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외교 무대에서 바쁜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연례 정상회의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의를 개최했으며,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패망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국은 여러 우호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지금 베이징이 세계 외교의 중심지라는 인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중국 수도에서 연출된 우호적 분위기의 외교 무대 뒤편을 들여다보면, 시진핑이 주장하는 것만큼 중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떠받치는 단합은 그리 견고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 9월 1일, 중국 톈진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출처 : SCO 페이스북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공동성명과 인공지능, 녹색산업, 국제무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20개 이상의 합의문을 채택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참석과 뉴델리와 베이징 간의 관계 개선이었다.
모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7년 만의 일이었다. 양국 관계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디 총리가 시진핑과의 양자 회담을 “성과 있는” 만남이라고 평가한 점과, 두 나라 관계가 “상호 존중, 상호 이익, 상호 민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이 인도를 SCO 틀 안으로 더욱 끌어들이려 한다는 명확한 신호 중 하나는, 2025년 4월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중국이 명확히 규탄한 것이었다. 중국이 이전에 이 공격을 규탄하지 않았던 탓에, 인도 국방장관은 올해 6월 열린 SCO 국방장관 회의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었다.
모디의 참석은 또한 모디와 시진핑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계속 지지한다는 사실을 과시할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의 3자 연대가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갖게 될 영향력은 매우 막강할 수 있다. 그러나 세 정상 간의 강력해 보이는 연대감에도 이들을 결속시키는 공통 기반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대한 반대” 외에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진핑은 SCO 정상회의에서 현재의 국제 질서 개혁에 대해 많은 발언을 했다. 그가 제시한 가장 최근의 청사진은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으로, 이는 유엔(UN)을 베이징 주도의 도구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이룰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 대부분의 SCO 회원국 및 파트너 국가들 역시 현재의 국제 금융 및 경제 시스템에 깊이 통합돼 있다. 이들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관세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글로벌 희토류 무역 지배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거의 없다.
시진핑에게 또 다른 문제는, 그가 시도하는 국제 체제 재편 구상들이 서로 보완적이기보다는 분산적이라는 점이다. SCO와 그의 대표적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일대일로 구상(BRI) 사이에는 일정 부분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 BRI가 전 세계적 범위를 대상으로 하며 경제력을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SCO는 지역 중심으로 안보 협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여기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포함되면, 중국의 국제 질서 재편 전략은 일관된 전략이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실험적 ‘시험 풍선’**에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시진핑 자신조차도 이 중 어떤 경로가 중국을 글로벌 리더십의 자리에 올려놓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문제는 시진핑의 파트너 선택의 한계다. 이번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러시아, 인도의 관계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틀 뒤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 퍼레이드에서는 중국·러시아·북한 간의 초기 동맹 관계가 중심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 행사에 모디 총리가 불참한 사실은 인도가 북한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진핑은 현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을 추구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 일부는 상호 양립 불가능하다. 또한 시진핑 주변의 인사들 중 일부는 그가 선택하는 모든 정치적 연대와 외교적 제휴에 대해 편안해하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SCO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출처: 모디 총리 페이스북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반감
중국의 미국 대체 글로벌 초강대국 전략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시진핑의 행보에는 일정한 논리가 있다. 그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내 영향권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권력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동력은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한 매력보다는 오히려 현존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은 현 백악관 주인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첫 6개월 동안 더욱 심화됐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를 세심히 조율하며, 인도를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내 연합체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관계는 트럼프의 끝없는 자만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4월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트럼프는 자신이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인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파키스탄과 함께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까지 거절하자, 트럼프는 즉시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고, 인도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동시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탱하며 미국의 패권을 보장해 왔던 유럽 및 아시아와의 핵심 동맹 관계를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다만, 트럼프가 최근 내놓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공모하고 있다”는 발언은, 서방의 우방국들 입장에서 트럼프가 베이징·모스크바·평양을 상대하는 전략을 재조정할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을 제공한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중국이 미국에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시진핑의 영향권은 아시아를 훨씬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점점 축소되는 영향권에 갇힌 채, 불안정한 2류 강대국으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출처] What Xi Jinping hosting Modi and Putin reveals about China’s plans for a new world orde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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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울프(Stefan Wolff)는 버밍엄대학교 국제 안보학 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