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와 안드로메다, 정말 충돌할까?

안드로메다 은하출처Luc Viatour / Wikimedia, CC BY-SA

수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극적인 운명을 예측해 왔다바로 가장 가까운 거대 은하 이웃인 안드로메다와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약 50억 년 후로 예상되는 이 병합은 천문학 다큐멘터리교과서대중 과학서에서 단골 주제가 되어 왔다.

하지만 헬싱키대학교(Helsinki University)의 틸 사왈라(Till Sawala)가 이끄는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논문(『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게재)에서는우리 은하의 미래가 그간 생각했던 것처럼 확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기존 측정값의 불확실성을 정밀하게 고려하고주변 은하들이 미치는 중력 효과까지 포함해 분석했다그 결과향후 100억 년 이내에 은하수와 안드로메다가 실제로 병합할 확률은 약 5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우리는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을까?

은하수와 안드로메다가 충돌 경로에 있다는 생각은 10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천문학자들은 도플러 편이(Doppler shift)라 불리는 빛의 색 변화 측정을 통해 안드로메다가 우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는 시선 방향(radial velocity)의 속도 성분을 나타낸다.

하지만 은하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측방향 운동도 한다이를 고유운동(proper motion) 혹은 횡단 속도(transverse velocity)라고 한다수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의 측방향 운동은 관측이 극도로 어렵다.

이전 연구들은 흔히 안드로메다의 고유운동이 미미하다고 가정했고그로 인해 두 은하의 정면 충돌이 거의 확실시되었다.

이번 연구는 무엇이 달랐을까?

이번 연구는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대신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과 가이아(Gaia) 미션에서 얻어진 기존 관측 자료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전 연구들과 달리이번 분석에서는 측정값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반영했고가장 가능성 높은 수치만 사용하는 방식은 지양했다.

연구진은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의 초기 조건(속도위치 등)을 조금씩 달리하며 수천 개의 궤적을 시뮬레이션했다.

기존 연구와 같은 가정에서 출발했을 때는 동일한 결과를 재현했지만더 넓은 범위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의 미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주요 은하를 추가로 고려했다하나는 현재 은하수로 유입되고 있는 거대한 위성은하인 대마젤란은하(Large Magellanic Cloud)이고다른 하나는 안드로메다를 공전하는 삼각형자리 은하(Triangulum Galaxy, M33).

이번 새로운 연구는 안드로메다를 공전하는 삼각형자리 은하(Triangulum Galaxy)의 중력 효과를 반영했다출처유럽남천문대(ESO), CC BY 

이들 동반 은하는 모은하에 중력적으로 영향을 주며 그 운동을 변화시킨다.

M33은 안드로메다를 은하수 쪽으로 약간 끌어당기며 병합 가능성을 높인다반면 대마젤란은하는 은하수의 운동을 안드로메다로부터 멀어지게 하여 충돌 가능성을 낮춘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한 결과시뮬레이션 된 시나리오의 절반가량에서 은하수와 안드로메다는 향후 100억 년 이내에 전혀 병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이 일어나거나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령 병합이 일어난다 해도지구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은 작다은하 내의 별들은 매우 큰 거리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별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두 은하는 중력에 의해 점차 서로 합쳐지며 하나의 더 큰 은하를 형성하게 된다이때 새로운 은하는 현재처럼 나선형이 아니라 타원형 은하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두 은하가 병합하지 않는다면서로를 중심으로 천천히 도는 긴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결국 완전히 충돌하지는 않지만가까운 짝으로서 공전하게 된다이는 더 온화한 결과이지만여전히 우리 은하의 먼 미래에 대한 이해를 바꾸게 만든다.

다른 은하들은 은하수가 안드로메다와 향후 겪을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스쳐 지나가기근접 조우완전한 충돌 및 병합)의 예를 보여준다출처: NASA / ESA

앞으로 무엇이 남았을까?

가장 큰 미지수는 안드로메다의 횡단 속도다측방향 운동의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병합이 일어날지아니면 근접 통과에 그칠지가 달라진다향후 관측을 통해 이 값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고이는 보다 명확한 답에 가까워지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우리 은하의 미래에 대해 확정적인 답이 있지 않다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우리는 우주에 대해 여전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심지어 우리 은하 근처의 영역에 대해서조차도 그렇다.

[출처] Astronomers thought the Milky Way was doomed to crash into Andromeda. Now they’re not so sur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루비 라이트(Ruby Wright)는 서호주대학교(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천체물리학 포레스트 펠로우(Forrest Fellow)다. 알렉산더 롤링스(Alexander Rawlings)는 헬싱키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 계산천체물리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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