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과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이해를 어떤 전통적인 논리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기존의 어떤 지적 지도 위에 위치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아서 E. 케이스(1945), ⟪걸리버 여행기의 지리와 연대기⟫(The Geography and Chronology of Gulliver's Travels). ⟪걸리버 여행기에 관한 네 편의 에세이⟫(Four Essays on Gulliver's Travels). 프린스턴: 프린스턴 대학교 출판부.
경제 논리는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외국인들이 비용을 낸다”는 식의 앞뒤 맞지 않는 중상주의적 중얼거림으로 축소된다.
그의 관세 요구는 분명한 지정학적 지도도 따르지 않는다. 카메론 아바디와 내가 이번 주 팟캐스트에서 논의했듯이, 지정학적으로 사고한다면 왜 하필 인도에 그토록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는가? 트럼프는 인도가 중국과의 인도-태평양 투쟁에서 미국의 핵심 균형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블룸버그>의 메나카 도시(Menaka Doshi)가 제안했듯이, 이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2004년부터 미국 NBC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지만 새로운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너, 관세 먹었어!(You’re tariffed!)’ 이 실제 에피소드에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다시 사기 위해 21일의 시간을 부여받았다. 실패한다면, 관세가 두 배인 50퍼센트로 오르면서 인도 수출은 사실상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부터 봉쇄될 것이다.”
출처: 블룸버그
그러나 ‘어프렌티스’에서의 트럼프의 이력은 차치하고, 이런 식의 트루스소셜(TruthSocial) 게시물을 자극하는 세계관은 무엇인가?
“수십억 달러가, 수년 동안 미국을 이용해 먹고 비웃어온 나라들로부터 주로 흘러들어와, 이제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 세계관의 기저에는 미국이 오랫동안 자신을 이용당하고 조롱당하게 내버려 두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트럼프는 이제 균형을 바로잡고 “수십억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강대국들이 서로를 대등하게 마주하는 관점이 아니다.
이는 스스로 비용을 치르면서라도 규범 기반 질서를 떠받치는 전략적 패권국의 비전도 아니다.
그보다는 동화나 우화에 가까운 무엇이다. 특히 떠오르는 것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유치원 버전에서 릴리풋과 맞닥뜨린 걸리버의 모습이다.
스위프트에 대한 복잡한 주해는 제쳐두고, 이 트루스소셜판 18세기 풍자를 보자. 여기서 미국은 잠들어버린 거인이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자만하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에 의해 잠들어버린 거인 말이다. 잠든 동안, 이 거인은 작은 나라들의 책략의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의 임무는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잠에서 깨우는 것이다. 세상을 파괴하거나 작은 나라들을 몰살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트럼프식 무역관 — 다른 트럼프식 세계관들도 있지만 — 에서 세계의 나머지는 착취적이고 옹졸하다. 다른 나라들의 압도적 다수는 실제로는 자신들만의 힘을 거의 가지지 못했다. 인도의 경제는 사실상 “죽은 경제”다. 다른 나라들은 자유무역 규칙 같은 것을 들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허세를 부리며 “내내 비웃었다(은행까지 가는 길 내내 웃었다는 뜻일까?)”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단 잠든 거인이 깨어났음을 알리고 이제 깨어났다고 통보하면,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끝났음을 깨닫고 달려와 협상을 맺으려 할 것이다. 걸리버는 관세 수입과 외국인 투자의 활력을 보약처럼 즐기며 신이 내린, 자연스러운, 순수 미국적 생명력을 회복할 것이다. 세계는 올바른 균형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비대칭적 세계경제에 대한 어떤 구조적 분석에도 근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잠든 거인과 교활한 소인국인들의 동화에 불과하다.
참고로, 스위프트의 풍자적 환상극에는 걸리버가 왕궁 위에 오줌을 누었다는 이유로 릴리풋 사람들이 그를 실명시키기로 결의하는 부분도 있다. 이야기를 꾸민다면 두 부분 모두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동화 버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비슷한 점들을 지나치게 억지로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다.
