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플랜”을 넘어: 세계를 바꾸는 산업 정책 중국 태양광

2025년 상반기에 중국은 2,500억 와트(250GW) 이상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설치했다싱크탱크 엠버’(Ember)가 제시한 이 경이적인 수치는 분산형 태양광을 포함한 포괄적인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며중국 에너지국이 발표한 공식 수치인 2,120억 와트(212GW)보다 약간 더 큰 수치일 뿐그 역시 놀라운 규모였다.

최근 나는 여러 곳에서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사적 사건의 규모를 파악하고 전달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중국의 태양광 수치는 그러한 시도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중국의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미국이 지금까지 설치한 총량보다 많았다중국이 아주 짧은 기간(흐름, Flow)에 새로 설치한 태양광 설비 용량이 미국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쌓아온 전체 태양광 누적 설치량(스톡, Stock)을 넘어섰다독일은 한때 세계 태양광 챔피언이었다그러나 중국의 6개월 설치량은 독일 전체 누적 설치 용량의 두 배에 달한다.

2025년 상반기 중국의 신규 설치량은 올해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가 설치한 신규 용량의 두 배 이상이었다. 2위인 인도는 24GW를 설치했고, 3위인 미국은 21GW를 설치했다이는 규모에서 한 자릿수(, 10차이가 난다.

이 비교가 미국에 불공정한 것일까어쨌든 미국의 녹색 에너지 추진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궤도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2024즉 바이드노믹스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성기를 보자그해 미국은 분산형과 계통형을 모두 포함해 기록적인” 50GW의 태양광을 설치했다그러나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면, 2025년 상반기 중국이 달성한 설치 속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미국 전력 시스템은 중국보다 훨씬 작지만, 10분의 1이 아니라 절반 규모다따라서 설치 규모를 전력 시스템의 기초 용량으로 조정해도바이든 경제학의 최고 성과였던 2024년의 설치 속도는 2025년 상반기 중국 급증세의 5분의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중국 측에도 왜곡 요인이 존재한다. 2025년 상반기 수치는 5개년 계획 말기와 임박한 보조금 제도 변화의 영향을 반영한다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인센티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2025년 하반기에는 둔화가 예상된다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꾸준히 상승해온 것이 아니었다. 2010년대 후반의 가혹한 산업 정리 여파가 여전히 업계에 남아 있다. 2025년 하반기의 새로운 정책 체제는 심각한 둔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신규 설치량은 상반기 대비 고작 50GW 정도만 더 늘어중국 에너지국 기준으로 300~310GW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이는 2024년 277GW와 비교되는 수치이며, 2025년 전 세계 설치량은 650~700GW 사이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올해 초 추산에 따르면중국 태양광 산업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1,200GW 수준으로 평가되었다이 엄청난 생산 능력은 무분별할 정도의 민간 혁신과 야망그리고 국가와 지방 차원의 연이은 보조금 덕분이다전국 단위 보조금은 2009년 금융위기 부양책에서 시작되었고이후 지방과 지역 차원의 지원으로 크게 확대되었다누적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달했다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 컨설팅이 자주 인용하는 수치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3년 사이 중국 정부가 태양광 제조업에 투입한 보조금은 5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만약 이 수치가 대략적으로라도 정확하다면이는 전 세계를 바꾼 산업 정책이자 공공 자금의 극도로 효과적인 사용이었다우리는 왜 서방 어떤 정부도 이처럼 대담한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그리고 솔직히 왜 그렇게 적은 돈으로 그렇게 많은 제조 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없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500억 달러는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나 독일의 1년 국방비와 비슷한 규모다).

