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간에 낀 나라

섬 대륙 호주가 오늘(토요일연방 선거를 실시하면서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 한가운데에 끼어 있다.

약 1,800만 명의 호주 유권자들이 투표 자격을 갖고 있으며투표는 의무다(다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벌금은 단 20호주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11%가 투표하지 않아의무 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총 150석의 하원이 이번 선거의 승부처이며이 하원이 정부 구성을 결정한다유권자들은 선호 투표 방식으로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선택한다.

현 집권 정당은 노동당이며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대표가 이끄는 이 당은 2022년에 과반을 차지했다야당은 자유당과 국민당의 연합체로 구성되어 있으며자유당은 일반적으로 도시의 부유한 지역과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고국민당은 주로 농민과 농촌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다이 연합은 피터 더튼(Peter Dutton)이 이끌고 있다. 2022년 선거에서 노동당은 77석을 확보해 다른 모든 정당을 합친 의석수보다 두 석 더 많았다현재 여론조사는 노동당이 1순위 투표에서는 근소하게 뒤지고 있지만, 2순위까지 반영하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박빙의 승부지만 노동당이 약간 우세하다.

앨버니지 총리와 노동당은 집권 이후 대중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현재 앨버니지는 순 지지율이 -5%를 기록하고 있다그 이유는 지난 3년 동안 평균적인 호주 가정이 코로나19와 그 이후의 생활비 급등금리 인상그리고 극심한 집값 상승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호주의 전체 주택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39%나 급등했지만임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4년 '주택 시스템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Housing System)'에 따르면평균적인 예비 주택 구매자가 집을 사기 위해 일반적으로 필요한 20%의 계약금을 모으는 데 약 10년이 걸린다임대 시장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코로나 이후 전국 평균 임대료가 36%나 올랐고이는 주당 A$171의 상승과 같다.

노동당과 보수 연합(Coalition) 모두 더 많은 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했다노동당은 2029년까지 12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했고보수 연합은 50만 채의 공급을 약속했다하지만 이 모든 약속은 장기 계획일 뿐이다호주 도시개발연구소(UDIA)가 발표한 2025년 '토지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Land)'는 연방 정부가 2029년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약 40만 채가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보수 연합은 자당의 주택 정책을 이민 규제와 연계하며유학생 수를 줄이고 기존 주택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2년간 금지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의 주택 구매는 전체의 불과 1%에 지나지 않는다.)

호주의 실질 임금은 팬데믹 이전보다 4.8% 낮아졌고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실질 임금은 평균적으로 1.5% 상승했다.

실질 임금은 WPI(임금가격지수)의 연간 상승률을 CPI(소비자물가지수)의 연간 상승률과 비교해 측정한 기준으로 2024년 12월 분기까지 1년 동안 0.8% 상승했다그러나 2024~25년에는 0.5%, 2025~26년에는 0.25%의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변화는 21세기 초부터 호주에서 중대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호주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으며극심한 폭염과 더 긴 산불 시즌을 겪게 될 것이다.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이에 따라 호주는 보험 불가능성(insurability)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30년까지 주택 25채 중 1채는 사실상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며또 다른 11채 중 1채는 보험 부족 상태에 놓일 위험이 있다.

그런데도 호주 경제는 여전히 화석 연료 수출과 광산업 개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비재생 화석 연료는 여전히 호주 전체 전력 생산의 약 85%를 차지한다호주는 세계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이며전 세계 인구의 0.3%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3%를 배출하고 있다기후 변화에 이렇게 취약한 나라임에도호주는 여전히 1인당 기준 세계 최대 배출국 중 하나로 남아 있다노동당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43%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이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한 5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호주는 한때 행운의 나라(lucky country)’로 불렸으며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통해 새로운 번영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수십 년 동안 뚜렷한 경기침체 없이 경제를 유지해 왔다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경기침체까지 이어진 장기 침체’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다호주 자본은 특히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직면했으며이민 규제로 인해 순이민(net immigration) 증가가 억제되면서 노동력이 더 줄어들었다순 해외 이민(NOM)은 2022~23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이는 주로 신규 이민자의 유입이 줄어든 결과다. NOM은 2024~25년에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2025~26년에 가서야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생산 가능 인구는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를 고려하더라도호주의 1인당 실질 GDP는 대침체 이전까지 연평균 약 2%씩 성장했다하지만 그 이후로는 1인당 성장률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출처: IMF, author

