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처음으로 1.5°C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기후 위기의 중대한 임계치였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가자, 수단 등지에서는 주요 무력 충돌이 여전히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은 전쟁을 기후 붕괴의 그늘 속에서 전개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과 기후 변화의 관계는 복잡하다. 그러나 기후 위기 속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출처: Avishay Mohar , Oren Ziv /Activestills.
1. 기후 위기는 전쟁 속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본래 전쟁이 지닌 파괴성은 오랫동안 환경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후적 함의를 최근에야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주로 연구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우크라이나와 가자를 비롯한 전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계산하고, 모든 군사 작전과 전후 재건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기록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이었다.
‘과학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과 ‘분쟁 및 환경 관측소’가 수행한 한 연구는 전 세계 군대의 탄소 발자국 총량이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탄소 발자국을 가진 러시아보다 더 크다고 추정했다.
미군은 가장 많은 군사 배출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 벤저민 니마르크(Benjamin Neimark), 올리버 벨처(Oliver Belcher), 패트릭 비거(Patrick Bigger)의 추산에 따르면, 만약 미군이 하나의 국가라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47위에 해당할 것이며, 이는 페루와 포르투갈 사이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제한된 데이터에 기반한다. 때때로 군사 기관이 부분적인 배출 데이터를 보고하기도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를 정부의 공식 수치와 관련 산업의 수치를 활용한 자체 계산으로 보완해야 한다.
또한 국가별로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배출량은 사실상 평가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은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한 국제 협력도 위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 북극 지역에서의 과학 협력이 붕괴되었고, 이는 핵심적인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막았다.
군국주의 비판자들은 전쟁이 기후 위기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군사력 유지와 확장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데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바꿔야 할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군축만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까지 믿는다.
다른 이들은 그보다 덜 급진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전쟁의 기후적 비용을 인식하는 것이 점점 더 전략적 자제의 필요성과 전쟁 행위가 과연 환경 파괴를 덜 일으키는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도덕적·실질적 질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2. 기후 변화는 군사적 대응을 요구한다
전쟁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기 전, 연구자들은 기후 위기가 “위협 증폭자(threat multiplier)”가 될 수 있는지 논쟁해왔다. 이 논의는 기후 변화가 이미 식량·물 부족, 내부 갈등, 나쁜 통치, 영토 분쟁 등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폭력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중동과 사헬 지역의 일부 분쟁은 이미 “기후 전쟁”으로 불리며,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압박이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매우 논쟁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폭력에 가담하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은 언제나 기후가 아니라 인간이 내리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덜 논쟁적인 것은 기후 위기가 군대를 민간 비상사태에 더 자주 동원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산불 진압, 홍수 방어선 보강, 대피 지원, 수색·구조 작전, 재난 이후 복구 지원, 인도주의적 구호 제공 등 광범위한 활동이 포함된다.
기후 위기가 앞으로 더 많은 폭력과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군사력이 더 자주 동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기후 관련 재난이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면서 군대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면, 군대의 자원은 그만큼 더 빠르게 소진될 것이다.
정부는 어떤 임무를 우선시할지, 또 군사 예산을 사회의 다른 필요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늘려야 할지에 대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3. 군대는 적응해야 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분쟁의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군축에 대한 요구가 곧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가속화하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화석 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세계에서 군사력이 어떻게, 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군인들을 준비시키고 기지, 장비, 기타 인프라를 점점 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 조건에서도 견디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문제는 갈수록 큰 우려가 되고 있다. 2018년 미국에서는 두 차례의 대형 허리케인이 군사 인프라에 80억 달러(약 59억 5천만 파운드)가 넘는 피해를 입혔다.
나의 연구는 최소한 영국에서는 일부 국방 관계자들 사이에, 에너지 전환이 가져오는 세계 에너지 지형의 중대한 변화 속에서 군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대는 점점 더 저탄소화되는 세계에서 화석 연료의 마지막 대규모 사용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군사력이 생산·배치·유지되는 방식을 크게 바꿀 에너지 전환의 일부가 될 것인지라는 냉혹한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군사 작전의 효과성이 미래 작전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군대가 얼마나 잘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군이 더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 대처하기 위해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응시켰는지, 그리고 화석 연료 의존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19세기 초 프로이센 장군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본질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그 성격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후 위기의 규모와 범위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앞으로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될지, 또 어떤 전쟁을 피하거나 덜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
[출처] Three reasons why the climate crisis must reshape how we think about wa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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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 디플레지(Duncan Depledge)는 러프버러 대학교 지리정치학 및 안보학 선임 강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