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최근 기사에서 무형자산(intangibles)의 부상에 대해 매우 흥분한 논조로 다뤘다. 기사 작성자인 텍 파리크(Tek Parikh)는 “50년 전만 해도 미국 상위 500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주로 ‘유형자산(tangible)’ — 공장, 장비, 재고 등 — 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이들 자산의 대부분이 ‘무형자산(intangible)’, 즉 지식과 소프트웨어 같은 지적 재산권, 브랜드 가치, 마케팅 네트워크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무형자산에 대한 지출이 유형자산 투자를 넘어선 시점이 1990년대 후반이었고, 그 격차는 이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소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2017년, 임페리얼 칼리지의 조너선 하스켈(Jonathan Haskel)과 네스타의 스티안 웨스트레이크(Stian Westlake)가 ⟪자본 없는 자본주의⟫(Capitalism without Capital): 무형경제의 부상(The Rise of Intangible Economy)이라는 책을 쓴 바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만큼은 최소한 1990년대 중반부터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유형자산 투자를 초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스켈과 웨스트레이크는 지적 재산권(IP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같은 무형자산 투자의 주요한 영향은 자본가들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적 재산권을 통해 선도 기업들이 아이디어, 연구, 디자인 개발을 독점하고 다른 기업들로의 ‘지식 확산’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그니피선트 세븐(Magnificent Seven)’과 ‘빅 파마(Big Pharma)’ 같은 거대 기업들이 막대한 초과이윤을 거두고, 독점적 지적 재산권을 통해 그 이윤을 보호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수익성을 희생시키는 현상이 설명된다.
파리크는 이에 대한 최신 근거를 제시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sation)에 따르면, 미국 15대 대기업의 총 기업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하며, 이는 미국 기업 전반의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에서 파리크(Tek Parikh)는 이렇게 흥분된 어조로 주장한다. “이러한 전환은 미국 증시에서 나타나는 네 가지 주요한 특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높은 집중도, 예외주의, 변동성, 그리고 거품 같은 고평가다.” 그는 무형자산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이 실제 생산적 투자와 비교해 과대 평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제안한다. 스파클라인(Sparkline)의 우(Wu)는 무형자산을 포함해 회계 처리한다면, 현재 보이는 과대평가가 약 25~50%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한다. 우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이 결코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보유한 무형자산을 제대로 반영하면 평가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만큼 과열돼 보이지 않는다.”
또한 더 중요한 점은 무형자산을 고려하지 않으면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된다는 것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측정되지 않은 무형자산”이 작년 미국에서 약 2조 7천억 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한다. 이 금액을 GDP에 반영했다면, 2010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0.2%p 이상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형자산 투자로 자본주의 생산의 축적 방식이 바뀐다(하스켈과 웨스트레이크), 주식시장 고평가를 완화한다(파리크), 생산성을 끌어올린다(WIPO)는 결론은 과장됐다고 나는 본다.
핵심은 무형자산 투자가 더 많은 이윤을 가져오려면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 역시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에드 콘웨이(Ed Conway)는 그의 저서 ⟪물질 세계⟫(Material World)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가 점점 더 ‘비물질적 세계’에 살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가치가 앱, 네트워크, 온라인 서비스 같은 무형자산에서 나온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물질 세계가 모든 것을 뒷받침한다… 소셜 네트워크부터 소매업, 금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것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인프라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콘크리트, 구리, 광섬유가 없다면 데이터센터도, 전기도, 인터넷도 존재하지 않는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철강이나 천연가스가 갑자기 고갈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전 세계 경제의 대부분은 여전히 유형의 ‘물질(stuff)’ 생산 위에 세워져 있으며, 이는 수십억 명의 노동을 통해 상품화된다.
콘웨이는 이렇게 덧붙인다. “아이디어의 세계는 꽤나 근사한 곳이다. 이 비물질적 세계에서 우리는 서비스, 경영, 행정을 판매하고, 앱과 웹사이트를 개발하며, 한 칸에서 다른 칸으로 돈을 옮기고, 생각과 조언, 이발 서비스, 음식 배달 같은 것들을 주로 거래한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 산이 파헤쳐지고 있어도 이 비물질적 세계에서는 그게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콘웨이는 2019년에 전 세계가 지표면에서 채굴·발파·추출한 자원의 총량이 인류 역사에서 채굴을 시작한 이래 1950년까지 채취한 자원의 총합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잠시 그 사실을 생각해 보라. 단 1년 동안 인류가 채취한 자원이, 초기 채굴 시절부터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을 포함한 1950년까지의 대부분의 역사 동안 채취한 자원보다 더 많았다.” 비록 미국과 영국 같은 탈산업 국가들에서는 원자재 소비가 줄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생산하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자원 채취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무형자산의 가치 중 상당 부분은 실제로 생산적이지 않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작은 기업의 이익을 대기업으로 이전하는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무형자산 투자가 유형자산 투자를 대체하고, 비용을 줄이며, 이윤율을 높여 주식시장 평가를 정당화하고 생산성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이라면, 주요 경제권에서 무형자산 투자가 유형자산 투자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자본 축적과 수익성의 본질을 바꾸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주요 경제권에서 이윤율은 1990년대 후반보다 전반적으로 더 낮은 수준이다.
출처: Basu-Wasner, EWPT 7.0 시리즈, 저자 계산
미국의 순투자(감가상각 후)는 더 낮아졌다.
출처: FRED, MR
그리고 생산성 성장률도 더 낮아졌다.
출처: FRED, MR
무형 자산 투자가 초대형 기업들로의 자본 집중과 중앙집중화를 심화시켰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수익성, 투자, 생산성 성장의 하락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출처] Intangibles: does it change thing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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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