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헝거 게임

이스라엘은 굶주림을 무기화하고 있다그 목적은 시민 사회의 마지막 흔적까지 해체하고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절망적인 약탈자 무리로 전락시킨 뒤 역사적 팔레스타인에서 몰아내는 데 있다.

Starved for Peace. 출처: Mr. Fish

이스라엘의 굶주림 무기화는 모든 집단학살이 끝을 맺는 방식이다나는 과테말라 고지대에서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Gen. Efraín Ríos Montt) 장군의 집단학살 캠페인 기간 동안 계획된 굶주림이 남긴 교묘한 효과를 취재했고, 25만 명이 목숨을 잃은 남수단의 기근을 다뤘다나는 도로변에 줄지어 누워 있던말라비틀어진 채 해골처럼 변한 가족들의 시신을 지나쳐 걸었다이후 보스니아 전쟁 당시에는 세르비아인들이 스레브레니차(Srebrencia)와 고라즈데(Goražde) 같은 포위 지역의 식량 공급을 차단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오스만 제국은 아르메니아인을 말살하기 위해 굶주림을 무기화했다. 1932년과 1933년에는 홀로도모르(Holodomor)로 수백만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는 데 이 수단이 사용되었다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을 게토에서 굶겨 죽이기 위해 굶주림을 활용했다독일군은 이스라엘이 지금 그러하듯식량을 미끼처럼 사용했다그들은 바르샤바 게토의 절박한 가족들을 죽음의 수용소로 끌어들이기 위해 빵 3킬로그램과 마멀레이드 1킬로그램을 제시했다마렉 에델만(Marek Edelman)은 ⟪게토의 항쟁⟫(The Ghetto Fights)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때는 수백 명이 며칠 동안 줄을 서서 강제 이송을 기다려야 했다빵 3킬로그램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하루 두 차례, 1만 2천 명씩 출발하던 이송열차조차 다 태우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가자에서처럼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독일군은 총격을 가해 말라붙은 여성과 아이들노인의 몸뚱어리를 산산이 찢어놓았다.

이 전술은 전쟁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Haaretz)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이스라엘 군인들이 원조 지점에서 팔레스타인인 군중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지금까지 580명이 사망하고 4,216명이 부상당했다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그것은 집단학살의 예견된 결말이며대량 학살 캠페인의 불가피한 종착점이다.

이스라엘은 최소 1,400명의 보건의료 종사자수백 명의 유엔 직원언론인경찰심지어 시인과 학자들까지 표적 암살했고수십 가구를 몰살시킨 다층 아파트 단지를 날려버렸으며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천막이나 방수포 아래 혹은 맨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인도주의 구역이라 불리는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또한 유엔의 식량 배급소빵집구호 차량을 조직적으로 타격했고아이들을 겨냥한 저격수의 사디스트적 총격으로 그들의 입장은 분명해졌다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오직 말살해야 할 해충으로 간주해 왔다.

3월 2일부터 가자지구에 가해진 식량 및 인도주의 지원 봉쇄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철저한 의존 상태로 내몰고 있다그들은 먹기 위해 살인자에게 기어가 구걸해야 한다굴욕과 공포음식 몇 조각을 향한 절박함 속에서그들은 존엄과 자율성주체성을 박탈당하고 있다이 모든 것은 의도된 바다.

2025년 6월 17북부 가자시 지킴(Zikim) 지역을 통해 구호 트럭이 진입한 뒤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밀가루 자루를 들고 알라시드 거리(Al-Rashid Street)를 따라 걷고 있다구호를 기다리던 여러 명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다출처액티브스틸스(Activestills) 페이스북

40세의 유세프 알아주리(Yousef al-Ajouri)는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에 자신이 가자 인도주의 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 GHF)’이 설치한 네 곳의 원조 허브 중 한 곳으로 향한 악몽 같은 여정을 설명했다이 허브들은 한때 400곳 이상의 배급소에 의존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그들을 북부 가자에서 남쪽으로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일요일에도 이스라엘은 다시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북부 가자에서 떠나라고 명령했으며해안 지대에 대한 병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팔레스타인인들은 배급 지점에서 좁은 금속 통로로 몰려들고 있으며이곳은 중무장한 용병들이 감시하고 있다운이 좋은 극소수는 작은 상자 하나 분량의 식량을 받는다.

알아주리는집단학살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택시 운전사였으며현재는 아내일곱 자녀부모와 함께 가자시 중심부 인근의 알사라야(al-Saraya)에 있는 천막에서 살고 있다그는 네차림 회랑(Netzarim corridor) 인근 살라 앗딘(Salah al-Din) 도로의 원조 배급소로 향했다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그는 아이들이 너무 배고파서 계속 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옆 텐트에 사는 이웃의 조언에 따라 그는 느슨한 옷을 입고 뛰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그는 통조림과 포장 식품을 담을 가방을 챙겼다군중이 너무 몰려 원조 물자가 담긴 상자를 아무도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후 9시쯤, “엔지니어와 교사 한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의 남성과 함께 출발했다그들 중에는 “10세와 12세 어린이도 있었다그들은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공식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다공식 경로를 따라 모여든 엄청난 군중 탓에 대부분 사람들은 식량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다그래서 그들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노출된 어두운 길을 따라 걸었다종종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기어가야 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기어가던 중고개를 들어 보니 놀랍게도 여러 여성들과 노인들도 우리와 같은 위험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어느 순간제 주변에서 실탄이 쏟아져 내렸습니다우리는 파괴된 건물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움직이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저격수에게 총을 맞았습니다제 옆에는 키가 크고 머리카락이 밝은 젊은 남성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길을 밝히고 있었습니다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불을 끄라고 소리쳤습니다몇 초 뒤그는 총에 맞았습니다그는 쓰러져 피를 흘리며 땅에 누워 있었지만아무도 도와주거나 옮길 수 없었습니다그는 몇 분 안에 숨졌습니다.”