분명히연간 1,200GW의 태양광 제조 능력은 현재 수요보다 훨씬 앞서 있다그 결과 중국 업계는 혹독한 상업적 압박을 겪고 있으며정부 주도의 산업 통합 및 공급 합리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유휴 공장은 중국의 생활수준을 짓누르는 실제 자원 낭비다이는 중국 성장을 왜곡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그러나 기후 안정을 위해서는 매년 700~1,000GW 규모의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따라서 중국이 구축한 생산 능력은 결코 과잉이 아니다그것은 지구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규모다우리가 기후 안정을 달성할 희망을 품기 위해중국은 우리의 주된 기둥이다우드 매켄지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공급망 없는 에너지 전환은 상상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중국은 우리에게 규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더 발전한 탈서구적 세계의 미래 규모는 거대하다우리가 기후 안정을 바란다면현실적인 정책은 서유럽식 지속가능성의 아기자기한 비전이 아니라급진적이고 변혁적인 접근이다도시는 더 커질 것이고에너지 수요는 더 커질 것이며생산은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한 어떤 것보다 더 커질 것이다연간 1,200GW 태양광 제조 능력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대략 말해적정 규모다.

재생에너지는 뚫고 나와야 한다정치적 완고함과 화석연료의 뿌리 깊은 정치경제를 고려할 때청정에너지는 단순히 효율적이거나 최적이어서는 안 된다그것은 압도적이고거부할 수 없으며논쟁의 여지가 없는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마지막까지 버티는 화석연료 지지자조차 전력 생산 지도가 이렇게 바뀌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이 맥락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 태양광 패널의 주요 수입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좋은 소식이다.

보조금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중국이 필요한 속도와 규모에 근접하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유일한 대국임을 인정해야 한다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중국의 태양광 패널 시장을 국내와 전 세계에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이다.

만약 이것이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필요한 GW 규모의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결국 태양광 패널은 비교적 단순하고 안전한 부분이다인버터나 시스템 제어가 문제가 된다면그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마련하면 된다장기적으로 공급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생산 능력의 재분배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그러나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는 시간이 없다에너지 전환에 투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문제다이미 누군가가 구축하고 비용까지 부담한 녹색 에너지 설비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큰 규모의 스캔들이다.

중국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의 급증은 배출량 균형을 바꿔놓고 있을지도 모른다아직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고너무 크게 떠들어서도 안 되지만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내가 베이징 국무원 관계자들에게 이 데이터를 언급했을 때그들은 다소 놀란 듯했고 자체 수치를 다시 확인하러 갔다그러나 그들이 무슨 결과를 얻었는지 다시 알려오지는 않았다.

태양광 확대의 모멘텀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중국은 자국의 전기화 작업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이 부분은 곧 나올 또 다른 <차트북>에서 더 다룰 예정이다). 전력 수요 전환을 지속해야 하고전기화를 추진하며 이른바 전기국가(electrostate)’를 계속 구축해야 한다이것이야말로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보고서에서 나온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그래프가 보여주는 바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머물러 있으며탈탄소화를 둘러싼 온갖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변하지 않고 있다반면 중국에서는 전기의 비중이 30%까지 올라갔고그 궤적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참고로 상위 이례치는 일본이다). 전기는 저배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전기화는 에너지 시스템을 정화하는 관문이다.

유럽에서 가속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 패널의 95%가 중국산이다. EU는 2030년까지 현지 생산 비중 40%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그 목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직접 수입하지 않는 예외적 경우인데대신 연결국을 경유해 들여온다그러나 태양광 전기화가 미국에서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려면진정한 MAGA 신봉자가어야 한다(이 부분은 추후 더 다룰 예정이다).

중국의 경이로운 태양광 붐이 열어젖히는 진정으로 흥미로운 전망은 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가능성이다.

<차트북>에서 줄곧 강조했듯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두 가지 극단적 유형을 구분해야 한다한쪽에는 인도처럼 1인당 전력 소비는 낮지만, 급성장 중인 국가들이 있다다른 한쪽에는 극빈층이자 취약하고 분쟁에 시달리는 지역들이 있는데이들의 문제는 성장을 위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더욱 깊은 비참으로의 나락을 피하는 것이다성장 중이지만 전력이 부족한 집단은 수십억 명에 달한다전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집단은 약 7억 5천만 명이다이들에게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과잉이라고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외설적이다.

