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청문회 청원 성사가 ‘되겠나, 되겠나’ 하다가도 청원 성사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동지들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6월 15일 희망이 현실이 됐다. 하루 만에 만 명 이상이 동의 청원을 해주시면서 마침내 청원이 성립됐다. 이미 5만 명이 넘어 52,705명이 마음을 모아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5월 19일, 이재명 후보 캠프 앞에선 고공농성 사업장 노동자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고공농성이 뜨거워도 동지들을 보면서 버틴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있던 14일은 너무 덥다 못해 뜨거운 날이었다. 그때 당시를 기록한 영상을 봤다. 그 더운 날 많은 동지들이 노력해주셨다. 어떻게든 한 명의 동의를 더 받으려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만이 아니라 SNS로 홍보해주시고, 언론에 글을 기고해주시고,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각종 집회에서 청원을 모아주신 동지들께 글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함께 싸워줘서 너무나 고맙고, 옆에 함께해주어 정말 고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청원 성사가 요원해 보이다가도 동지들의 노력에 꾸준히 동의 수도 늘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비로소 청원이 성사됐다. 만약 내가 투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청원을 요청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동의를 눌렀을까? 마음을 움직여도 손을 움직이는 것으로 이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고공이 이렇게 뜨거워도 동자들이 밑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힘을 얻는다. 힘들어도 그만큼 힘듦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래 우리 다 같이 싸우고 있는데 좀 더 힘내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계획 발표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국회는 52,705명의 요구에 응답하라
니토덴코는 구미공장의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옮기고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156명을 신규 채용까지 했다. 그런데 왜 우리의 고용승계가 불가능한지 묻고 싶다.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온갖 혜택을 주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을 들여왔다. 그런데 청산이나 철수를 할 때면 이들은 한국 노동자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먹튀’한다. 외국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니토덴코는 정말 잃은 것이 하나도 없다. 니토덴코 구미공장의 노동자들은 희생의 대상이었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을 버렸다가 애플의 지시로 필요성이 생기자 다시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화재조차도 천문학적인 보험금과 함께 먹튀의 명분으로 남았다. 니토덴코가 잃은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국민동의 청원이 성립되면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만의 질문이 아니게 됐다. 한국을 살아가는 시민의 요구가 됐고, 청원 성립을 위해 뜨거운 연대를 보여준 광장 시민 동지들의 물음이 됐다. 국회는 니토덴코와 외국인 투자기업에 책임을 물을 의무가 있다.
지난 4월 7일, '외투기업·투기자본 행태 고발과 제도 개선 촉구 현장증언대회'에서 발언하는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더운 여름의 뜨거운 연대, 승리로 보답하겠다
투쟁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먹튀 기업에 맞서 먼저 싸워왔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우리가 이만큼 투쟁할 수 있었던 것도 앞선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니토덴코의 잘못에 이렇게 힘들게 싸워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억울한 일이 또 발생한다는 것은 그리고 또 다른 노동자들이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회의 의무와 역할이 청문회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에서도 먹튀방지법(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법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외국인투자기업에 현금 지원, 규제 완화, 임대료 감면 등 혜택을 주지만, 그들에게 노동권 보장 등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외국자본이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써도 되도록 된다. 법을 바꿔 우리와 같은 사례가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
동지들이 청원 성사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청문회 성사는 물론이고, 우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7명의 고용승계와 먹튀방지법의 제정으로 더운 여름의 뜨거운 연대에 보답하겠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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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