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의 이른바 디왈리 ‘선물’

모디 총리의 79주년 인도 광복절 레드 포트 연설. 출처: 나렌드라 모디 공식홈페이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의 광복절 연설은 예상대로 노골적인 거짓말로 가득했다(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 그는 예를 들어 BJP(인도국민당정권 하에서 인도 제조업이 크게 도약했다고 주장했지만실제로는 지난 10년간 제조업의 GDP 비중이 17.5퍼센트에서 12.6퍼센트로 급락했다이는 1960년 이후 처음으로 기록된 낮은 수치다이러한 하락은 경제학자들이 '탈산업화(deindustrialisation)'라 부르는 상태이며그런 탈산업화 과정을 마치 산업 발전의 성과인 양 포장하는 것이 바로 현 총리의 특징이다.

그는 또한광복절 연설에서 RSS(힌두 민족주의 단체)를 굳이 끌어들여 칭송했는데이는 사실을 정면으로 왜곡한 것이다. RSS는 독립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당시 지도자였던 M.S. 골왈카르(M. S. Golwalkar)는 심지어 독립 이후에도 인도가 자립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고결국 영국을 다시 불러와 행정을 맡겨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이에 관한 내용은 람 푸니야니(Ram Puniyani, 인도 인권운동가)가 자세히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주요 경제 발표즉 물품 및 서비스세(GST)에 대한 감면 정책으로 시선을 돌려보자그는 12%와 28% 세율 구간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앞으로는 기존에 12% 세율이 적용되던 품목에는 5% 세율이, 28% 세율이 적용되던 품목에는 18% 세율이 적용된다.

이러한 조치를 디왈리(힌두교 축제) '선물'이라 부른 것은 극히 불쾌한 봉건적 사고방식을 드러낸다세금은 국민이 납부하는 것이며세수는 국민의 돈에서 나오는 것이다세금 인하를 정부가 주는 '선물'이라 부르는 것은정부의 세수가 마치 자기 사유재산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을 반영하며이는 프랑스의 부르봉 왕 루이 14세가 한 유명한 말, “국가란 곧 나다(L'État, c'est moi)”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이성을 거꾸로 뒤집는 사고방식은 이제 NDA(국민민주동맹연정의 중심이 BJP) 정부에게 익숙한 일이다이 정권의 일부 고위 인사들은 과거에 인도 군대를 모디지의 군대(모디의 군대)’라고 부른 적도 있다.

이제 이른바 '선물'의 실제 규모를 살펴보자《힌두》(The Hindu) 8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현재 28% 세율 구간은 전체 GST 세수의 11%를 차지한다이 세율을 18%로 낮추면세수의 10% 감소즉 전체 GST 세수의 1.1% 손실이 발생한다마찬가지로 12% 세율 구간은 전체의 5%를 차지하며이를 5%로 낮추면 7%의 손실즉 전체 GST 세수의 0.35%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두 세율 인하로 인한 총손실은 전체 GST 세수의 1.45%, 즉 국민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GST 세수의 1.45%에 해당한다.

2024-25 회계연도 기준 전체 GST 세수는 220.8조 루피(Rs 22.08 lakh crore)이며이에 따르면 이번 세금 감면으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32,016크로어 루피즉 공식 GDP 추정치 기준으로 0.0967%, 편의상 0.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세금 감면이 경제 전반에 확장적 효과를 준다고 강조하지만실제 확장 효과는 이 감면 조치를 어떻게 재정적으로 조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만약 국민에게 세금 감면을 해주는 대신정부 지출을 그만큼 줄여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도록 한다면감면의 확장 효과는 지출 삭감의 수축 효과와 상쇄되어결과적으로 순확장 효과는 0이 된다.

그리고 만약 정부 지출 삭감이 교육의료고용 창출 같은 분야에서 이루어진다면세금 감면이 오히려 국민 복지를 저해하게 된다그런 경우 세금 감면은 경제 성장에도복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정부 지출 삭감 없이 단순히 재정 적자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세금 감면을 시행했다면확장 효과는 있겠지만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예컨대 이 감면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가정하고승수(multipier, 정부 지출 또는 세금 감면이 경제에 미치는 간접 효과를 수치화한 개념)를 2로 잡는다 해도, GDP 성장률은 고작 0.2%p 증가에 불과하다이는 지극히 미미한 수치다.

GDP의 0.1%에 불과한 세금 감면을 두고 '디왈리 선물운운하는 것 자체가자신의 업적을 과장하는 데 능숙한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정부가 진심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했다면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공공 교육 및 보건기관의 공석을 제대로 된 인력으로 채우는 등의 대규모 정부 지출 확대였을 것이다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유세와 상속세 도입이 필요했다.

현재 인도 내 부의 불평등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제기되고 있다기존에는 상위 1%가 전체 부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지만미국계 자산운용사 번스타인(Bernstei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인도 상위 1%가 전체 부의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어떤 수치를 따르든 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며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회복 정책은 이상적으로는 이 심각한 부의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기획되어야 한다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정신에도 부합한다총리의 광복절 연설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발표하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모디 정부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국민에게 실질적인 구제책을 제시하거나경제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하기는커녕과장된 언사로 '디왈리 선물'을 선언했을 뿐이다.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만 집착하고 실질적인 정책에는 무관심한 정부에게우리가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RSS 수장 모한 바그왓(Mohan Bhagwat)은 교육과 의료가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평범한 국민의 손이 닿지 않게 되었다고 인정했다이는 이러한 핵심 분야는 민영화가 아닌 정부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바그왓의 인정은 진실의 일부만 다룰 뿐이다나머지 절반은그가 속한 진영의 인사들이 공공 교육기관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는 RSS 계열 학생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고심지어 최소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교수직에 임명하며, RSS 인사들을 대학 행정 책임자로 앉히기 위해 총장 권한을 가진 주지사가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질이 의도적으로 파괴되는 상황에서설령 경제적 여건이 되더라도누가 자녀를 그런 교육기관에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결국 공공기관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자금이 부족할 뿐 아니라, RSS와 같은 파시스트적 단체의 개입으로 질까지 파괴되고 있다.

그 결과교육은 무너졌고보건은 무너졌으며, MGNREGS(농촌 실업자에게 최소 100일의 고용을 보장하는 인도 정부의 복지정책같은 고용창출 프로그램도 무너졌다.

79주년 광복절을 맞은 오늘인도는 신자유주의와 그 부산물인 파시스트 세력의 집권이라는 이중의 재앙으로 인해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러나 모디의 광복절 연설에서는 이 모든 현실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으며어떤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출처] Modi’s So-Called Diwali “Gift”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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