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끝이 아닌 시작"..."차별 없는 세상 향한 노동자 민중의 희망 이어갈 것"

광장의 힘으로 만들어진 조기 대선, "유일한 진보 후보"로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온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최종 0.98%(34만 4,150명)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거를 마무리했다. 

권영국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득표 숫자로만 환원될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고민과 바람들을 마음에 품고, 진보 정치의 희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를 조직해 권영국 후보를 공동으로 선출하고, 대선 대응에 나섰단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 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였다. 

한상균 선거대책위원회 총괄 상임위원장은 이날 "이 사회의 여러 어려움, 특히 불평등에 절망하고 있는 다수 민중의 분노를 진보 정치가 받아 안는 것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면서 "분노하고 차별받고 억압받는 모든 민중들의 저항을 구하는 것은 계급 투표이고, 그것이 진보정치가 가야 할 길이며 그에 대한 갈증이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그런데 그 갈증을 해소할 오아시스는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더 진지를 구축하고 기반을 확고히 해서 좌절하고 있는 민중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진보 정치로, 민주노동당의 이름이 결코 가슴에서 떠나지 않도록 부단히 정진하고 분투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양당 혐오 정치에 맞서, 진보 정치의 사명 이어갈 것" 

지난 겨울 광장에서부터 이른바 '신호등 연대'로 "평등을 향한 진보 정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온 노동당과 녹색당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진보 정치의 희망과 과제를 짚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연대회의와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고, 그것을 위해 진보 정치가 무엇을 처방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단단하고 끈끈하지는 못했던 것 같고, 그래서 권영국 후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이 투표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돌아가신 노동자를 추모하는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이윤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이 사회에서 진보 정치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면서 "민중들의 삶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진보 정치의 사명에 대해 앞으로 흔들림 없이 질문하고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상현 녹색당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이 "보수 양당의 혐오 정치가 광장의 목소리를 배신하지 않도록 달려온 50일간의 시간이었고, 12.3 계엄 이후로 함께 싸워왔던 시간들의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시간들은 사라질 수 없고 아쉬운 결과지만 받아 안아서 이후에 우리가 만들어갈 진보정치의 과제를 설계하고 앞으로 열심히 뛰어야 하는 시기라 여긴다"고 밝혔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 희망 품고,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 세력화'라는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절실한 꿈을 마음에 품고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에 힘을 보태온 노동조합들도 소감을 밝혔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1기 이후에 진보 정치는 사분오열됐고 좌충우돌하면서 지금까지 왔다"면서 "그런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희망을 일굴 세력을 확인했고,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한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엄 위원장은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이 한국사회 노동자 계급을 대표한다고 자임해왔고,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 진보 정치를 위해서 변함없이 가겠다는 방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그 방침을 올곧이 실현하지 못했다"면서 "산별 위원장이자 민주노총 중집 성원으로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 김용균이 죽었던 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바뀌지 않은 이 세상에서, 진보 정치와 노동자 정치 세력화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투쟁해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진보 정치의 불쏘시개에 불이 조금이라도 붙는 희망을 봤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견과 갈등 속에서도 진보 정치를 통해 노동자와 서민의 삶, 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 빛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선거를 함께 치렀다고 회고했다. 장 위원장은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현장에서부터 단결되고 연결된 모습으로 노동자의 정치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노동해방을위한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것은 바로 진보 운동 진영 내부의 변화였다"면서 그동안 "진보 운동 진영 내부는 서로의 차이를 앞세워서 자본주의 체제에 단결하여 맞서지 못해왔으나, 지난 한 달은 새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말과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벽돌 한 장 옮기는 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환기했다. 

이 대표는 "한국 진보 정치 운동의 새로운 역사적 전환을 만드신 전국의 노동자 민중 동지들께 감사드린다"며 "이제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우리는 더욱 단결해 전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발언 중인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 민주노동당 생중계 영상 갈무리

"사회운동과 진보 정당의 신뢰 회복... 지역 풀뿌리 운동의 단초 발견도"

사회운동과 진보정치·정당 운동의 관계에 대한 고민들도 환기됐다.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사회단체에서 줄곧 활동하면서 선거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 선거운동 중 "후원 계좌를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면서 여쭤보시는 중년 여성, 이준석의 혐오 정치를 끝내달라며 응원한다는 젊은 남성분"과 함께, 특히 "지하철역에서 여성도 소수자도 차별 없는 나라 피켓을 보면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가는 20대 젊은 여성, 주변의 시선을 우려하는 듯하면서도 꼭 우리의 눈을 마주치면서 응원을 보내줬던 또 다른 20대 젊은 여성"의 모습들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이런 분들의 응원과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평균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박상은 활동가는 또한 "사회운동 단체의 활동가로서 득표율과는 별개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통한 선거에서 발견한 희망의 단초 두 가지"를 환기했다. 

그 첫째는 "민주노동당이 사회운동의 요구를 공약으로 대폭 수용했다는 점"이다. 기후와 연금 정책 관련 공약 등에 대한 논쟁에서, 사회운동의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을 통해 개선해 나가면서 "진보 정당과 사회운동이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을 거쳤다는 평가다. 

두 번째로는 "지역 풀뿌리 운동의 단초를 발견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지역에서 노동당, 녹색당 그리고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처음에는 두세 명밖에 모이지 않았는데 마지막에는 12명이 모여서 함께 선거운동을 한 경험을 저희 단체 회원들도 곳곳에서 했다"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적인 지역 풀뿌리 운동을 다시 건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박 활동가는 "0.98%는 아쉬운 수치이지만 34만 명의 지지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소중한 마음들을 모아서 우경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왼쪽을 더욱 키우고, 민주당 정권 하에서 반복되었던 사회단체들의 체제내화를 막고, 체제 전환을 위한 운동에 함께 더 힘을 모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제공 사진

"차별 없는 세상 향해, 다시 민중 속으로"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전환이라는 광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말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면서 "여기 모인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동료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정이었고, 완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어렵게 만들어진 우리의 연대 연합이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을 저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일과 삶을 호명해온 "우리의 선거 운동은 1%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진보 정치의 이름으로 차별 없는 사회,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시 현장 속으로, 민중 속으로 더 낮은 아래로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3일 저녁 대선 투표 출구 조사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 4일 오전까지, 민주노동당에는 약 3만 5천 건, 13억 원 상당의 후원금이 모집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이는 지난달 8일부터 어제 오후 8시까지 모인 후원금 9억 원을 크게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고, 20년 대선 당시에 모였던 약 12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과 후보의 낮은 인지도, 내란세력 청산이라는 강력한 구도 속에서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권영국 후보를 중심으로 진심을 다해 선거운동을 치르고, 주요 정당 후보들이 호명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호명하며 유권자 시민들께 위로를 드렸다"며 "그러한 선거운동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 이처럼 이례적인 수준의 후원금 모집과 인증 릴레이로 이어진 것이라 자평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마음들을 결코 잊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곁에서 함께하는 진보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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