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프 해협과 독일 정치경제의 70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전 세계는 호르무즈 해협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경제난에 시달리는 독일이 이제 또 다른 수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바로 라인강이다.

홀거 체피츠(Holger Zschaepitz)813일 현재 라인강을 이용하는 독일 기업들의 상황을 전했다.

홀거 체피츠(Holger Zschaepitz) @Schuldensuehner
독일에서 좋은 아침이다. 라인강이 말라가면서 경제적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카우프의 수위는 불과 10cm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코베스트로는 이제 도르마겐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바지선으로는 더 이상 충분한 화물을 운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보닉도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잘츠기터는 석탄 운송을 철도로 전환하고 있다. 유니퍼는 수력발전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바지선 한 척이 운송하는 화물을 육로로 옮기려면 트럭이 최대 150대나 필요할 수 있다. 독일의 산업 대동맥이 또 하나의 공급망 병목으로 변하고 있다.

라인강은 독일에서 매년 선박으로 운송하는 화물 22,300만 톤 가운데 약 80%를 실어 나른다. 이는 독일 전체 화물 운송량의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석유와 석유화학제품 등 무거운 화물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독일 서부의 산업 중심지에서 벨기에, 네덜란드, 북해로 이어지는 다른 운송로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내가 베를린에서 발행하는 데 참여한 진보적 경제 잡지 <서플러스>(Surplus)가 이번 주 지적했듯이, 2018년 가뭄 때와 같은 규모로 라인강 수운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 올해 독일 경제의 성장분을 모두 상쇄할 수도 있다.

라인강의 물길이 가장 좁아지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북쪽 헤센 지역으로, 독일 고유의 세이렌 전설로 유명한 로렐라이 바위 주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병목 구간은 라인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갈 때 오른쪽 강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카우프다. 이 좁은 수로에는 그림 같은 팔츠그라펜슈타인성이 서 있다. 1327년부터 사람들은 성이 자리 잡은 암초 지형을 이용해 라인강을 오가는 선박에서 통행세를 거두었다. 성의 높은 성벽에는 위압적인 투석기와 대포를 배치해 지나가는 선박들이 카우프에서 통행세를 내도록 강제했다. 이곳의 병목이 특히 심했던 것은 팔츠 상류의 왼쪽 강변에 급류가 흘러 배가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인 팔츠 백작인 바이에른의 루트비히는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1326년 탑을 짓기 시작했다. 이 건축물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으며, 지금은 바로크 양식의 지붕이 그 위를 장식하고 있다.

메리안(Merian)의 《라인팔츠 지지》(Topographia Palatinus Rheni)(1645)에 실린 카우프 인근의 팔츠’(Die Pfaltz bei Caub)

메리안의 그림을 보면 당시 건축물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뱃머리처럼 뾰족하게 돌출된 방어벽이 하나 더 보인다. 중세에 세운 기존 방어시설이 유빙에 거듭 파손되자 1600년대 초에 이 방어벽을 추가했다. 성벽이 늘어나면서 대포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었다. 통행세 납부를 거부한 사람들은 성의 지하 감옥에 가뒀다. 이 감옥에는 수위가 높아져도 죄수들이 익사하지 않도록 물 위에 뜨는 나무 바닥을 설치했다.

팔츠그라펜슈타인성을 지나 하류로 내려가면 성과 통행세 징수소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라인강 수로를 이용해 통행세를 거두려 했다.

1813~1814년에는 블뤼허 장군이 퇴각하는 나폴레옹을 맹렬히 추격하면서 카우프 구간을 통해 병력 6만 명과 말 2만 마리, 대포 200문을 이끌고 라인강을 건넜다. 이후에도 19세기 전반 내내 카우프는 통행세 징수 지점의 역할을 계속했다.

