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 러시아(46위)와 벨라루스(45위) 사이의 최하위권. 이는 SOGI법정책연구회의 “한국 LGBTI 인권현황 2020/2021”에서, “ILGA-Europe Rainbow Map” 기준에 따라 한국의 성소수자 관련 제도를 분석해 계량화한 <무지개 지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소련 붕괴 이후 자본주의화 속에서 사회가 해체되고 극우화된 대표적인 성소수자 박해 국가들이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출처: SOGI법정책연구회
나는 한국인 성소수자 여성이다. 그리고 한국의 성소수자 차별과 박해를 피해 캐나다로 이주해, 난민으로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 어떻게 난민이 돼요? 북한 말투도 아닌데요.”
유감스럽게도, 한국인도 난민이 될 수 있다. 영원히 뒤로 밀려난 한국 성소수자들의 삶,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폭력은, 캐나다 난민법이 규정하는 ‘박해’를 구성하기에 충분할 만큼 심각하다. 실제로 매년, 캐나다에서 한국인 성소수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은 난민 배출국이다.
내 꿈은 단지 차별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노동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런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비참한 특권조차 누릴 수 없었다. 차별금지법조차 없는 사회에서 나는 입사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서류에서 탈락하거나, “신기하다”며 불러 조롱할 것이 자명했기에.
그래서 캐나다에 왔을 때 은근히 기대했다. 드디어 나도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살아가는 삶을 꿈꿨다. 그러나 캐나다라는 자본주의 제국에서 난민에게 그런 꿈은 사치였다.
2025년 기준 청년실업률은 14.1%. 인맥도, 경력도 없는 유색인종 난민을 채용하는 곳은 없었다. 많은 이민자들이 출신국 커뮤니티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만, 한인업체들은 한국에서와 같은 이유로 나를 채용하지 않았다.
설령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캐나다 노동계급 하층부의 삶은 지옥이다. 2025년 4월 기준, 토론토의 원베드룸 평균 월세는 2,317(캐나다)달러. 한화로 약 230만 원이다. 최저임금은 시급 17.2달러로, 세후 월소득은 약 2,525달러.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이혼을 진행 중인 부부가 한 집에서 계속 살아가는 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외식은 저렴한 식당에서 분위기 없이 두 명이 끼니를 해결해도 팁과 세금 포함 50달러 가까이 든다. 학교엔 급식조차 없어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줘야 하고, 이런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에게 전가된다. 아이들은 영양문제에 시달리고, 캐나다 가정의 25%는 식량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복지는 부실하고, 빈곤이 만연하다.
내 고향, 한국은 나를 차별하고 박해하여 결국 떠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가 나고 자란 땅을 사랑한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쿠데타를 시도했을 때, 나는 한시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치통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던 와중에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수소문하며 시국선언을 조직하고 집회를 조직했다. 나를 몰아낸 조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간절했다.
“내란 청산을 위해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참으로 한가한 소리다. 지금도 한국에선 성소수자들이 박해 끝에 죽임을 당하고 있다. 여성살해는 일상이라 기사화조차 되지 않는다. 지난주에도 SPC에서 노동자가 죽었다.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극단적인 인권침해 끝에 죽어간다. 이주민들은 대놓고 국가에 사냥당하고 살해당한다.
내란 청산, 반드시 해야 한다.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이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의힘과 함께, 적대적 공생을 유지하며 구조적 살인의 주범이자 공범 역할을 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표를 주는 건, 청산이 아닌 반복이다. 지금은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지금 이 절박한 현실을 바꾸자고 말하는 후보는 단 한 명,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권영국 후보뿐이다. 저마다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다수자인—자본을 물려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 우리 노동자계급의 삶을 이야기하는 후보, 진보정당의 후보는 권영국이 유일하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리의 삶을 위해, 권영국에게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권영국을 넘어서야 한다. 사회대개혁과 복지국가는 군사독재에 신음하고, 신자유주의에 고통받은 우리에게는 하나의 대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흔히 차별 없는 복지국가라 여겨지는 캐나다의 현실이 말해주듯, 복지국가 역시 자본주의 지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캐나다는 제3세계를 착취하며 연명하는, 쇠락하는 제국에 불과하다.
권영국에게 투표하자. 진보정치의 불씨를 되살리자.
소수로 이루어진 다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자.
그리고 권영국을 넘어서자. 사회주의라는 미래로 나아가자.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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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영은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