법이 자기들 편임에도 트럼프에게 굴복할 때, 그것은 법을 잘못 이해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사실상 미국이 법이 중요하지 않게 될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MAGA 변혁의 장기 프로젝트는 팔란티어 같은 이념적 선동가들의 요란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앞잡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세력들이다.
MAGA의 미국 국가 해체,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 H1B 비자 같은 이민 제도의 타격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와 기술 세력인 하이퍼스케일러들로부터 어떠한 진지한 저항도 직면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시간과의 싸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실패의 위험이나 미국 암울한 미래에 대한 쇠퇴주의적 이야기 같은 기존의 중기적 우려들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전체 미래가 지금, 바로 현재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절박한 긴급성”과 장구한 시간의 극적인 전망 사이에서, 중기적 미래의 중간 지대는 비워졌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앞으로 5년 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집단적 운명이 지금, 컴퓨팅 파워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광적인 축적 속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계는 수십 년 단위가 아니라 개월과 분기 단위로 움직인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규칙, 규제, 법률을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급진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늘 하던 상투적인 말들이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정치적 시간표가 너무 짧다는 것,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까지만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인내하는 자본”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가?
그러나 현재의 미국에서, 자본의 진짜 대포들은 결코 인내심이 없다. 미래는 내일모레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급진적 성급함이 게임의 이름이다. 기술 그 자체의 추진력과 기업 및 기술 집단 간의 거침없는 경쟁, 그리고 아마도 중국에서 비롯된 불투명한 위협—딥시크(deepseek)를 기억하라—이들 모두는 “짓고, 짓고, 또 짓는 것” 외에는 시간 여유가 없다.
인공지능 자본의 시간표와 정치적 일정이 겹친다는 것은 재앙적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과 MAGA 열성분자들이 실질적 사안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에 동의한다. 장기적 미래는 지금부터 2028년 사이에 정의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단순한 말이 아니다. MAGA는 미국 제도의 구조를 공격하고 있으며, 동시에 주요 기술 기업들은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도박을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불길한 우연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우발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MAGA와 하이퍼스케일링이 서로를 결정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깊고 유기적인 의미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편의적 동맹이다.
어쩌면 2023년쯤, 기술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규모를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은 몇 년 안에 미래를 구축하게 될 것이었다. 그들은 바이든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러나 주요한 문제는 2024년 선거 결과가 매우 불확실했다는 것이었다. 이 불확실성은 그들의 투자 일정에 극단적 긴급성을 위협했다. 그래서 그들은 위험을 분산하며 MAGA와 우파에 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는 산업 정책과 관련해 독자적인 아이디어가 거의 없고, 반독점에 대한 의지도 없으며, 세금 감면에 탐욕적으로 집착하는 행정부가 훨씬 편리했다. 물론 트럼프는 흥정과 특혜 제공을 좋아한다. 그는 거래를 즐긴다. 기술 기업들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 나머지는 약간의 아부와 순응·열정의 제스처로 무마할 수 있다. 이념적 장식은 팔란티어 같은 존재들에게 맡기면 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에도 이는 편리하다. 왜냐하면 하이퍼스케일링이 어떤 거대한 세계 산업 전략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이든의 스타일에 더 가까웠다. 하이퍼스케일링이 트럼프 행정부에 제공하는 것은 트럼프가 갈망하는 호황의 분위기다. 2024~2025년 겨울 강력하게 흐르던 “미국 예외주의”의 금융 시장과 비즈니스 내러티브는 DOGE와 “해방의 날” 관세의 충격으로 올해 초 큰 타격을 받았다.
하이퍼스케일링의 거센 추진력은 다시 호황의 분위기를 불러온다. 그것은 백악관을 만족시키고, MAGA 팀이 제도 파괴에 몰두하는 동안 사회 전반에 안일한 기운을 퍼뜨린다.
기술 거인들에게 인공지능이 집착이라면, 미국의 나머지 기업들에게 그것은 오히려 분산제이자 진정제 역할을 한다. 질리언 테트(Gillian Tett)가 말했듯이,
“많은 경영자와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인공지능 정책을 반기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트럼프가 성장을 내세우며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의 저성장·과도한 규제 모델을 점점 더 무시하는 미국 경영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인공지능 붐에는 또 다른 효과가 있다. CEO들이 굳이 트럼프의 이름을 꺼내지 않고도 투자자들에게 사업의 불확실성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은 최고경영진에게 최적의 주의 분산 수단이 되고 있다. 지금 인공지능은 경영진의 정신적 여유와 공적 발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트럼프 정책의 추한 면 같은 다른 문제들을 생각할 여지를 줄이고 있다. 말 그대로도, 또 비유적으로도 모든 대역폭(통신이나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편의적 동맹은 엘리트의 비판으로부터 MAGA 정치적 공세를 보호하는 더 넓은 의미를 띠게 된다.
현재 이것은 자기지속적 패권적 돌진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공지능 붐과 MAGA 공세 모두가 위험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중간선거가 나쁘게 흘러갈 수 있다. 밴스 승계가 폭발할 수도 있다. 정말로 망가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저커버그가 수천억 달러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그를 괴롭히며 되돌아올 수 있다. 만약 하이퍼스케일링이 단순한 과장이라면? 만약 새로운 딥시크 위협이 현실화된다면?
하이퍼스케일링-MAGA 동맹에는 두 파트너가 있으며, 각각 심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1차 근사로 우리는 미래 시나리오를 2×2 형태로 그려볼 수 있다.
나는 아직 그 네 개 상자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는 생각만 해도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만약 MAGA가 승리하고 인공지능이 약속한 돌파구를 실제로 제공한다면 이 편의적 동맹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혹은 인공지능 붐이 꺼져버린 폐허 속에서 가정된 민주당의 복귀는 어떤 모습일까?
어쨌든 이 조합들은 미래를 생각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할 수 있다. MAGA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오래 숨을 참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선택지들은 2026년만 되어도 굳어지기 시작할 수 있다.
[출처] Chartbook 410: Malign coincidence - MAGA & the moment of hyperscaling.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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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