1815년 빈 회의에서는 라인강 항행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 유럽 열강의 공동 이익이라는 문제가 처음으로 논의됐다. 이를 계기로 라인강 항행 중앙위원회가 출범했고, 18681017일에는 만하임 협약을 체결했다. 1867년 프로이센이 합스부르크 제국과 독일의 동맹국들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라인강 양안은 확고하게 프로이센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마침내 통행세를 걷기 시작한 지 반천 년 만에 마지막 징수 관리들이 카우프와 팔츠그라펜슈타인성을 떠났다.

통행세가 사라진 뒤 그곳에는 바위와 성만 남았다. 팔츠그라펜슈타인성은 1960년대까지 라인강을 오가는 선박에 신호를 보내는 시설로 사용됐으며, 갈수록 관광 명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수로에 물이 충분히 흐를 때 바위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수심이 얕아지면 강바닥에서 솟은 이 바위가 유럽 경제의 주요 물류 대동맥 가운데 하나를 제약하는 병목 요인으로 돌변한다. 이 바위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며, 뱃머리처럼 생긴 성벽은 상류를 향하고 있다. 현재는 낮아진 수위 탓에 그 모습이 훤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서기 2026, 라인강의 병목을 이루는 곳은 또다시 카우프다.

* * *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바위쯤은 옮길 수 있지 않은가? 튀어나온 암반을 깎아낼 수도 있지 않은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어차피 오늘날의 라인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2의 자연이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물리적 자연만 완강하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올라프 슈토르베크(Olaf Storbeck)가 이번 주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전한 내용을 보자.

독일 해운업계가 핵심 병목 구간인 라인강의 수심을 깊게 만드는 사업을 두고 베를린 정부가 34년 동안 결정을 미뤄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역의 수위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경제성장마저 둔화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1992년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가 이끌던 정부는 전설 속 로렐라이 바로 남쪽 라인강 수면 아래의 암반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로렐라이는 우뚝 솟은 점판암 절벽으로, 옛 전설에 따르면 세이렌이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가 암초에 부딪히게 했던 곳이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얕은 수로는 독일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내륙수로인 라인강의 선박 운항을 가로막는 주요 병목으로 남아 있다. 라인강은 독일 내륙 수운의 80%를 담당한다. 프랑크푸르트(Frankfurt) 서쪽 카우프(Kaub) 인근에서는 항로의 수심이 다른 구간보다 20cm 얕아, 수위가 낮아지면 선박들이 화물 적재량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 이번 위기를 계기로 암반 제거 사업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지연됐는지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내륙수운협회(BDB) 회장 옌스 슈바넨(Jens Schwanen)<파이낸셜 타임스>물속에 잠긴 암반 여섯 구간을 깎아내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슈바넨은 수중 암반을 제거하는 토목공사 자체에는 약 8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문제는 독일이 겪는 광범위한 인프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슈바넨은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없는데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사실이다. 구글에서 다음 제목의 웹페이지를 찾아보길 권한다.

중부 라인강 적재 최적화 사업(Abladeoptimierung Mittelrhein)

이 사이트에서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이렇게 설명한다. “수위가 낮거나 중간 수준일 때 … 이 중부 라인강 구간이 수운의 경제성을 결정적으로 제약한다. 따라서 항로 최적화 사업은 연방 수로 사업 가운데 최우선 사업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뜻일까?

