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그 동맹들은 이란 북부 국경을 따라 자리한 터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사이에 교묘히 끼어드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남캅카스에서 아직 남아 있는 표적이 있다. 바로 조지아이며, 지금 미국의 시선은 여기에 쏠려 있다.

미국 헬싱키 위원회는 지난주 “동반자에서 문제로: 반(反)미로 돌아선 조지아(From Partner to Problem: Georgia’s Anti-American Turn)”라는 제목의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는 의문스러운 조지아의 “대통령”이자 워싱턴 D.C. 소재 매케인 연구소(McCain Institute)의 2025년 키신저 펠로우(Kissinger Fellow)인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ourabichvili)가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조지아 총선 이후 색깔 혁명을 주도하려 했고,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집권당인 ‘조지아 드림(Georgian Dream)’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당은 과거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동맹이었지만, 북쪽의 거대한 이웃과 우호 관계를 추구하고 중국 투자까지 모색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러한 주권적 행보를 위해 지난해 봄 외국 대리인법(foreign agents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해외에서 20퍼센트 이상 자금을 받는 NGO와 언론 매체가 정부에 등록하도록 요구한다.

EU는 최근 조지아 정부에 이 NGO 관련 규정을 8월 31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비자 면제 여행 특권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지아 드림’은 이에 맞서 유럽연합 지향의 주요 NGO들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며 대응했다. 정부가 이러한 위협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거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자 면제 약속을 지켜라” — 오늘 트빌리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조지아의 꿈(Georgian Dream) 정부의 반민주적 정책으로 인해, 2017년부터 조지아 국민이 EU와 누려온 비자 없는 여행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집회는 #GeorgiaProtests 290일째다.

그래서 ‘조지아 드림’은 동서 모두와 강한 관계를 원함에도 ‘우리와 함께하든지 아니면 적이든지’라는 신조로 움직이는 워싱턴의 적대 리스트 최상단에 올라와 있다. 헬싱키 위원회는 최근 청문회를 연 명분만으로도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조지아는 한때 미국의 핵심 파트너였으며 캅카스에서 자유의 등대였다. 그러나 오늘날 집권당인 ‘조지아 드림’은 나라를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중국과 다른 미국의 적들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조지아 드림은 중국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미국 기업들의 미들 코리더(Middle Corridor) 무역 및 중앙아시아 희토류 광물 접근을 차단해 조지아의 제도를 약화고 주권을 더 훼손했다… 이번 청문회는 조지아가 권위주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전 세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검토할 것이다. 또한 증인들은 미국의 정책 선택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꽤 명백하지만, 여전히 지적할 필요가 있는 것은, ‘자유’란 실제로는 워싱턴에 대한 복종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권위주의’란 불복종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조지아 드림’은 서방이 인정하기를 거부한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이 정당은 대체로 신자유주의적이고 시온주의를 지지함에도, 서구 NGO들을 억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주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 NGO들은 1990년대 이후 조지아에서 큰 역할을 해왔는데, 종종 국가 역량이 맡아야 할 공간을 대신 차지하며 사실상 나라를 통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조지아 드림’은 나토가 조지아에 “제2 전선”을 열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하며, 또다시 러시아와의 충돌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시 헬싱키 청문회와 그 핵심 임무로 돌아가 보자. 미국의 정책 선택지는 무엇일까?

증인들에 따르면 — 아마도 이전에도 수없이 들어본 이야기겠지만 — 해답은 제재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미국이 ‘조지아의 책임성, 회복력, 독립성 구축을 위한 선택지를 동원·강화하기(Mobilizing and Enhancing Georgia’s Options for Building Accountability, Resilience, and Independence, MEGOBARI)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지아의 안보나 안정성을 훼손하는 특정 외국인, 포함해 조지아 정부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법안은 조지아에 대한 선전포고다.

U.S. 헬싱키 위원회(@HelsinkiComm)

이번 주, 조 윌슨 의원(@RepJoeWilson)은 초당적으로 MEGOBARI 법안을 강력히 발의했다. 이 법안은 조지아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강조한다. 우리는 러시아에 문을 여는 자들에게 대응할 것이다.

MEGOBARI 법안의 주요 조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 이 법은 조지아의 민주적 가치, 인권, 법치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정책임을 선언한다.

민주주의 퇴행 대응: 조지아의 최근 민주주의 후퇴에 대응해, 정부의 행동과 러시아 및 다른 권위주의 정권과의 연계를 더 면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보고 및 제재: 법은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보고서를 의무화한다.

◦ 부당한 영향력 및 제재 회피 보고서: 러시아의 이익과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 조지아 내 부패 행위를 보고.

◦ 러시아 정보 자산: 조지아 내 러시아 정보 침투와 중국 협력 가능성을 평가.

◦ 조지아 개인에 대한 제재: 조지아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개인을 식별하고 제재 및 여행 금지를 부과.

민주주의 감시 태스크포스 설립: 선거 기간을 포함해 조지아 내 민주적 환경을 촉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과정을 보장한다.

양자 관계 강화 및 지원: 조지아에서 상당한 민주적 진전이 확인되면, 이 법은 추가적인 미국 지원을 명시한다.

