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폐쇄 눈앞...노동자·지역사회 지킬 대안 있을까?

오는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를 시작으로 30년 이상 가동된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다. 수십년간 어렵게 지켜온 일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될 발전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깊어져 가는 가운데, 이들을 지켜낼 정부의 대책은 부재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답이 있을까? 현장과 지역의 당사자들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관련 지역 및 현장 증언대회. 참세상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및 확대 필요성에 대한 지역 및 현장 증언대회”를 열고 발전소 폐쇄에 대한 현장 노동자와 지역 사회의 고민을 나누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10차·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총 40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계획으로 수천 명의 발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발전소에 기대어 온 지역 경제가 무너질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의 일과 삶을 위한 실효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으로, 당장 올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와 내년 6월 하동화력 1호기의 폐쇄가 예정된 충남과 경남 지역 현장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불안은 나날이 깊어져 가는 한편,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대안이 희망의 불씨를 틔우고 있다.

“노동자는 어디로 가야하나”…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

국현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이날 현장 증언대회에서 자신이 일하는 곳이 “고 김용균 노동자와 김충현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그곳 태안화력발전소”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수차례 전력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도, 그에 따른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고 지적하며, “지금도 발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온갖 위험한 일, 힘쓰는 일, 지저분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노동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또한 “한전에서 운영하던 발전소들을, 정부가 5개의 발전 자회사로 쪼개고 다단계식 하청업체 구조를 만들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책임을 회피해왔다”면서 “얼마나 더 죽어야 비정규직 하청 구조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노동자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발전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라는 대재앙앞에 수십 년간 일해온 삶의 터전을 내려놓고, 발전소 폐쇄에 동의했다”면서 “노동자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제 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짚었다.

“고용 보장 없는 폐쇄는 살인”

김영구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하동지회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발전 노동자 고용불안과 지역사회 피해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십 여년간 폐쇄 계획과 경쟁 입찰 제도로 인한 불안을 견디며 일해”왔으나, 정부와 발전공기업들은 폐쇄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폐쇄를 명분으로 한 인원 감축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전 노동자의 고용 보장없는) 폐쇄는 살인을 뜻하고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죽음을 의미”함에도 “정부는 (폐쇄 관련) 지원을 하겠다는 보도자료만 낼 뿐 구체적인 지원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하고는, 이제는 “말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발전 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삶을 이어갈 방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짚고는, “기후정의 활동가 등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의 연대로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노동자・지역 주민 생존권 위해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해야”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발전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발전소와 깊이 관계맺고 있는 지역 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하면서, 지난 2020년 보령석탄화력 1·2호기 폐쇄로 심각한 인구감소와 세수 및 소비 감소로 “지방 재정에 직격탄을 맞은” 충남 보령의 경험을 환기했다.

정 집행위원은 “경상남도는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임에도,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사회 피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 방안으로 제시된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은 무능한 행정에게 우리의 삶을 내맡기지 않겠다는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돼,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공감과 지지를 확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 6월 소속 회원단체 및 개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누가 (재생에너지를) 소유하고 운영하는지도 기후위기시대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데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지역 시민들은 이미 겪은 민영화의 폐해로 인해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요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서 “에너지 전환이 시장화로 진행될 때 발생하는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자와 주민들의 지역 생존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소유와 운영의 주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숫자 이동에 불과한 논리가 팽배해있으나, 인간과 비인간, 상위 소득 1%와 하위 소득 50%가 다 함께 살아남는 것이 기후위기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라면, 화석연료의 전환은 에너지 권리를 보장하고, 소유 구조를 바꾸고, 공적 이윤을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전환, 공공재생에너지로”

한재각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집행위원은 이날 종합발제를 통해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정부 계획으로 2036년까지 30개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됨에 따라, 현재 해당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2,328명의 87.89%에 이르는 2,046명(정년퇴직자 제외, 청소 업무 종사자 등 자회사 유휴인력 48명 포함)이 유휴인력으로 전환되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한재각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집행위원. 참세상
해상풍력 사업으로의 '고용전환' 가능성. 한재각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집행위원 발표자료

한재각 집행위원은 현재 발전공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들의 필요 인력을 두 개의 시나리오로 산출한 결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유휴인력 모두를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이거나 전체 유휴 인력 중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짚고는, 이 같은 해상풍력의 고용전환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윤 중심의 민간 주도 해상풍력사업의 아니라,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비롯한 정의로운 전환의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재생에너지로서 해상풍력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뿐만 아니라,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한국사회 발전산업의 민영화가 불러올 여러 폐해를 막아내고 에너지 공공성을 담보할 대안이라 설명하면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제도적 근거가 될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협력과 공적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고 정의롭게 개발·소유·운영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최소 50%를 공공재생에너지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새롭게 만들어질 재생에너지 발전 현장에 우선 고용되어 일과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시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자원의 개발 이익을 노동자·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또한 “우리 모두의 것인” 태양과 바람을 민간 기업들이 사유화해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는 것을 막고, 가난한 이들도 ‘상품’이 아닌 ‘권리’로서 에너지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대안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6월 27일 부터 30일간 국회전자청원 웹사이트에서 진행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캠페인에는 청원 성사 요건인 5만 명을 넘어서는 51,431명이 참여해,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너른 관심과 지지를 입증한 바 있다. 청원 성사로 해당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절차를 밟게 됐지만, 실질적인 입법과 제도 이행까지는 여전히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이에 발전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첫 걸음으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연대를 이어간다. 오는 27일에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삼각지역에서 열리는 총파업대회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서울로 함께 모일 예정이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대회 웹포스터. 공공운수노조 제공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