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키멀의 교훈: 미디어를 부자가 통제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과 지난 미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처럼나도 지미 키멀(Jimmy Kimmel)이 도널드 트럼프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걸 보고 분노했다.(찰리 커크(Charlie Kirk) 살해를 조롱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집어치우라그는 살해를 분명하게 규탄했고 커크 씨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표했다이는 트럼프와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이 우익 폭력 피해자들에게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키멀의 잘못은이미 해고된 그의 친구 스티븐 콜베어와 마찬가지로도널드 트럼프를 풍자한 것이었다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위원장에게 자신을 놀리는 코미디언들이 나오는 방송국의 면허를 박탈하라고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FCC는 원래 독립적인 기관이었다트럼프는 겉모습은 크고 위압적일지 몰라도비판에는 유난히 약하다.

방송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위협은 다소 복잡하다왜냐하면 네트워크가 직접 방송 면허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네트워크 방송을 송출하는 개별 방송국이 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FCC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이러한 방송국의 면허를 박탈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FCC가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 해도 실제 면허를 박탈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결국 일주일에 몇 시간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언이 있다고 해서그 방송국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례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라면 또 다른 국가비상사태(사람들이 자신을 놀린다는 이유)를 선언하고이를 근거로 정상 절차를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BC는 끝까지 법적 절차로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32개의 ABC 계열 방송국을 소유한 넥스타(Nexstar)는 더 이상 키멀의 쇼를 방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더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싱클레어 방송 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 역시 키멀에게 반대했다두 미디어 기업 모두 트럼프의 FCC로부터 각종 확장 계획에 대한 규제 승인이 필요했고,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 역시 마찬가지였다따라서 키멀을 내치는 것은 쉬운 선택이었다.

심야 코미디언들을 잃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이 억압에서 비롯된 유일한 손실이 아니다. CBS는 최근에 중도우파 성향의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극우파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이 인수했다그는 이제 CNN뿐만 아니라도널드 트럼프가 주도한 거래로 틱톡까지 통제하게 되었다이미 메가 마가(Mega MAGA) 광신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재 “X”)를 장악하고 있고최근 마가 그룹으로 전향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제하고 있다미국에서 독립 언론이 설 자리는 지금으로서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완전히 절망할 필요는 없다우리는 매주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팟 세이브 아메리카(Pod Save America)’나 미다스 터치(MeidasTouch)’ 같은 진보적 팟캐스트를 가지고 있다이 외에도 많은 대안 미디어들이 큰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이에 비해, ABC에서 키멀의 시청자는 밤마다 고작 110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네트워크 뉴스 쇼의 시청률 역시 한 자릿수 백 만대로 추락하고 있다반면,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방송 저널리스트 중 한 명)는 지금의 절반 규모였던 미국에서 매일 밤 거의 3천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따라서 여전히 희망의 근거는 존재한다.

그러나 좌파 진영의 많은 이들이부자들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언론사가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사실은 안목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었고결국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졌다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언론을 부자들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적 구조로 구축하는 것은 가능했고지금도 가능하다우리는 저널리즘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자선 기부금 세액 공제 제도와 유사한 개인 세액 공제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일정 금액(: 100달러)을 자신이 선택한 언론 매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세액 공제 제도는 방대한 양의 대안 언론을 뒷받침할 수 있다산술은 단순하다. 2억 명의 사람들이 1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사용한다면매년 200억 달러 규모의 언론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뉴스 기사를 조사작성보도하고 대통령을 조롱하는 농담을 할 수 있도록 비용을 댈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이 돈으로 지원받는 모든 것이 훌륭하거나 진보적이지는 않을 것이다마가 지지자들도 자신들의 세액 공제를 활용해 더 많은 폭스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그러나 핵심은 충분한 자금이 투입되어원하는 사람들에게 실제 뉴스를 보장할 수 있는 충실한 보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액 공제를 받는 일부 사람들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인과 논객들보다 조금 더 창의적일 수 있다면실제로 흥미로운 방식으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진보적 시각이 더 넓은 대중에게 도달하도록 만들 수 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억만장자가 누군가의 발언에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그 언론을 폐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수십 년 전에 마련되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당시에는 좌파 진영에서 언론이 중요하다고 여긴 사람이 거의 없었다지금이라도 이런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늦지 않았다국가적 차원에서는 어렵겠지만주나 지방 차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실제로 시애틀 시장 선두 주자인 케이티 윌슨(Katie Wilson)은 시 차원에서 이런 제도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어쨌든우리는 과거에 했거나 하지 않았던 일을 바꿀 수는 없다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최선의 길은 선택할 수 있다우리는 언론을 진지하게 다루어야 하며그것은 시민의식이 있는 억만장자를 믿는 것이 아니라언론 소유를 민주화하는 것을 의미한다세액 공제 제도는 하나의 가능한 방안이다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이제는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출처Lessons from Jimmy Kimmel: The Media Don’t Have to Be Controlled by the Rich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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