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은 유난히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이 시기 동안 영국을 둘러싼 바다에서는 해양 폭염이 점차 강해졌다. 다시 말해, 2025년 초부터 지금까지 해수면 온도는 해마다 해당 날짜 기준 상위 10% 안에 드는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의 해수면 온도를 알 수 있을까? 2025년 4월과 5월 내내 과학자들은 위성, 부표, 기타 부유 장치, 그리고 바다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을 활용해 영국 주변 바다를 지도화하고 관측할 수 있었다.
출처: Unsplash, John-Mark Strange
극궤도 위성에 장착된 적외선 감지기는 바다 표층의 온도를 추론할 수 있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 이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 센서는 구름을 '투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 출처들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데이터셋은 이제 45년 이상 축적되어 왔으며, 이는 해당 기간 동안의 기후 기준선을 설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기준선은 장기 평균에서 벗어난 현상을 적절히 맥락화하는 데 중요하다. 기준선이 없다면 과학자들은 해양 폭염이 얼마나 심각하고 광범위한지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0년 넘게 영국 남서부 해역에서 해수 온도를 측정해 온 연구소 덕분에 우리는 데번(Devon) 남쪽 해역의 바다 온도가 120년 평균보다 2.7°C 더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4단계 분류 체계에서 ‘카테고리 II(강한)’ 해양 폭염에 해당한다.
장기 모니터링의 중요성
해양 폭염은 우리가 기상학적 폭염에서 기대하는 양상과는 다르다. 2023년 이래 영국 주변 바다는 정기적으로 해양 폭염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바다 온도는 상위 10% 수준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3월 초 해수 온도가 10도일 때 그것을 ‘폭염’이라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해양 폭염에 대한 더 나은 정의를 찾기 위한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장기 기준선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온 구간이 점차 위로 이동함에 따라 이러한 정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수십 년에 걸쳐 수집된 데이터셋은 이 작업에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플리머스 해양 연구소와 해양생물학회는 100년 넘게 영국 해협 서부의 해양 상태를 모니터링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 관측 조사 중 하나가 플리머스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해역에 위치해 있다.
E1 관측소는 1902년 ‘해양탐사국제평의회’가 해양 관측을 위한 영국 측 활동(이니셜 E의 유래)의 일환으로 설립했다.
E1 관측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관측이 이뤄진 이후 지금까지 거의 중단 없이 자료를 수집해 왔다는 사실이다, 겨울에는 월간, 여름에는 격주로 수행되는 높은 관측 빈도, 그리고 수면뿐 아니라 전체 수심층(80미터 깊이)에 걸쳐 표본을 채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측 방식 덕분에 과학자들은 해당 해역에서 계절에 따른 수층 혼합과 층 형성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123년 된 이 데이터셋은 해수면 온도가 지난 40년 동안 현저하게 상승했으며, 그 상승 속도는 10년에 약 0.6°C임을 보여준다. 고온 이상 현상은 점점 더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저온 이상 현상은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다.
해양 폭염 조건은 특히 2010년 이후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데이터는 또한 바다 표층 아래 깊은 곳, 수심 50미터에서도 온도가 뚜렷하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해양 폭염은 단지 표층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어부들이 따뜻해진 해수 온도 때문에 데번(Devon)과 콘월(Cornwall) 앞바다에서 문어를 대량으로 잡고 있다. 출처: Unsplash, Christian Seebeck
이 해양 폭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2025년 봄의 해양 폭염은 여러 요인이 결합되어 발생했다. 결국 낮 동안 바다에 유입되는 에너지가 밤에 손실되는 에너지보다 많아졌다는 사실로 요약된다.
2025년 3월은 관측 이래(1910년 이후) 가장 햇볕이 많았던 3월이었다. 영국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이달 동안 햇빛이 비친 시간은 약 185시간이었다. 4월에는 영국의 태양광 발전량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며, 4월 1일 하루에 18GW의 태양광 발전 용량 중 12.2GW의 최대 발전량이 달성됐다.
5월 역시 이 추세를 이어갔다. 대기의 고기압 지대 아래에서 맑은 하늘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고기압 지역은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한 특성과도 연결되는데, 이는 따뜻한 표층수와 차가운 심층수 간의 혼합을 억제한다.
봄에는 낮의 길이가 급속히 길어지기 때문에 유입되는 에너지(낮)가 방출되는 에너지(밤)보다 많아진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올해 봄의 식물플랑크톤 대 번성이 매우 이르게 발생했다는 것이다(3월 초). 이는 해수 표면에 존재하는 미세한 식물 세포들이 지상 식물처럼 생장을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번 해에는 대 번성이 상대적으로 일찍 끝났고, 표층 해수가 더 일찍 맑아졌다.
5월의 E1 관측소 조건은 보통 한여름에나 기대할 법한 양상을 보였다. 식물플랑크톤 대 번성은 더 깊은 수심에서 나타났고, 맑아진 표층수는 햇빛이 더 깊이 침투할 수 있도록 했다.
100년이 넘는 관측 기록을 통해 우리는 해양 폭염이 점점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영국 주변 바다에서는 거의 연속적인 해양 폭염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 폭염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영국 상공에 정체된 고기압의 지속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운 기후 패턴의 징후인지, 아니면 단지 영국 해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변화 양상 속의 한 에피소드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출처] What a 120-year-old research station is telling us about the warming of the sea around the UK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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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스미스(Tim Smyth)는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에서 ‘해양 과정 및 관측 그룹’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