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9월 초 공개된 종합 검토에서 85명 이상의 기후 과학자들은 미 에너지부(DOE)의 새로운 기후 보고서가 정책 수립에 부적합하다고 선언했다. 검토 저자들은 DOE 보고서가 선택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고, 미국 내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의문시하는 주장을 뒷받침할 동료 심사 논문도 부족하며,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지구 대기에 과도하게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양과 그 영향을 정확히 모델링하고 예측해 왔다. 당시 엑슨(Exxon) 연구원들이 처음으로 자사 제품이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기후 과학은 날씨와 농작물에서 경제와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지구 온난화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보고서는 과학을 우롱한다. 오래전에 기각된 아이디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과학적 지식 체계를 왜곡하고, 중요한 사실들을 누락하며, 손짓이나 일화, 확증편향에 기대고 있다”고 텍사스 A&M 대학교의 앤드루 데슬러(Andrew Dessler) 대기과학과 교수가 검토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보고서는 DOE가 과학 공동체와 협력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DOE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이번 보고서가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변화와 에너지에 대해 더 사려 깊고 과학에 기반한 대화를 전개”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보고서가 DOE 과학 연구자들과 과학국(Office of Science) 및 국립연구소 소속 정책 전문가들에 의해 내부 검토를 거쳤으며, 공공 의견 수렴 기간을 통해 과학 공동체와 일반 대중의 폭넓은 동료 평가에 개방돼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DOE 페이스북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 과학의 최고 집대성으로 여겨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DOE가 새 보고서를 작성해 7월 공개하기까지의 절차와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작성 과정에서 공개 회의가 있었던 흔적도 없다. DOE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낸 성명에서 해당 문서가 “DOE 과학 연구 공동체 내부에서” 동료 평가를 거쳤다고 밝혔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 불일치는 흔하지만, 이번 검토에 참여한 다수의 저자들은 DOE가 내놓은 결과물이 과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브라운대학교 지구·환경·행성 과학 교수이자 환경사회연구소 소장인 킴 콥(Kim Cobb)은 “정부가 수십 년 동안 국가 최고 과학자들과 함께 정책 수립에 활용할 기후 과학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마련하려 노력해온 작업을 우회·회피·약화하려 한 것이 이번 사안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콥은 이번 검토 보고서의 두 개 섹션을 공동 집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환경보호청(EPA)은 2009년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EPA는 판정 철회를 위한 제안에서 DOE의 기후 보고서를 비롯해 미국이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방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된 여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이를 인용했다.

콥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후 과학)의 진실성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그리고 지금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DOE 보고서에 인용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로저 피엘케 주니어(Roger Pielke Jr.)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이자 과학정책 분석가는 위해성 판정 철회가 DOE 보고서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는 행정부의 주장이 과학적이라기보다 법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며, “대법원의 구성을 고려할 때 위해성 판정이 위태로울 수는 있지만, 과학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지역사회가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 기후 변화로 악화 자연재해의 여파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콥은 연방 정부가 미국 전역의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 과학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은 번영과 안전을 위한 도구다. 과학 전반에 등을 돌린다면—그것은 기후 과학만이 아니라 많은 다른 과학과 기술 분야까지 포기하게 될 것이며—이는 심각한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출처] Dozens of Scientists Call DOE Climate Report ‘Fundamentally Incorrect’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제이크 볼스터는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에서 와이오밍과 미국 서부를 취재한다. 이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미국 전역에서 기후 변화, 에너지, 환경 문제를 다뤘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