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 시장. 출처: Davey Gravy, Unsplash+
트럼프의 인도에 대한 관세 공세는 인도 경제에 수축 효과를 확실하게 가져올 것이다. 설령 트럼프가 현재 부과 중인 50%의 관세를 낮추더라도, 이는 미국산 상품, 특히 농산물과 유제품에 대한 인도의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결국 이는 미국산 수입품 증가와 인도 내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가 일으킬 이러한 수축 효과를 상쇄하려면 인도 경제에 추가적인 구매력을 주입해야 하며, 이는 다음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로 가능하다. 첫째, 재정 적자를 늘리는 방법, 둘째,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려 정부 지출을 충당하는 방법(이는 이들의 저축, 즉 비지출을 정부 지출로 전환하는 효과를 낸다), 셋째, 신용 기반의 민간 소비 지출을 늘리거나(즉, 민간 저축률을 줄이는 방식으로) 구매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9월 22일부터 시행되는 소비세(GST) 세율 조정은 경제에 구매력을 주입하지 않는다. 기존의 5%, 12%, 18%, 28%의 네 가지 세율에서 5%와 18% 두 가지로 단순화하고, 일부 '죄악의 상품(sin goods)'에 대해서는 40%의 처벌적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조정되었는데, 이는 세금 감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전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세수 손실이 지출 축소로 이어지고 재정 적자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를 통해 경제에 새로운 구매력이 유입되는 일은 없다. 세금 감면으로 인한 민간 소비 증가는 정부 지출 축소로 상쇄되기 때문에, 총수요 수준은 그대로이며, 트럼프가 강요한 총수요 감소는 GST 조정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GST 세율 인하가 노동자들의 총소비를 증가시켰다고 주장할 수조차 없다. 세금 감면으로 인해 소비가 늘어날 부문에서 임금 소득의 비중이, 세수 손실로 인해 정부 지출이 줄어들 부문에서의 임금 소득 비중과 비슷하다면, 노동자들(또는 더 넓게는 노동 계층)의 총소비는 정부의 재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 이는 전혀 비현실적인 가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 지출 축소는 대부분 인프라 부문, 특히 고용 집약적인 건설 부문에서 발생하며, 이 부문은 전체 산출에서 임금 소득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가 초래한 노동자 소득의 감소는, 정부의 재정 조치로 보완되지 않으며, 트럼프의 관세가 만든 낮은 수준의 소득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모디(Modi) 정부는 트럼프의 관세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수축 효과를 완화하거나,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GST 세율 감면이 노동 계층의 소비를 늘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재정 적자가 늘지 않는 한(혹은 세금 감면에 따른 세수 손실을 부유층에 대한 직접세 인상으로 상쇄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총소비는 정부의 재정 조치로 인해 실제로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관세가 일으킨 경제 수축 효과를 모디 정부의 재정 조치가 상쇄하지 못한다면, 신용 기반 또는 저축률 감소 기반의 민간 소비 증가 가능성은 어떨까? 신문들은 GST 세율 조정으로 인해 발생할 정부의 세수 손실 추정치에 관한 기사로 가득하다. 중앙 정부는 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손실을 연간 9만 3천억 루피로 예상하고, '죄악의 상품' 세율 인상으로 인한 4만 5천억 루피의 수입 증가를 고려해 최종 손실을 4만 8천억 루피로 보고 있다. 반면 인도국가은행(State Bank of India)은 세금 인하로 인한 가격 하락이 소비를 크게 자극해 연간 세수 손실이 3,700억 루피에 불과할 것이라 본다. 민간 신용평가 기관 등은 세수 손실을 1조 2천억~1조 5천억 루피 수준으로 훨씬 더 높게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치들의 이론적 전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세금 인하로 소비가 급증해 총세수 감소가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은, 소비 증가에 필요한 구매력이 어디에서 나올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금 감면으로 기본 소비가 100루피만큼 싸졌다면, 소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세수 손실은 100루피가 된다. 그러나 만약 세금 감면 100루피로 인해 소비가 200루피 늘어나서 실제 세수 손실이 100루피보다 적게 된다고 주장한다면, 그 추가 소비 100루피에 필요한 구매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부는 소비자들이 세금 인하에 고무되어 신용을 이용하거나 저축을 줄여 소비를 늘릴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계층은 신용을 받을 자격도 없고, 소비를 늘릴 만큼의 저축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소비 증가 효과는 노동자들로부터 기대할 수 없다.
중산층 소비자나 샐러리맨 계층은 세금 인하로 상품이 조금 저렴해졌을 때 신용이나 저축을 줄여 일시적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소비 증가는 일시적일 뿐이다. 신용을 상환할 시기가 오면(또는 약속한 월별 상환금 납부 시기가 되면), 이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즉, 신용 기반의 소비 증가는 일시적인 효과만 줄 뿐 아니라, 결국에는 경제를 다시 수축시키는 조정 과정을 거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이런 과정을 ‘자동 디플레이션(auto-deflation)’이라고 불렀다. 구매력을 주입하는 세 번째 방식인 신용 기반 소비 증가는 일시적일 뿐 아니라 자신을 반전시킨다.
결국 모디 정부는 트럼프의 관세 공세로 인해 인도 경제가 겪는 수축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향을 받은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고 이를 부유층에 대한 증세(예: 부유세)로 충당하는 명백한 대안조차 채택하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GST 세율 감면 조치는 자체적으로 소비를 늘리지 않으며, 따라서 트럼프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 자극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조치는 구매력 주입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디 정부가 경제 수축에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인식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수축 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존재한다. 바로 공개적으로는 재정 적자로 간주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재정 적자를 늘리는 것이며, 대표적인 예가 공기업 주식의 매각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재정 적자 확대와 똑같은 효과를 낸다. 전자는 정부의 주식을 민간에 넘기고, 후자는 정부 채권을 민간에 넘긴다는 차이만 있을 뿐, 민간 부문에 자산을 넘긴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IMF와 글로벌 금융자본은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재정 적자에는 비판적이면서도 민영화는 찬성한다. 모디 정부는 공공 부문의 자산을 민영화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자본과 국내 대기업 양측을 만족시킬 것이며, 이러한 민영화를 통한 지출은 재정 적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에 일정 수준의 구매력을 주입해 수축 효과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민영화는 자본의 집중과 부의 불평등 심화를 더 가속할 뿐이다.
[출처] Trump Tariffs and GST Rate Adjustments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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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