호주 자본은 점점 더 경제 확장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의존해야 하지만생산성 향상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인다.

출처: ABS productivity measure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생산성 향상 둔화는 생산적 투자 증가의 둔화와 연결되어 있다. 2011년 자원 붐이 끝난 이후로 기업 투자는 기껏해야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출처: ABS

실질 GDP와 투자 증가의 둔화 뒤에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지난 20년간 모든 주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원인과 같다바로 자본 수익성의 하락이다.

호주 자본은 1980년대부터 광물농산물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착취와, ‘자유화된’ 노동시장을 통한 숙련 노동력의 대규모 확대를 기반으로 거대한 호황과 수익성 회복을 이끌었다그러나 이 흐름은 1990년대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 이어진 자원 붐 시기에는 중국의 수요 덕분에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지난 10년 동안 다시 수익성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처: EWPT, author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기업 이익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호주는 비록 하위 파트너에 불과하지만제국주의 국가 블록의 일원이다지금까지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위성국 역할을 해 왔지만트럼프의 분노와 돌발 행동은 호주 지배 엘리트층에 큰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당과 보수 연합 모두는 미국·영국과 체결한 안보 협약인 오커스(Aukus) 하에 군비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이 협약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이 지역 및 세계 차원의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 제국주의 전략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정부는 첨단 유도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자국 내 미사일 제조를 강화하기 위해 최대 180억 호주달러(미화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과 호전적 태도에서 아이러니한 점은호주가 지난 25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경제인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덕분에 행운을 누려 왔다는 사실이다호주는 여전히 중국과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하지만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철광석석탄기타 자원에 대한 호주산 수입 수요를 약화할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2023년 기준중국은 호주가 수출한 854억 달러 규모 철광석의 84%를 구매했다철광석은 2023년 호주 전체 수출의 23%를 차지했다다른 구매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같은 해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수출량의 69%를 수입했다.

호주의 세 번째로 큰 수출 품목은 석유 가스로전체 수출에서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세계 최대 석유 가스 수입국인 중국은 이 중 거의 3분의 1을 가져간다중국은 호주의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 수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중국은 호주 교육 서비스의 최대 수입국으로, 24%를 점유했다.

2024 회계연도에 호주의 대중 무역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했다또한 2023~24년 사이 명목 GDP 성장률 중 10%는 중국과의 무역흑자 증가에 기인했다만약 이 무역흑자가 줄어들거나최소한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게 되면 호주 경제에는 중대한 타격이 생길 것이다.

트럼프가 호주산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미국이 2024년 기준 호주 전체 상품 수출의 4.6%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양국 간 직접적인 무역 영향을 따지면 전체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호주의 경상수지는 이미 기존의 만성 적자 상태로 다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호주의 실질 GDP 성장률을 불과 1.6%로 전망하고 있으며이는 이전의 추세 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다시 낮아졌고호주중앙은행(RBA)이 무려 4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사실이다그런데도 유권자들은 여전히 지난 몇 년간 생활 수준 하락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앞으로 상황이 크게 나아질 희망도 거의 없다어느 정당이 승리하든국민 생산과 생활 수준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있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호주는 미국 제국주의의 대중국 전쟁을 지지하는 것과중국 및 동아시아 시장을 유지하려는 시도 사이에 갇혀 있다.

[출처] Australia: stuck in the middle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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