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역·공공의료..."이재명 정부는 말잔치가 아니라, 진짜 대책 약속해야"

국립대병원 노동자들, 이달 24일 더 강력한 2차 공동파업 예고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지난 17일 공동파업에 나선 데 이어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더 큰 사회적 투쟁을 예고했다.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에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 수립을 약속하라 촉구하고, 정부가 이같은 병원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는다면 오는 24일 더 너르고 강력한 2차 공동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공공의료 강화 대책 약속하라" 기자회견 현장. 의료연대본부 제공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가 포함되어 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도 없고 예산 대책도 없는 공허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6년 정부 예산안에도 AI 및 바이오헬스 산업육성에 대한 각종 지원 예산의 증가액은 4,525억 원인 데 반해 각 권역에서 최종 진료 역할을 하는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예산 증가액은 142억 원에 불과하고 그마저 AI진료모델 지원 신설예산(142억 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1억 원이 감액되었으며,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 지원 예산은 불과 10억 원 증액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폐소생술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국정과제의 발표로 직접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병원과 돌봄노동자들은 절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지역의료와 공공 의료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 노동자들은 정부의 국정과제 자료에서도 2023년 기준, 지역별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최저 36.9명에서 최대 49.9명으로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는 어느 지역에 사는가에 따라서 무려 13명의 목숨이 살고 죽는 경계에 놓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병원과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아픈 사람들, 돌봐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눈물과 그리고 때론 웃음과 희망이 눈동자에, 머릿속에, 가슴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서 “지금 당장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대책 마련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오는 24일 더 강력한 2차 공동파업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병원 노동자들의 대통령실 민원실 진입을 가로막는 경찰들. 의료연대본부 제공

한편, 이날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진행해 현재까지 7천여 명이 참여한 “국민 건강권 지키는 국립대병원 노동자 서명운동”의 중간 결과와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직접 작성한 서명지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 민원실로 향했으나, 이 과정에서 경찰이 펜스를 설치하고 노동자들의 진입을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이같은 경찰의 태도를 “시민의 권리를 막아서는 행위로 규정하고 현장에서 강하게 규탄”을 이어갔고, 경찰과 협의 끝에 10명씩 나누어 민원실로 이동해 서명 결과를 접수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작성한 서명지는 이후 대통령실 면담에서 전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앞선 17일,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4개 국립대병원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파업에 나섰다. 의료연대본부 소속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8,600여 명에 이르며, 이날 파업에는 2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이번 공동파업의 핵심 요구는 △국가책임 강화로 공공·지역의료 살리기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권 강화 △의료 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현재 쟁의권을 확보한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병원과 요양원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들이 쟁의조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다음 주 후반에는 9천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17일 공동 파업에 나선 국립대병원 노동자들. 의료연대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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