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보이지 않는 선거

21대 대선 그리고 언론보도, 한국은 단단히 고장 났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사전투표가 진행됐고 역대 두 번째 최고치인 34.74%를 기록했다그런데그 모양새가 마뜩잖다언론은 공표금지 기간 전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제각각 발표했다대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40% 후반대로 나타났다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30대 중·후반부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0%가량의 지지율을 드러냈다그리고 그 수많은 보도에서 이번에도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평론가들도 이재명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까?’, ‘김문수 후보가 40%를 넘을까?’, ‘이준석 후보가 10% 혹은 15%를 넘을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둔다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향후 선거 TV토론에 나갈 자격이 주어지는 기준인 ‘3% 이상 득표’ 기록 여부는 진보 진영 내부만의 관심일 뿐이다이게 한국 정치의 암담한 현실이다

정치평론가들의 천편일률적인 분석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그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당 결집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1위 후보자와 좁혀질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큰 만큼 제3당인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해 왔다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였다그리고 현재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은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그런데그게 옳은가?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으로 한국 사회 시스템이 망가졌다그런데도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30% ·후반으로 잡히는 건 자연스러울 게 아니라경을 칠 일이다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고, TV토론에서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는 이준석 후보의 투표율이 10% 언저리에 머문다는 건분노할 일이다광장의 요구를 가장 많이 수용한 권영국 후보의 지지율이 1%라는 건매우 이상한 일이다이 모든 현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 사회는 단단히 고장 났다.”

거대 양당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은 못 느낀다

SBS 여론조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SBS는 응답자에게 TV토론의 시청 여부와 함께 누가 TV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그 결과이재명 후보 39%, 김문수 후보 21%, 이준석 후보 24%로 나타났다권영국 후보는 7%를 얻었다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한 비율과 후보 지지율이 일치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격차가 난다는 점이 중요하다정치평론가들이 자연스럽다고 분석하는 거대 양당’ 구도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실제 한국은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도 비례성이 떨어지는 나라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여당의 지위에 있었기에 현 후진적 정치문화를 만든 데 책임이 크다국회에서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에 따라 (원안보다 후퇴한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본회의를 통과(2019년 12)했다그러자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전 세계 조롱거리인 이 위성정당을 더불어민주당도 어쩔 수 없다며 스리슬쩍 따라갔다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 수 감축을 말한다이번에도 김문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원 10% 축소를 얘기했다국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공략한 것이지만엄밀히 정치혐오를 기반에 둔 무책한 정치의 극치다.

단일화’ 논란도 마찬가지다한국은 거대 양당이 아닌 소수 정당 후보에 표를 던지면 눈총을 받는 사회다. 20대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 중 일부는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겨냥했다이재명 후보가 0.73% 차로 떨어지자심상정 후보가 얻은 2.37%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노력해서 0.73%를 더 좁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지만상식을 기대하기 어렵다이번 선거에서도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관심 뉴스였다중요한 건그만큼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그 피해는 시민한테 돌아간다는 점이다. ‘거대 양당 구조를 깰’ 정치개혁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초청3차 후보자토론회.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영상콘텐츠

21대 대선 TV토론에서 권영국 후보 또한 위성정당방지법과 결선투표제 도입에 관해 물었다이에 김문수 후보는 “(오히려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쳐야 한다”, “(결선투표제는맞지 않다고 답했다이재명 후보는 위성정당방지법은 국민의힘과 합의를 강조했고결선투표제 또한 지방선거 적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절망적이다.

언론거대 양당과 닮았다

언론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은 잘 안다그런데도 21대 대선 관련 보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대선 보도는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집중돼 있다여기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추가되곤 한다이런 언론보도가 현재의 후보 지지율을 견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안타까운 건그것을 바꾸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후보들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한겨레 1(5월 13일 자)이 화제가 됐었다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이준석 후보의 사진만이 1면에 실렸기 때문이다세종호텔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를 찾았던 권영국 후보는 제외됐다. “한겨레 너마저라는 한숨이 쏟아진 까닭이다문화일보는 첫 TV토론 후권영국 후보를 제외한 3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전문가 평가를 지면에 실었다가 사과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도 TV토론에서 못한 정책토론을 이어간다면서 개혁신당 인사까지만 초대했다그만큼 권영국은 언론에서 삭제되고 있다그가 대변하고 있는 여성을 비롯한 성소수자장애인노동자 등 소수자들의 현실과도 참으로 닮은 모습이다.

언론이 다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언론은 원내 정당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긴 하다그만큼 원내정당이 국민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긴 어렵다하지만 적어도 21대 대통령 선거는 달라야 했다언론사들이 관행대로 했다고 답한다면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현재 진행되는 조기대선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까지만 조명하면서 내세우는 또 다른 논리는 지지율이다지지율순에서 3등까지 끊었다는 말이다하지만 정말 될놈될’ 기준이라면굳이 이재명 후보 외 타 후보를 다룰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극단적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그 기준은 그저 언론사의 필요에 따라 편의적으로 자른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권영국 후보가 누락된 언론은 어떤가결론적으로 광장 이후 치러지는 대선에서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후보 1인과 보수정당 후보 2인만 조명하게 되는 것이다. 21대 대선보도가 광장과 멀어진 이유다. <김현정의 뉴스쇼>는 3차 TV토론이 끝나고 나서야 민주노동당 인사로 김준우 변호사를 초대했다그러자 달라졌다앞선 1차와 2차 방송보다 더욱 폭넓은 주제로광장에서 나왔던 진보적 의제가 더해져 토론이 풍성해졌다그동안 언론이 놓쳤던 게 무엇인지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TV토론에 권영국마저 없었다면 암담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평가에 대해 언론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압도적 승리 vs 압도적 패배한국 사회의 선택은?

그런데도 언론은 왜 권영국 후보를 제외할까간단히 답할 문제는 아니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최근에는 금지어로 규정했다던 압도적 승리라는 말은 힌트가 될 수 있다내란청산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안타깝게도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압도적 승리가 주요한 과제로 이야기됐고, ‘이재명 후보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그렇지만 특정한 후보의 압도적 승리라는 말에는 소수자 희생이 포함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권영국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런 점에서 최근 한겨레에 실린 <국민의힘에 압도적 패배가 필요한 이유>라는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의 칼럼 제목에 주목하게 된다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그것을 전제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그게 진짜 내란 세력 청산의 지표일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현재의 한국 정치 환경에선 불가능하다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패배하기 위해한국 정치 내 비례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저자 김민하)가 아니라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는그래서 시민들이 뽑고 싶은 후보군이 더 많아지고 폭이 더 넓어지는 것바로 다양성이다그곳에 언론이 서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권순택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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