아마 지난 몇 달 사이 가장 반가운 소식은 중국 태양광 붐이 개발도상국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보고서들이었을 것이다.

아시아 전역에서 중국의 태양광 수출은 향후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인도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으로의 수출이 감축된 배출량 기준으로 어떤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 중인 제조업 및 전력 프로젝트를 보라미국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돌리지 않고, 19세기식 용광로와 터빈 기술에 의존하는 스팀펑크 모델을 선호한다면(피클링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쩌면 트럼프의 지정학적 정치공학 덕분에 최소한 사막에서는 태양광 인공지능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전기화와 빈곤의 다른 한 끝에서는아프리카로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극히 고무적인 소식이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수입이 갑작스럽게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은 단순히 태양광 패널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2022년부터는 제조업 분야에서 대규모 해외 직접 투자(FDI)에도 나서고 있다존스홉킨스대학 넷제로정책랩(Net Zero Policy Lab)과 보스턴대학교 글로벌개발정책센터(Global Development Policy Center)의 동료들은 중국의 해외 녹색 제조업 투자를 다룬 주목할 만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나는 이 수치들을 다시 다룰 예정인데이는 태양광을 넘어선 영역까지 포함한다그러나 이는 녹색 에너지 제조 역량이 확산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다.

당신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이미 충분히 많은 생산능력이 있는데 왜 더 늘려야 하느냐고그러나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피클링(David Fickling)이 지적하듯이현지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현지의 수요와 야심으로 확산기 쉽다.

예컨대 자카르타 동쪽에 같은 달 설립된 태양광 패널 공장은 매년 1.6기가와트 규모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데이는 인도네시아가 2035년까지 추가로 예상했던 17.1기가와트 태양광 발전량을 거의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이렇게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나면 야심도 덩달아 커진다지난달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의 태양광 목표치를 여섯 배 늘려 100기가와트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순환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것이다중국은 세계에 크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교역 상대국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미국산 LNG를 받아들이라고 계속 떠들어댈 것이다그리고 일부는 그 요구에 응할 것이다그러나 피클링이 쓰듯이,

지금 베이징은 값싸고 깨끗한 전력고용교역번영으로 가는 길을 제공하고 있다워싱턴이 제공하는 것은 관세정책 혼란백인 우월주의 밈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급습 이후 족쇄에 묶인 한국 노동자들이다이것이 21세기의 대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할 방법은 아니다.”

이는 과소평가일 뿐이다우리는 세계 정책을 논할 때 불행히도 여전히 유럽 규모로 사고하고, 20세기 중반 미국을 황금 기준으로 삼으며마셜 플랜 같은 사례를 끌어낸다그러나 2010~2020년대 중국의 녹색 에너지 혁명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중대한 사건이다기술적으로 말해이는 1940년대 전후 재건이나 단순한 추격과는 다르다훨씬 더 혁신적이다이는 18세기 영국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던 증기력이 1820년대에 들어와 대대적으로 확장한 단계에 더 가깝다또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포드와 디트로이트를 넘어 대량생산 모델이 전 세계로 확산된 과정과도 유사하다마셜 플랜이 떠오르는 것은 냉전의 유산이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며중국의 녹색 에너지 혁명에는 세부적인 지휘나 통제라기보다 큰 방향에서 정책적 의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현실은 더 극적이다태양광과 배터리(중국 내부에서는 초고압 장거리 송전과 결합)는 전 지구적 규모로 불과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중국 공산당의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는 일종의 범용기술에 가깝다그리고 이 기술군은 단순히 범용적이고 저렴할 뿐 아니라지금까지 기후 비상사태라는 진단에 대한 유일하게 적절한 대응이기도 하다.

내 생각에 서방의 많은 사람들이 이 조합이 세계 경제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는 자명하면서도 벅찬 결론을 회피하려고 꽤 애쓰고 있는 듯하다.

[출처Chartbook 409 Beyond the "Marshall Plan": China's solar boom as world-changing industrial policy.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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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 태양광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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