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발전소'에서 '빛' 밝혀온 노동자들, 왜 거리로 나섰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의로운 전환' 요구하며 첫 공동파업 벌여

기후재난의 시대, 모두의 일과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 공동 파업 투쟁에 나섰다. 위험하고 고된 ‘죽음의 발전소’를 견디며 모두에게 필요한 ‘빛’을 밝혀온 이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발전소 폐쇄에 따른 총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27일 총파업·공동투쟁을 펼쳤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금화PSC지부, 일진파워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은 이날 하루파업에 나섰고, 한국발전기술지부와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는 비번자 중심, 연가 투쟁을 벌였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현재 작업 중지 상태인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도 투쟁에 참여해, 이들 모두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 모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를 진행했다.

공동 파업 투쟁에 나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참세상

김철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진파워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총파업 대회에서 “석탄화력 발전소 노동자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땀 흘려 일해온 일터가 문을 닫는 일에도 동의하고 나섰다”면서 “정부는 이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정부는 폐쇄 계획만 제시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오직 발전 노동자들과 기후정의 활동가들만이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고용 안정 방안을 제출하고 있으며, 이것이 “전력산업 민영화를 막아내고 발전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으로, “정부의 정책으로 발전소 노동자들이 해고된다면 이것은 정부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 발전 노동자의 총고용을 비롯해 우리의 지구와 미래를 지키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쟁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지회장은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더 이상 일하면서 우리의 목숨과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불법파견, 불공정·부당계약, 중간착취”가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극한의 환경”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에 이어 고 김충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의 외주화’로 발전소뿐만 아니라, “마트 주차장, 물류센터 창고, 자동차 공장, 제철 공장, 조선소,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등에서 때와 장소,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러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일어나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김 지회장은 또한 “오래전부터 이를 알고도 묵인해온” 정부가 어떻게 “피맺힌 발전 노동자들의 마음을 짓밟았는지 기억하다고 있다”면서 “약속을 지킨 적 없는 정부를 우리는 믿지 않는다”, “우리 손으로 발전소를 멈추고 우리의 파업 투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염원을 이룰 것”이라 힘 주어 말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 현장, 연대 발언에 나선 노동자·시민들. 참세상

‘죽음의 발전소’를 멈추고, 모두의 일과 삶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려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시민사회의 너른 지지와 연대도 모아졌다.

은혜 92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위기와 재난이 중첩되는” 오늘날, “세상은 우리에게 각자도생을” 요구하고, “누군가는 절망만을 감각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가 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고, 우리는 반드시 희망을 선택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고 짚고는, 이날 결의대회에 함께한 노동자·시민들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세상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모였다”고 짚었다.

그는 “여기 모인 우리는 석탄발전소가 폐쇄되어도, 발전소 노동자의 일터와 지역 주민의 삶터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환기하고, “탈석탄(정책)이, 결국 또다시 에너지 기업의 배만 불리는 에너지 민영화가 되지 않도록, 에너지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로서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을 강조했다.

은혜 집행위원장은 이어서, 다가오는 9월 27일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수만 명의 시민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함께 외칠 것이라며, “고 김용균과 고 김충현, 그리고 이름이 채 알려지지 않은 일터에서 사라진 수많은 노동자들을 애도하는 우리의 투쟁이, 반드시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최미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남지부장은 “노동자들에게 일터란 가족의 생계와 함께, 평생을 일궈온 인생이 담긴” 공간임에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라는 정부의 정책에 동의했다”면서 이 같은 결단의 사회적 의미와 무게를 환기했다.

최 지부장은 “삶과 일터를 담보로 한 결정으로, 노동자의 희생이 이어져서는 안된다”면서, 발전소 폐쇄 정책에 앞서,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결단을 내린 노동자에게 국가가 가져야 할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나 “그 전환이 민간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과, 에너지 공공성을 보장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길은 반드시 열린다”며 “우리의 투쟁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공공재생에너지의 시대를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이종석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케이비오토텍지회장도,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하고 나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단에 대해, 정부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함께 망가질 수 있는” 일자리 상실이 없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속노조도 발전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을 항상 지지하고 엄호하고 함께 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 현장. 참세상

박옥주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이어진 투쟁으로, 약속됐던 2인 1조가 지켜지지 않아서 우리 김충현 노동자가 희생되셨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자신들의 일터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기후 불평등과 부정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 겨울 “차별 없는 평등 세상을 외친” 지난 겨울 “광장 투쟁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는 이 기후 불평등과 부정의를 끊어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면서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에 대해서는 어떤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에 재생에너지 발전의 기획과 진행, 결정 과정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우리 모두의 것인 햇빛과 바람, 땅이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이용”되지 않도록, 이미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입법 청원에 참여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즉각 제정”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을 비롯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나설 것을 “이재명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충북 지역 노동자·시민들도 이를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 현장. 참세상

이날 총파업·공동투쟁에 나선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발전소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국민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오며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절규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김충현 노동자를 잃어야” 했고,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회사는 임금 인상에 인색하고, 심지어 임금 동결을 주장하거나 임금 인상을 기본급 1퍼센트만 제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군다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라며 “올해부터 폐쇄에 들어가면 2036년까지 2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는” 현실 앞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발전소 노동자들(의 일과 삶도 함께) 폐쇄되길 원하는가” 물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입법 동원 청원 5만 명을 달성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전력 산업의 민영화와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투쟁은, 함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1차 경고 파업에도 정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오는 9월 27일 기후정의행진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파업·공동투쟁의 핵심 요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놓인 발전 노동자들의 총고용 보장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통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이행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성 △경쟁입찰 중단과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한 ‘위험의 외주화’ 중단 등이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 현장.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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