MEGOBARI 법안은 5월에 하원에서 349대 42라는 표차로 통과됐지만, 오클라호마의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상원에서 지연되고 있다. 그는 과거 텍사스 기반 석유·가스 기업인 ‘프론테라 리소스’(Frontera Resources)의 조지아 내 대우 문제를 두고 조지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러나 프론테라와 트빌리시의 관계가 개선되자 멀린의 비판도 누그러졌고, 그는 더 큰 입법 패키지에서 MEGOBARI 법안을 성공적으로 제외다. 멀린은 <더 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게 어떤 기업이든 상관없다… 우리가 그곳에 투자한다면, 그 투자가, 즉 미국의 투자가 보호받고, 위협받아 빼앗길 걱정 없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멀린이 프론테라와의 유착 때문에 반대하고 있을 뿐일 수도 있지만,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제재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며, 오히려 조지아를 러시아와 중국 쪽으로 더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방의 투자가 줄어들자, 중국이 빠르게 그 공백을 메웠다.

네오콘식 워싱턴 시각에서 제재의 정당성을 굳이 찾자면, 그것은 조지아 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잠재적으로 더 큰 불안정을 조장할 여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조지아는 ‘조지아 드림’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 사이의 거리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1년 가까이 연속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훨씬 더 심각한 계획들이 진행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식회사(Ukraine, Inc.)의 일거리?

헬싱키 청문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은 더 “은밀한” 선택지들이었다. 이러한 비밀 활동들은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며, 미국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새로운 테러 훈련 및 수출 허브인 우크라이나와 관련된다. 이미 시리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미국과 연계된 타크피리 불안정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징후가 조지아에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트빌리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맞서 싸운 반러시아 용병 집단인 ‘조지아 군단(Georgian Legion)’ 출신 귀환자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트빌리시 정부 전복을 모의한 혐의로 지목했다.

하지만 최근 조지아로 반입된 폭발물에 대한 조사에서 드러난 세부 사항들을 보면, 정부의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조지아 국가안보국은 최근 두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을 불법 폭발물 취득·보관·운송 혐의로 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차량의 은밀히 숨겨진 칸에서 헥소겐(Hexogen) 2.4kg이 발견됐다. 수사관들에 따르면, 이 폭발물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이나 보안국(SSU) 직원들에 의해 전달됐으며, 최종 목적지는 트빌리시였다. 선거일이 다가오며 일상화된 시위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10월 4일 지방선거에 맞춰 무언가가 기획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왜 조지아가 중요한가?

조지아의 전 국방장관(2015–16) 티나 키다셸리(Tina Khidasheli)는 헬싱키 청문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조지아가 미국, 유럽, 국제사회에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지정학적 위치, 전략적 연결성, 민주주의의 모범.

세 번째는 자명한 이유로 제쳐두고,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보면 된다. 키다셸리는 이렇게 말했다.

“조지아는 러시아와 이란을 우회하는 동서남북 현대판 실크로드, 즉 미들 코리더(Middle Corridor)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작은 나라지만,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관문이자 다리라는 점이다. 파이프라인, 철도, 항만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연결한다.

이는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자유의 회랑이다. 이는 북쪽 노선에서 흔히 벌어지는 정치적 압박이나 협박, 혹은 남쪽의 이란 영향력 없이 상품, 에너지, 데이터, 사람들을 이동시킬 수 있는 길이다.

미들 코리더는 대안이 아니라 유일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경로다. 그것은 실용적일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정치적으로도 합리적이다… 조지아 없이는 자유의 회랑은 존재할 수 없으며, 그 길은 닫히고 러시아, 이란, 중국에 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키다셸리의 말은 부분적으로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캅카스 내 진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물류 회랑을 구축하고 통제하기 위해 있는 것일까? 정말로 이 지역에서 안보와 경제적 강자로서 러시아, 중국, 이란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키다셸리의 주장은, 지난달 발표된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 TRIPP)’ 이후 조지아 야당 인사들이 했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당시 그들은, 조지아가 아르메니아를 거쳐 아제르바이잔과 터키(그리고 잠재적으로 그 너머)를 연결하는 회랑에 포함되면서 이제 서방에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워싱턴이 남캅카스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TRIPP로 지역 불안을 부채질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리적·경제적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이 지역에서 경제적·군사적으로 지배적이다. 이란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점 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제로 서방이 반대하는 조지아 흑해 항만 같은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지아의 러시아, 중국 및 지역 파트너들과의 교역 규모는 EU와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훨씬 능가한다. 다음은 국가별 수입 현황이다.

그리고 수출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조지아를 보다 매력적인 환적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중국은 다른 경로들이 불안정화 공작에 희생될 경우를 대비해 무역 경로 선택지를 늘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조지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내 사람들조차 캅카스 주민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맹신할 정도로 망상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그 싸움에서 패배했으며 역학이 바뀔 이유도 없지만, 미국이 대신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불안정화와 파괴뿐이라고 했다. 경쟁자의 뒷마당에 불을 지르고 집까지 번지기를 바라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최근 쓴 바와 같이, TRIPP는 남캅카스에서 그런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조치이지만, 주권적이고 안정된 조지아가 있다면 TRIPP는 단순히 회피될 수 있어 영향력이 줄어든다. 따라서 조지아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이 지역 북부에서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US Explores Its Options for Destabilization in Georgia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코너 갤러거(Conor Gallagher)는 작가이자 활동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