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운석의 실종 미스터리

왼쪽에는 NASA의 메신저(Messenger) 탐사선이 촬영한 수성의 모습이 보이고오른쪽에는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의 실제 색감에 가까운 수성의 모습을 재현한 이미지가 나타나 있다출처: NASA/존스 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워싱턴 카네기 연구소(Carnegie Institution of Washington)

지구에 도달한 대부분의 운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기원했다그러나 지금까지 달이나 화성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운석도 1,000개가량 확인되었다이는 아마도 소행성이 해당 천체의 표면에 충돌하면서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튕겨내고그 파편 일부가 지구로 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는 수성처럼 가까운 암석형 천체에서 생성된 파편도 지구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지금까지 수성에서 기원한 것으로 확실히 판별된 운석은 단 하나도 없으며이는 오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나와 동료들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는 수성 기원일 가능성이 있는 두 개의 운석을 발견했다이들이 실제로 수성에서 온 것이 확인된다면이는 수성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희귀한 통찰을 제공하게 되며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에 대한 우리의 기존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수성은 태양과 매우 가까워이 행성의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우주 임무는 매우 복잡하고 비용도 막대하게 든다따라서 자연적으로 수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통해 그 표면을 직접 연구할 수 있다면이는 과학적으로 대단히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수성 표면 조성에 대한 단서

NASA의 메신저(MESSENGER) 미션은 수성의 표면 조성에 대한 정보를 유추해냈다이에 따르면 수성 표면에는 나트륨이 풍부한 사장석(알바이트), 철 함량이 낮은 휘석(인스타타이트), 철이 적은 감람석(포스터라이트), 그리고 설파이드 광물(올드해마이트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 Northwest Africa (NWA) 7325라는 운석이 수성에서 온 파편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이 운석은 약 1%의 철을 포함한 크롬 풍부한 휘석을 포함하고 있다이 광물 조성은 현재까지 알려진 수성 표면 조성과 잘 맞지 않으며이 외에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수성 기원설은 논란이 되어 왔다.

아우브라이트(aubrite) 운석도 수성에서 온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최근 이 운석들의 형성과정을 모델링한 결과직경 약 5,000km에 이르는 대형 행성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이는 수성의 크기와 유사해 해당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스티브 유르베트슨(Steve Jurvetson)과 슈테판 랄레우(Stefan Ralew)가 각각 촬영한 아우브라이트(A)와 Northwest Africa (NWA) 7325 운석의 손 시료 사진.

다만 아우브라이트는 화학적그리고 스펙트럼(파장에 따른 빛의 분산 특성면에서 수성 표면과 유사성을 보이지 않는다그런데도이 운석들이 수성의 얕은 맨틀(표면 아래의 층)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그러나 현재까지는 수성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하게 입증된 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연구팀은 최근 독특한 특성을 가진 두 개의 운석, Ksar Ghilane 022와 Northwest Africa 15915에 대해 분석을 수행했다이 두 운석은 광물학적 조성과 표면 성분 면에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동일한 모천체(parent body)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 운석이 수성의 지각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이 운석들이 수성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게 되었다.

재러드 콜린스(Jared Collins)가 촬영한 Ksar Ghilane 022(A)와 Northwest Africa (NWA) 15915 운석의 손 시료 사진.

두 운석 모두 감람석과 휘석소량의 알바이트계 사장석과 올드해마이트를 포함하고 있다이러한 광물학적 특성은 수성의 표면 조성에 대한 기존 예측과 일치한다또한이 운석들의 산소 동위원소 조성은 아우브라이트 운석과 유사하다이러한 공통 특성은 이 시료들이 수성 기원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후보가 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도 존재한다두 운석 모두 사장석을 극미량만 포함하고 있으며이는 수성 표면이 평균 37% 이상의 사장석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는 상반된다더불어본 연구는 이 운석들의 연대가 약 45억 2,800만 년에 달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이는 충돌 크레이터 수에 기반해 추정된 수성 표면의 가장 오래된 지질 단위의 나이인 약 40억 년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만약 이 운석들이 실제로 수성에서 기원했다면이는 현재 수성 표면에서는 더 이상 보존되지 않은 고대 암석 물질일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알 수 있을까?

운석을 특정한 소행성위성혹은 행성과 연관 짓는 일은 매우 어렵다예를 들어아폴로(Apollo) 미션을 통해 가져온 시료들을 실험실에서 분석한 덕분에사막 탐사에서 발견된 운석들을 달의 암석과 연관 지을 수 있었다화성 기원 운석도해당 운석에 갇힌 기체의 조성이 우주 탐사선이 측정한 화성 대기의 조성과 일치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수성의 시료를 직접 지구로 가져오기 전까지는특정 운석이 수성에서 기원했는지를 확실히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현재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추진한 베피콜롬보(BepiColombo) 우주 탐사선이 수성 궤도에 진입했으며곧 고해상도 데이터를 송신할 예정이다이 자료는 Ksar Ghilane 022와 Northwest Africa 15915 운석의 궁극적인 기원 천체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베피콜롬보(BepiColombo) 탐사선의 M-CAM2 카메라로 촬영한 수성의 표면 모습출처: ESA/BepiColombo/MTM

만약 수성에서 온 운석이 발견된다면이는 오래된 과학적 의문들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예컨대수성 지각의 형성 시기와 진화 과정광물학적 및 지화학적 구성수성에 존재하는 기체의 성격 등을 밝힐 수 있다.

이 시료들의 기원은 향후에도 과학계에서 지속적인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2025년 호주에서 열릴 예정인 운석학회(Meteoritical Society Meeting)에서도 관련 발표가 여러 건 예정되어 있다우리는 이 운석들의 잠재적 기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킬 향후 논의들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과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정할 수밖에 없다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출처] The mystery of Mercury’s missing meteorites – and how we may have finally found som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벤 라이더-스토크스(Ben Rider-Stokes)는 영국 오픈 대학교(The Open University)에서 구화성 운석(Achondrite meteorites)을 연구하는 박사후 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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