연방수리공학연구소(BAW)는 과학 자문기관으로서 하천공학, 항해, 지반공학, 수문학 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라인강 수로·수운 당국에 자문을 제공한다. 하천공학적 조치를 계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수치 및 아날로그 이동 모형을 결합하는 등의 혁신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흥미롭게 들리기는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가 만난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항로를 더 깊게 만들려는 사업은 환경 문제를 둘러싼 반대, 독일의 역대 정부가 정치적 우선순위를 계속 바꾼 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독일의 계획·승인 절차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크게 지연됐다. 2018년의 낮은 수위가 독일 GDP에 타격을 입히자 2019년 정부가 이 사업을 다시 정책적 우선순위로 올려놓았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실제 공사는 2033년에야 완료된다. 독일 연방수리공학연구소는 이 사업을 최우선사업으로 규정했다. 슈테펜 빌거(Steffen Bilger) 연방 교통장관은 수요일 베를린 정부가 카우프 구간의 수심을 깊게 만드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공사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공익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근 독일이 계획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 이런 사업의 승인 절차는 단순화되고 신속해졌다. 그러나 교통부는 완공 시점을 2033년보다 앞당길 수 있는지를 묻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 전 연방의원 베른트 로이터(Bernd Reuther) 역시 해운업계만큼이나 답답해하고 있다. 그는 몇 년째 나를 따라다니는,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2019년 강바닥 공사를 앞당기기 위한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이 사업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수심 확보 공사를 마치겠다는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 예측은 결국 현실이 됐다. ING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 카르스텐 브르제스키(Carsten Brzeski)<파이낸셜 타임스>라인강의 카우프 구간은 사실상 독일의 호르무즈 해협이 됐다고 말했다. … 독일에서 발생한 이번 차질의 원인은 군사적 충돌이 아니지만, 브르제스키는 인프라를 제대로 유지·관리하지 않은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정책 당국이 수로나 강과 같은 자연 인프라를 너무 오랫동안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여겨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잠깐,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문제는 물이 부족하다는 것 아닌가? 수로를 더 깊게 판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물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라인강 수운에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더 깊은 수로가 아니라 그 수로를 흐르는 더 많은 물이다! 독일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점점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

마르틴 옌드리시크(Martin Jendrischik)가 쓴 이 훌륭한 글에서 지적하듯이(농담은 접어두고), 라인강 수운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일종의 문화전쟁에 가까운 대립마저 벌어지고 있다.

항로를 더 깊게 판다고 강에 물이 단 1리터라도 더 생기는 것은 아니다. …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줄어들수록 물은 해당 구간을 더 빠르게 빠져나가 북해로 흘러간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개별 화물선에 도움이 되는 조치가 이후 가뭄이 닥쳤을 때는 수계의 다른 곳에서 필요한 물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라인강 수로·해운청의 마르쿠스 노이만(Markus Neumann)ntv와의 인터뷰에서 항로를 깊게 파는 방안을 두고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의 주장은 강바닥의 형태가 지형학적 원인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 조건을 바꾸지 않은 채 단순히 준설만 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이 지난 뒤 원래 상태, 즉 이전과 똑같은 얕은 수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해운청은 대안으로 이른바 저수위 수제를 설치해 의도적으로 항로 폭을 좁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수제는 해안이나 강둑에서 물길과 직각 방향으로 설치하는 단단한 벽 모양의 구조물이다. 나무, 콘크리트 또는 돌로 만들며 모래와 퇴적물이 쓸려나가는 것을 막는다. 이런 구조물을 이용하면 남아 있는 물을 좁은 공간으로 모아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수로를 깊게 파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이렇다. 수로 폭을 좁히면 같은 양의 물로 실제 수심을 더 깊게 만들 수 있지만, 준설은 물이 채워야 할 단면적만 넓힌다. 다름슈타트 공과대학교의 수리공학 연구자 보리스 레만(Boris Lehmann)<사이언스 미디어 센터>항로를 깊게 파거나 최적화하면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수심을 늘릴 수는 있지만 물 자체를 더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퇴적물이 계속 다시 쌓이기 때문에 준설은 영구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라인강 바닥이 얼마나 끊임없이 변하는지는 이번 주 하류 라인강에서 시작한 공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인강 수로·해운청은 약 700만 유로를 들여 13개월 동안 니더카셀과 니더뫼름터 사이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 혼합물을 투입하고 있다. 직선화한 라인강에는 상류에서 자연적으로 흘러오는 퇴적물이 너무 적어 강물이 스스로 강바닥을 계속 깊게 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둑과 각종 구조물,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결국 독일 연방정부는 현재 라인강이 통제되지 않은 채 강바닥을 파고드는 현상을 늦추는 데 돈을 쓰면서, 본에서는 추가 준설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기후변화로 알프스에 내리는 비와 눈이 줄어들면서 여름철이면 평소처럼 몇 주 동안 라인강에 물을 공급해 줄 융설수가 부족해진다. 여기에 배수관과 배수로로 이루어진 기반시설이 얼마 되지 않는 빗물마저 빠르게 바다로 흘려보낸다. 수백 년 동안 강줄기를 직선화하면서 물을 붙잡아 둘 자연적인 완충 공간까지 없애버린 것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수위를 떨어뜨리는 바로 그 더위가 강 주변 농업에도 동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라인강을 사례로 삼은 대기 순환 연구에서는 유럽의 여름철 건조화가 기후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카우프(Kaub)에서는 암반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카우프가 병목 구간으로 꼽히는 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반이 이곳에서 강의 단면을 좁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우프의 수위는 라인강 전체 선박 운항의 기준 수위로 사용된다. 이처럼 병목이 생기는 특정 구간을 골라 수심을 깊게 만들면 더 많은 선박이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강 전반의 수심을 깊게 만들면 물이 더 빠르게 빠져나가 하류의 물 부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접촉한 업계 관계자들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그 결과 유지·보수와 현대화가 소홀해졌다고 덧붙였다. 독일 내륙수운협회(BDB)의 옌스 슈바넨(Jens Schwanen)은 장기적으로 카우프 구간의 수심을 깊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위가 임계점 아래로 내려가면 어차피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갑문 시스템을 비롯한 적극적인 수자원 관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했다면 선박들이 더 오랫동안 운항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일찍 발이 묶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마르틴 옌드리시크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한다.

