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ASKAP J1832−0911 주변 영역을 보여주는 이미지. 노란색 원은 새롭게 발견된 전파원의 위치를 나타낸다. 이 이미지는 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Chandra X-ray Observatory)에서 얻은 X선 데이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eerKAT 전파망원경의 전파 관측 데이터, 그리고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에서 얻은 적외선 데이터를 결합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 저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새 논문에서 우리는 새로운 장주기 전파천체(long-period transient)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번 발견은 이러한 천체가 규칙적인 X선 폭발도 방출한다는 점에서 사상 최초의 사례이다.
장주기 전파천체는 최근에 정의된 천체의 일종으로, 수 분에서 수 시간 간격으로 강한 전파 신호를 방출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죽은 별, 예컨대 펄사(pulsar)에서 발생하는 빠른 펄스보다 훨씬 긴 주기이다.
하지만, 이 천체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호를 만들어내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번 발견은 이 신비로운 전파원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로를 열었지만, 동시에 의문도 더욱 깊어지게 했다. 우리가 발견한 이 천체는 지금까지 우리 은하나 그 너머에서 관측된 어떤 별이나 천체계와도 닮지 않았다.
전파 하늘을 스캔하며 깜빡이는 신호를 관찰하다
밤하늘에는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전파 같은 다른 파장에서 감지할 수 있는 천체가 많다.
우리 연구팀은 호주 서부 와자리 야마지(Wajarri Yamaji) 땅에 있는 CSIRO 소속 호주 SKA 패스파인더 망원경(ASKAP)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전파 하늘을 관측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천체, 즉 전파천체(transients)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전파천체는 보통 우주의 가장 강력하고 극적인 사건, 예컨대 별의 폭발적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2023년 말, 우리는 은하수 평면 방향에서 매우 밝은 전파원을 관측했다. 이 천체는 위치 좌표를 따 ASKAP J1832−0911로 명명되었고, 지구로부터 약 1만 5천 광년 거리에 있다. 이는 매우 먼 거리지만, 여전히 우리 은하 내부에 해당한다.
호주 서부 머치슨 전파천문대(Murchison Radio-astronomy Observatory)의 Inyarrimanha Ilgari Bundara 지역에 설치된 ASKAP 전파망원경 안테나들 중 일부 모습. 출처: CSIRO
극적인 사건
처음 이 천체를 발견한 뒤, 우리는 더 많은 펄스를 포착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망원경을 동원해 후속 관측을 시작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는 ASKAP J1832에서 오는 전파 펄스가 정확히 44분 간격으로 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이 천체는 드물게 발견되는 장주기 전파천체(long-period transient) 그룹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미래를 향해 관측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 데이터도 뒤졌다. 이 천체가 처음 포착된 하늘 영역에 대한 과거 망원경 관측 자료를 조사한 결과, 발견 이전에는 이 천체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이 전파원을 처음 감지하기 직전에 매우 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그 사건은 이 천체의 활동을 갑작스럽게 "켜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2024년 2월, ASKAP J1832는 극도로 활동적인 상태에 들어섰다. 비교적 조용했던 1월을 지나, 이 전파원은 갑작스럽게 매우 밝아졌다. 지금까지 하늘에서 전파 파장에서 이 정도 밝기에 도달한 천체는 3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비교하자면, 우리가 전파로 관측하는 대부분의 별은, 이 시기 ASKAP J1832의 밝기보다 약 1만 배나 어둡다.
뜻밖의 행운
X선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매우 뜨겁고 에너지가 강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빛의 한 종류이다. 지금까지 전파를 방출하는 유사 천체가 10여 개 발견되었지만, 이들 중 X선을 방출하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2024년 3월, 우리는 ASKAP J1832를 X선으로 관측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망원경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6월에 나는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박사후연구원 퉁 바오(Tong Bao)에게 연락해, 이 전파원이 기존 X선 관측 자료에 우연히 포착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NASA의 찬드라 X선 관측소(Chandra X-ray Observatory)에서 이 전파원을 담은 두 건의 관측 데이터를 발견했다. 비록 이 자료들은 아직 소유권 보호 기간(비공개 기간)에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해당 관측의 수석 연구자인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연구자 카야 모리(Kaya Mori) 박사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는 관대하게 데이터를 공유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확인했다. ASKAP J1832에서 분명한 X선 신호가 감지된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X선 신호가 전파 펄스와 동일하게 44분 주기를 따른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찬드라는 원래 전혀 다른 대상을 관측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ASKAP J1832가 밝고 활동적인 상태일 때 이 영역을 가로지른 것이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는 극히 드물며, 마치 우주라는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아낸 것과 같은 기적이었다.
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Chandra X-ray Observatory)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X선 망원경으로, 1999년부터 지구 궤도에서 운용되고 있다. 출처: NASA/CXC & J. Vaughan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전파와 X선 폭발을 모두 방출하는 특성은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자기장을 지닌 죽은 별들, 예를 들어 중성자별(고질량 항성의 잔해)이나 백색왜성(저질량 항성의 잔해)에서 흔히 나타난다.
우리의 이번 발견은, 장주기 전파천체(long-period transients) 중 일부가 이러한 항성 잔해(stellar remnants)에서 기원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ASKAP J1832는 우리 은하 내에서 알려진 어떤 천체의 범주에도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특정 면에서는 유사한 행동을 보이지만, 기존의 분류 기준을 벗어나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다.
이 천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더 많은 후속 관측이 필요하다. ASKAP J1832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천체일 가능성도 있으며, 혹은 지금까지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는 방식으로 전파를 방출하고 있을 수도 있다.
[출처] X-rays have revealed a mysterious cosmic object never before seen in our galax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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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텡 왕(Ziteng Wang)은 커틴대학교 전파천문학연구소(Curtin Institute of Radio Astronomy, CIRA),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부교수(Associate Lecturer)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