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발전소, 우리가 멈춘다”…발전 비정규직 27일 총파업·공동투쟁 나서

시민사회 "발전 비정규직 파업은 모두를 위한 투쟁"...인증샷 캠페인 등 지지 물결

불안하고 위험한 일터를 견디며,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만들어온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발전소’를 멈추는 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발전소 폐쇄에 따른 총고용 보장”을 위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27일 “총파업·공동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투쟁에는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금화PSC지부, 일진파워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한국발전기술지부와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는 비번자 중심, 연가 투쟁에 나선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현재 작업 중지 상태인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도 투쟁에 참여할 계획이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제공

박규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전HPS지부와 금화PSC지부, 일진파워노동조합은 각각 올해 5월부터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사측과의 입장차로 8월 초 교섭이 결렬되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하였고, 지난 20일 조정이 중지되었다”면서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일진파워노동조합 87.84%, 발전HPS지부 83.33%, 금화PSC지부 79.09%로 (파업 투쟁이) 가결되었다”고 경과를 밝혔다.

박규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박 지부장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공동투쟁에 나서는 것은 “사측이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하였음에도, 임금 제시안은 턱없이 부족하고 오히려 임금동결을 주장하며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이번 투쟁이 올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연쇄적 폐쇄로 인해 “2036년까지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가 2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고용 안정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발전공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고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돌아가셨을 때 정부는 원하청 구조를 문제로 짚고, 노동자가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하겠단 입장을 냈었다”면서, 정부가 “해고라는 죽음의 위기에 놓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전력 산업 민영화를 막아낼 수 있는 대안”인 “공공재생에너지법을 통과시켜”, “국가정책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지회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씨의 동료인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지회장은 “우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민에게 전기를 공급한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고된 일터를 버티며 일해왔다”면서 “그러나 더 이상 발전소 노동자의 피와 목숨으로 전기를 만들 순 없어, 올해 12월부터 시작되는 발전소 폐쇄라는 현실 앞에 노동자들은 발전소를 멈춰 세우고,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발전소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 불법 파견의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어갔다”며 “(원청이)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안전인력 충원조차 하지 않은 결과, 현장인력의 부족과 안전관리 시스템은 허울뿐인 말”이 되었고, “태안화력발전소는 폐쇄를 앞뒀단 이유로 신규인력 채용을 멈춰, 기존 인력에게 노동이 가중되고 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이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가 남긴 유언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다단계 하청'의 굴레를 끊어낼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발전소 인력과 계획에 관한 책임이 있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재명 정부는 이제라도 노동이 존중되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로 국정기조를 전환”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최근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 청원이 5만 명의 참여를 달성했다”며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과 이행을 비롯해, 발전소 현장과 시민들이 함께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갈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투쟁”에 연대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마음도 너르게 모이고 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부정의에 맞서,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아주 큰 용기와 결단을 내고, 투쟁의 길을 내는 발전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은혜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거대한 산업 전환의 기로 앞에서, 여태껏 이윤을 위해 착취하고 파괴해 온 세상을 끝내고 생명을 지키고 서로를 돌보는 생태적인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고,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그냥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공공재생에너지로 기후위기 시대에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가열차게 싸울 것”이며, “정부와 기업들이 말로만 하는 그린워싱, 가짜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정말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삶을 빼앗는 일이 없는 정의로운 전환을 기필코 이루어낼 것”이라며, 그 길에 맨 앞에서 투쟁하는 발전 비정규직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다가오는 27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단협 승리와 총고용 보장 등을 걸고 파업에 나서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의로운 산업 전환은 발전소 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오래 투쟁해 온 요구”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번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투쟁”이라고 이야기했다. 홍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정부와 발전소 원청사에 경고한다”며 “27일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도 투쟁에 함께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제공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이날 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발전소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로 “발전소에서 청춘을 바쳐 일을 했고 발전소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어 왔다”면서 “하지만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으로, “우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이 폐쇄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까지 폐쇄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묻고는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2,000여 명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유휴 인력으로 전환되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를 마주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발전소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활동가들만이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며 “이는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막아내고 총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발전소 폐쇄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미 발전소에서는 폐쇄 계획을 명분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안전관리에 소홀하며, “2025년 임금교섭에서도 임금동결 주장까지 나오는 등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렇듯 국가 산업인 발전소 현장에서 ‘각자도생’의 생존 방식이 만연한 가운데,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벌어졌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더는 참을 수 없어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 이런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파업에 돌입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도 불구하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9월 27일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 맞추어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 선언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대회 웹포스터. 공공운수노조 제공
"발전 비정규직 총파업 지지 인증사진" 캠페인. 플랫폼C 제공

이번 총파업-공동투쟁에 나서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 모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대회’를 진행한다. 이날 집회에는 발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자·시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출발해 서울로 모여 함께할 계획이다. 이번 투쟁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발전 비정규직 총파업 지지 인증사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지 인증사진 캠페인에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이 웹페이지에서 피켓을 내려받아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개인 SNS 등에 촬영한 사진을 "#발전노동자총고용보장 #공공재생에너지법제정 #정의로운전환 #죽지않고일할권리"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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