흘수가 얕은 저수위 운항 선박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실제 취약점을 직접 겨냥한다. 라인강을 운항하는 오래된 화물선 상당수는 기후에 해로운 추진기관 때문에 어차피 교체해야 한다. 친환경 추진기관과 얕은 흘수를 갖춘 새로운 선박을 도입하면 기후변화 완화와 기후변화 적응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선박의 흘수를 얼마나 얕게 만들 수 있는지는 실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쾰른의 소방정은 흘수가 약 60c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수 화물선조차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2023년부터 바스프(BASF)가 라인강의 저수위 상황에서도 운항할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한 유조선 슈톨트 루트비히스하펜도 운항하려면 카우프 수위가 최소 30cm는 돼야 한다. 수위가 1m에 이르러도 화물은 최대 적재량의 절반밖에 싣지 못한다. 따라서 화물선단을 개조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경제성이 관건이다. 조선소가 이런 선박을 먼저 개발하고 건조하며 자금까지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연방정부는 지금까지 화물선 단 세 척을 저수위 운항에 적합하도록 개조하는 데 1,050만 유로를 지원했다고 정부 부처 대변인이 월요일 확인했다. 라인강에서는 수천 척의 내륙수운 선박이 운항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이 프로그램은 선단 교체의 시작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조치에 머문다. 입찰 조건에서 얕은 흘수와 저배출 추진기관을 동시에 요구해야만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 세 번째 수단은 철도다. 현재 수로에서 발이 묶이는 화물을 철도망이 감당할 능력만 갖춘다면 철도로 돌릴 수 있다. 지금까지 운송수단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화주들이 철도 전환을 꺼려서가 아니라 항만의 철도 연결망과 열차 조차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별 인프라 기금은 수년 동안 미뤄온 이러한 시설 확충을 마침내 추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세 가지 방안에는 모두 시간이 필요하지만 항로 준설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행할 수 있다. 신속하고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싶은 유혹 때문에 수심을 깊게 만드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분명 하나같이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다.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다시 라인강과 카우프로 돌아가 보면 이런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14세기 후반의 권력자였던 라인 팔츠 백작 바이에른의 루트비히(Ludwig the Bavarian)’가 오늘날 독일 사회를 본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700년이 흐른 지금 독일은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해졌지만, 그가 투석기와 대포를 빽빽이 배치한 통행세 징수탑을 세웠던 바로 그 카우프의 암반 앞에서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입지, 입지, 입지.

[출처] Chartbook 466: The Straits of Kaub and seven centuries of German political economy.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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