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도미니카공화국 엘 세이보(El Ceibo)의 시골 자택에서 출산한 32세의 아이티 이주 여성 루르디아 장피에르(Lourdia Jean-Pierre)가 사망했다. <아이티언 타임스>(The Haitian Times) 보도에 따르면, 사인은 산후 출혈이었다.
장피에르는 의료 처치를 받아야 했음에도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강제 추방될까 봐 두려웠다.
장피에르의 두려움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사망한 직후, 구급대원들이 경찰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신생아의 상태를 확인했고, 그의 남편 로널드 장(Ronald Jean)을 체포하려 했다. 장은 추방을 기다리며 신생아를 친척에게 맡겼다.
올해 4월 21일부터 5월 말까지, 모유 수유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 900명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아이티로 추방되었다. 이들은 도미니카공화국 정부가 새롭게 시행한 초강경 이민 정책의 일환이었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22,778명의 아이티인이 아이티로 추방되었다.
대규모 추방의 새로운 물결
지난해 10월, 도미니카 정부는 루이스 아비나데르(Luis Abinader) 대통령이 주당 1만 명의 아이티인을 추방하라고 지시하면서 대규모 추방의 새로운 물결을 시작했다. 4월 6일, 그는 이민 통제를 위한 새로운 ‘특별 조치’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4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민국 공무원들이 병원에 배치되었고, 이주민들에게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전에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구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추방 대상이 되었다.
새로 도입된 지침은 임신부와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원에서 이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는 이 정책이 곧바로 시행된 33개 병원이 “임신한 이주 여성들, 주로 아이티 출신 여성을 가장 많이 진료하는 병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표적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임신한 이주 여성들이 표적이 되는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21년 9월, 도미니카공화국 내무경찰부는 임신한 이주 여성의 의료 접근을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수도와 대도시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수십 건의 강제 추방 단속이 이뤄졌다. 이민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전 진료 예약률은 2021년 말까지 80%나 감소했다.
이러한 단속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산전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산전 관리는 산모 사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진료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미니카공화국 국가보건체계는 2022년 상반기 산모 사망자의 56%가 아이티 출신 여성이라고 추산했다.
서류가 없으면, 진료도 없다
도미니카공화국에 거주하는 아이티인들에게는 비자를 신청하거나 갱신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또한 도미니카공화국은 2022년 9월 이후 아이티 내 자국 영사관들을 모두 폐쇄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는 아이티계 국민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서류 미비 문제가 있었으며, 이는 2013년 아이티계 도미니카 국민 최대 20만 명의 국적을 박탈한 사건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 그 결과, 도미니카-아이티계 시민들 또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추방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일은 미리암 페르디낭(Mirryam Ferdinad)에게 실제로 발생했다. 공동체 보고에 따르면, 그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대신 하이나(Haina)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주자 구금센터에 수감되었다. 페르디낭은 5월 31일 석방되었다.
보통은 환자들이 병에서 회복한 후에야 추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추방이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서, 허용 인원을 초과한 트럭에 태운 채 자주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구조적 인종차별
아이티계 도미니카인의 국적 박탈에 저항하는 단체 ‘레코노시도’(Reconocido)의 공동 설립자 엘레나 로락(Elena Lorac)은 이 상황이 구조적 인종차별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정치에는 반흑인 인종주의와 반아이티주의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흑인성이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적·신체적 특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은 곧 이웃국 아이티와 연결된다.
이에 반해, ‘안티구아 오르덴 도미니카나’(Antigua Orden Dominicana) 같은 도미니카공화국의 민족주의 단체들은 자신들의 식민지 시대 스페인 혈통을 강조한다.
출산 건강권에 대한 공격
임신한 아이티 여성들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산후 출혈과 안전하지 않은 낙태는 산모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임신한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안들이다.
아이티는 서반구에서 산모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산모 사망률은 더 낮다. 그러나 이 나라는 임신한 이주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모든 상황에서의 낙태 전면 금지로 인해 여성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아이티: 인도주의 위기의 나라
강제 추방된 이주민들은 대개 자신이 추방된 지역에 가족이나 사회적 연고가 없다. 그들은 보건 서비스나 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도 매우 제한적이거나 전혀 없다.
도미니카-아이티계 사람들도 법적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추방된다. 이들은 평생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살아왔음에도 추방되며, 종종 아이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아이티 크레올어도 거의 하지 못한다.
아이티에서는 1차 보건의료의 약 40%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돼 왔으나, 현재는 해당 기구의 예산이 거의 전면 삭감된 상태다.
몇몇 단체들이 추방자들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와 같은 인도주의 기관들에 대한 전 세계적인 예산 삭감은 현장 인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티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재정 삭감은 극도로 불안정한 생활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체 인구의 9%가 국내 실향민이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6월까지 극심한 식량 불안정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5월 28일, 도미니카공화국 보건부 청사 앞에서 페미니스트 및 노동자 단체들이 아이티계 이주 여성과 도미니카-아이티계 여성에 대한 산과적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로레나 에스피노사 페냐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
5월 28일, 13개 단체가 도미니카공화국 보건부 앞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농촌 여성, 가사 노동자, 예술가,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참여해 산부인과 병동에서 벌어지는 강제 추방 단속을 중단하고, 병원 내 이민국 직원들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
도미니카-아이티계 여성운동단체 MUDHA(Movement of Dominican-Haitian Women)의 공동 설립자인 시라나 돌리스(Sirana Dolis)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티 여성들과 아이티계 여성들은 생명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출산이 곧 사형선고와도 같다.”
[출처] For Haitian migrants in the Dominican Republic, ‘reproduction is like a death sentenc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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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야 야바네라스 블랑코(Masaya Llavaneras Blanco)는 웨스턴대학교 휴런대학교(Huron University College, Western University) 개발학 조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