그는 길을 따라 가는 동안이스라엘 병사들에게 총에 맞아 죽은 시신 6구를 지나쳤다.

알아주리는 새벽 2원조 배급이 이뤄지는 예정 시각에 배급소에 도착했다그는 멀리에서 초록색 불빛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그것은 식량 배급이 곧 시작된다는 신호였다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불빛을 향해 달려들었고서로 밀고 당기며 짓밟았다그는 군중 속을 헤치고 나아가 마침내 식량에 도달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원조 상자를 손으로 더듬으며 찾아다니다가 쌀처럼 느껴지는 가방 하나를 움켜쥐었습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그 가방을 제 손에서 낚아챘습니다제가 그것을 붙잡으려 하자그는 칼로 찌르겠다고 위협했습니다그곳에 있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을 방어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칼을 들고 있었습니다저는 결국 통조림 콩 4불구르 1킬로그램파스타 0.5킬로그램을 간신히 챙겼습니다몇 분 만에 상자는 모두 비어버렸습니다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여성어린이노인 포함—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몇몇은 다른 이들에게 나눠 달라고 애원했습니다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간신히 얻은 것을 내어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을 관리하던 미국계 계약업자들과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 혼란을 보며 웃고 있었고군중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일부는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몇 분 뒤붉은 연막탄이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누군가가 그것이 철수 신호라고 말했습니다그 직후격렬한 총격이 시작됐습니다저와 칼릴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누세이랏(Nuseirat)의 알아우다 병원으로 향했습니다친구 와엘이 여정 도중 손을 다쳤기 때문입니다병원에서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방 한 칸에 순교자 35명이 시신으로 누워 있었습니다의사는 그들이 모두 그날 하루 동안 실려 왔다고 말했습니다그들은 모두 원조 배급소 근처에서 줄을 서다가 머리나 가슴에 총을 맞았습니다그들의 가족은 그들이 식량과 조리 재료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하지만 돌아온 건 시신뿐이었습니다.”

GHF(가자 인도주의 재단)는 이스라엘 국방부가 만들고 모사드 자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전 CIA 요원과 미 특수부대 출신들이 운영하는 UG 솔루션스와 세이프 리치 솔루션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 GHF는 도널드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극우 기독교 시온주의자 조니 무어(Rev. Johnnie Moore)가 이끌고 있다이 조직은 또한 하마스를 적대시하는 마약 밀매 갱단과도 계약을 맺어 원조 배급소의 경비를 맡기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국(UNRWA)의 전 대변인 크리스 거니스(Chris Gunness)는 <알자지라>에 GHF가 에이드 워싱(aid washing, 원조 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그것은 사람들을 굶겨 복종시키는 현실을 감추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이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있도록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함께, 2024년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내린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와 광범위한 인도주의 지원 제공 명령을 무시하기로 선택했다.

<하아레츠>는 "여기는 학살지다: IDF, 원조 기다리는 비무장 가자 주민에게 고의적으로 발포하라는 명령 받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이스라엘 지휘관들이 군인들에게 원조 배급소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군중을 흩어뜨리기 위해 군중을 향해 발포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하아레츠>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배급소는 일반적으로 아침에 한 시간 동안만 문을 연다해당 지역에서 복무한 장교들과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IDF는 배급소 개방 시간 이전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접근을 막기 위해 발포하고문을 닫은 뒤에도 사람들을 흩어뜨리기 위해 다시 발포한다일부 발포는 개장 전 야간에 이뤄졌기 때문에민간인들이 지정 구역의 경계를 알아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 병사는 하아레츠에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학살지다내가 배치된 곳에서는 하루에 한 명에서 다섯 명씩 죽었다그들은 적대 세력으로 취급된다군중 통제 조치도 없고최루탄도 없다그냥 가능한 모든 방식의 실탄 사격이다중기관총유탄발사기박격포까지 동원된다배급소가 문을 열면 발포는 멈추고사람들은 그제야 접근할 수 있게 된다우리의 소통 방식은 총격이다.”

그 병사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이른 아침누군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줄을 서려고 하면 발포한다때로는 가까이에서 돌격해 쫓아낸다하지만 우리 병력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다나는 단 한 번도 반격 사격이 있었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적도무기도 없다.”

그는 배급소 경비 작전을 염장 생선 작전(Operation Salted Fish)”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이 명칭은 어린이 놀이 빨간불초록불(Red light, green light)”의 히브리어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이 게임은 한국의 디스토피아 스릴러 드라마 '오징어 게임' 1화에 등장한다드라마에서는 경제적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상금을 놓고 서로 싸우다 죽어나간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 및 인도주의 기반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이스라엘은 50만 명이 굶주림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절박한 무리로 전락시켰다그 목적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꺾고그들을 유순하게 만들며가자에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도록 유인하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휴전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하지만 속아서는 안 된다이스라엘은 더 이상 파괴할 것이 없다. 20개월간의 포화 폭격으로 가자는 달 표면처럼 황폐해졌다가자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독성으로 뒤덮인 황무지다팔레스타인인들은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와 오수 웅덩이 사이에서 살아가며식량깨끗한 물연료쉼터전기의약품생존을 위한 기반시설 모두를 잃었다가자 병합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애물은 팔레스타인인 그들 자체이며그들이 바로 1차적 표적이다굶주림은 이스라엘이 선택한 무기다. 

[출처Gaza’s Hunger Games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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