내 요점은 단순하다. 우리는 트럼프 세계를 전통적인 경제적·지정학적 분석으로 보기보다는 기묘한 동화라는 틀로 볼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는 “현실 세계”가 실제로 트럼프의 동화 같은 비전에 부합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특히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폰 데어 라이엔(von der Leyen)과의 무역 협상은 ‘걸리버 신화’가 재연된 것처럼 읽힐 수 있다.
미국이 몸을 일으키자 유럽은 즉각 15%의 일방적 관세를 수용했고, 6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7천5백억 달러의 미국산 화석에너지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말이 맞잖아”라고 대통령은 자랑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유럽 논객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굴욕적인 양보를 했다고 자책하면서 그의 관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유럽은 정말로 작다. 많이 읽힌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에서 마르크 드 보스(Marc de Vos)는 2025년을 유럽의 “굴욕의 여름”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한때 벨기에 사회주의자 폴-앙리 스파크(Paul-Henri Spaak)가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유럽에는 두 종류의 국가밖에 없다. 작은 나라와 자신이 작은 나라임을 아직 깨닫지 못한 작은 나라.”
그런데 만약 유럽이 단순히 약한 것만이 아니라, 분명 약하기는 하지만 교활하기도 하다면 어떨까. 만약 유럽이 동화집을 읽어봤다면 어떨까. 만약 유럽이 트럼프가 스스로를 걸리버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어떨까. 그가 세계정치를 ‘어프렌티스’의 대형판으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어떨까. 하지만 두 아이디어 모두 현실과의 관련성은 “레슬링”이 실제 올림픽 종목과 맺는 관계만큼이나 유치한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상황은 트럼프가 걸리버이기는 한데, 사실은 옷을 입지 않은 걸리버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에서 열린 조작된 골프 경기에서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대통령임을 떠올려야 한다. 현실과 허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것은 트럼프 정치의 핵심이다.
이런 사람을 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그의 허세를 폭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실제로 힘겨루기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누가 옷도 입지 않은, 망상에 사로잡힌 비틀거리는 노인과 그런 힘겨루기를 하고 싶어하겠는가?
또 다른 방법은 도널드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금 그의 선호하는 거래 방식은 세 가지로 구성된 듯하다. 하나는 관세율 숫자, 또 하나는 일시불 투자금,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이 가진 몇 안 되는 매력적인 거대 상품 — 석유, 가스, 무기, 반도체 같은 것 — 을 사겠다는 약속이다.
만약 힘겨루기로 인해 불명예를 입지 않고 조용한 삶을 원한다면 — 그리고 지금 EU는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파탄 내지 않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해야 하므로 — 세 가지를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그가 자신의 골프 리조트 연회장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는 동안 해주는 편이 좋다.
그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EU가 6천억 달러의 투자를 특정 지역에 지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브뤼셀은 유럽의 에너지 수입을 통제하지 않으며,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7천5백억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를 사들이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나는 폴 크루그먼의 견해와 전적으로 일치한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유럽이 실제로 트럼프를 속였다는 것일까, 크루그먼이 암시하듯이? 그것은 트럼프가 이 협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여기서의 목표가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믿음을 지나치게 늘어뜨리는 것 같다. 더 명확한 해석은, 우선순위가 동화를 연출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쇼를 계속 굴려가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이 합의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까? 이것이 틀어질 수 있을까? 미래에 새로운 폭발이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나 트럼프 같은 사람과의 어떤 합의도 그런 사태를 막아줄 수는 없다. 아마도 유럽과 다른 나라들은 그의 주의력이 짧아 곧 다른 데로 옮겨가기를 바랄 뿐일 것이다. 어쨌든 괴롭힐 작은 나라들이 엄청나게 많고, 따라잡아야 할 골프도 그만큼 많다.
지금 가능한 유일한 전술은 하루하루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다. 세계가 자신이 내려줄 징벌을 기다린다고 믿는 벌거벗은 거인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제 냉혹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다!
[출처] Chartbook 403 Trump as a Gulliver ... with no clothe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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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