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수입품 관세를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낮추는 대가로 일본에서 5,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받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만약 트럼프의 설명과 비슷하다면 두 나라가 그 합의를 받아들이는 건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짓이다.
간단한 산수만 해도 이 점은 분명해진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1,48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 15퍼센트 관세 때문에 수출이 5퍼센트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수출액은 약 1,400억 달러로 줄고, 이는 일본 GDP의 3.5퍼센트에 해당한다(트럼프가 동시에 대부분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대한 관세가 수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상적 계산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추가로 10퍼센트 포인트의 관세가 일본의 대미 수출을 10퍼센트 더 줄인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140억 달러가 감소하는데, 이는 일본 GDP의 0.3퍼센트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결국 트럼프는 일본에 연간 140억 달러어치 수출 약속을 지키기 위해 5,500억 달러를 자신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게 좋은 합의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상황은 더 나빠진다. 트럼프는 어떤 합의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내년이나 그다음 해, 혹은 세 번째 임기 중 어느 시점에든 일본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다. 그의 사업 파트너들이 뼈저리게 배웠듯이, 트럼프에게 합의는 아무 의미도 없다.
같은 계산을 한국에도 적용해 보자.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32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한국 GDP의 약 7.3퍼센트에 해당한다. 15퍼센트 관세 때문에 수출이 5퍼센트 줄어든다면 1,250억 달러가 되고, 트럼프의 25퍼센트 관세로 10퍼센트 더 줄면 125억 달러가 줄어든다. 이는 GDP의 0.7퍼센트에 해당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125억 달러 수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자신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떤 나라든 이런 합의를 누군가와, 특히 트럼프와 맺을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두 나라는 트럼프가 요구하는 금액의 20분의 1만 써도 수출 손실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할 수 있고, 그게 훨씬 이득이다. 또 트럼프가 어떤 바보 같은 생각을 하거나 극우 인플루언서의 제안에 따라 갑자기 화내는 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일각에서는 두 나라가 중국에 맞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더욱 어리석은 전략이다. 두 나라 지도자가 중국의 군사적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사람으로 트럼프를 믿는 건 미친 짓이다. 그들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유럽 국가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의 총 GDP는 러시아의 다섯 배가 넘는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들은 군대를 강화하고 조율해서 러시아로부터 충분히 자신들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대만을 합쳐도 이들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의 군사력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들이 시간을 벌어 중국에 맞선다는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중국과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해야 하고, 미국의 지원에 의존할 수는 없다.
요컨대, 이 나라 지도자들이 직면한 문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수천억 달러를 넘겨줄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출처] Trump’s Japan and Korea Trade Deals Don’t Add Up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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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