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짧고 급격한 조정을 겪은 뒤, 미국 달러 대비 금 가격은 다시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1년 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례 없이 급등한 금 가격은 이른바 ‘가치 절하 거래(debasement trade)’라고 불리는 현상의 결과다. 이 거래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은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자산, 즉 달러 현금과 특히 달러 표시 부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외국과 미국의 금융 투자자들과 투기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의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을 두려워한다. 왜 그런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으며, 연준의 공식 목표치인 연 2%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앞선 글들에서 보여주었듯이, 공식 수치는 실제 인플레이션율을 최대 2%p까지 과소평가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현 연준 의장 제이 파월을 자신의 뜻에 따를 인물, 즉 케빈 워시로 교체하려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금리가 결합하면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조건이 형성된다. 달러 자산에서 얻는 실질금리, 즉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 지표는 달러에서 얻는 금리와 다른 통화, 특히 유로와 엔에서 얻는 금리 사이의 차이다. 금융 투자자들은 향후 1년 정도 동안 미국의 금리가 다른 주요 경제권보다 더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점점 더 판단한다. 영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오늘(5일) 열린 회의에서 발표했듯이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태세다. 따라서 달러와 다른 통화 사이의 ‘포워드(forward)’, 즉 시장 전망 기준 금리 차이는 하락해 왔다.


트럼프 요인 역시 최근 달러의 몰락, 그리고 그에 따른 가치 절하 거래에 한몫하고 있다. 그의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한 그의 괴롭힘 전술은 달러 자산을 보유한 외국 주체들, 즉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 미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들, 그리고 미국의 단기 자산(현금과 재무부 단기 국채)을 대규모로 보유한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다른 통화로, 혹은 금으로 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점점 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실제로 과거 통화 체제의 ‘야만적 유물(barbaric relic)’이었던 금은 이제 달러를 대신해 보유할 ‘안전자산(safe haven)’이 되었고, 나아가 유로화, 파운드화(스털링), 엔화와 같은 다른 주요 ‘법정통화(fiat currency)’를 대신하는 자산이 되었다.

과거에는 금융 위기나 중대한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하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2025년에 달러 지수는 다른 통화 대비 10% 하락했다. 이번에는 가치 절하 거래가 등장했다.

세계 중앙은행의 준비통화이자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핵심 통화인 달러는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인 쇠퇴를 겪어 왔다. 미국 제국주의는 1945년 이후 전 세계에서 지배적인 권력으로 군림해 왔다. 그 지배력은 네 가지 요인에 의존해 왔다. 산업적 우위, 기술적 우위, 금융적 우위, 그리고 군사적 역량이다. 미국은 1950~1960년대에 주요 제조업 국가였지만, 점차 부상하는 유럽 제조업, 그리고 이어서 일본 제조업에 그 지위를 내주었다. 결정적인 시험대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누리던 흑자가 적자로 전환된 시점이었고, 이 상태는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후 미국은 해외 투자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이 외국 경쟁에 밀리면서 수출보다 수입 지출이 더 커지는 상황을 통해서도 전 세계로 달러를 유출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고정 달러–금 표준 체제 아래에서는 무역과 자본 흐름에서 발생한 달러 불균형을 금괴 이전을 통해 결제해야 했다. 전쟁 복구가 진행되던 1953년까지 미국은 실제로 1200만 트로이온스의 금을 확보한 반면, 유럽과 일본은 회복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500만 트로이온스의 금을 상실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은 유럽과 일본으로 금을 유출하기 시작했다. 1965년 말에 이르러 후자는 전후 시기 처음으로 보유 금 규모에서 전자를 앞질렀다. 그 결과 유럽과 일본은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준비금을 쌓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 하에서 미국은 금본위제를 폐기하고 달러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은 이미 미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189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국내외 지출을 위해 외부 자금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제 미국의 대외 계정은 상품과 서비스보다 미국 금융자산과 그 자산이 제공하는 유동성에 대한 세계적 수요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히 2008년 세계 경기 침체 이후 미국 산업은 고부가가치 기술 기반 산업에서도 우위를 잃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는 기술 대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붐을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 동아시아가 여러 핵심 기술 기반 부문에서 선두에 서기 시작했다. 점점 더 이들 국가의 대미 무역 흑자는 기초적인 소비재 제조품이 아니라 첨단 기술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미국은 세계에서 지배적인 금융 강국의 지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상수지가 상시적으로 적자 상태에 있고 외국 자금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 그 나라의 통화는 급격한 가치 하락에 취약해진다. 이는 아르헨티나에서 튀르키예, 잠비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영국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겪어 온 경험이다. 그러나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달러가 여전히 국제적으로 핵심 통화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는 달러가 한쪽에 포함된 형태로 이루어지며, 미국을 제외한 세계 무역의 약 40%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고 결제된다. 또한 미국 달러 지폐의 거의 60%는 가치 저장 수단이자 교환 수단으로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 당국이 보유한 세계 외환보유액의 약 50%는 여전히 달러 표시 자산이다. 그리고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은 미국 재무부만이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이른바 ‘시뇨리지(seignorage)’라 불리는 이윤을 얻는다.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가 산업적으로 상대적 쇠퇴를 겪고 있음에도, 미 달러는 그 ‘비범한 특권’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미국 산업력의 구조적 쇠퇴는 수십 년에 걸쳐 달러를 약화시켜 왔고, 바로 이것이 트럼프가 되돌려야 한다고 보는 문제다. 그는 산업적 패권을 회복함으로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Make America Great Again)’ 하며,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관세 인상과 요란하고 과장된 위협이다.

그는 점점 더 미국 제국주의 패권의 마지막 주요 구성 요소인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상대로 한 무력 외교는 이러한 접근의 가장 최근 사례에 불과하다.
관세와 폭격으로 미국의 산업적 우위를 회복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산업의 상대적 쇠퇴는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적 쇠퇴는 어떠한가? 우리는 미국 경제의 순국제투자지위(net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NIIP)를 살펴보면 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는 미국 기관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규모와 외국 기관이 보유한 미국 자산의 규모를 비교해 측정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미국의 해외 자산과 부채의 순포지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자산과 부채는 무엇인가? 이는 보유 중인 직접투자 잔액, 주식(자기자본)과 채권의 보유 잔액, 그리고 현금과 단기 증권 보유분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순국제투자지위는 다음과 같다.

이러한 자산과 부채의 순마이너스 잔액은 미국 GDP의 79%에 해당한다. 보다시피 순국제투자지위의 마이너스 폭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이는 외국인들이 미국 경제에서 보유한 투자, 주식, 채권, 현금의 규모가 미국 기관들이 해외 자산으로 보유한 규모보다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 이유는 미국이 1970년대 이후 매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 왔고, 그 적자가 외국인들이 미국 및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얻은 흑자를 미국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미국 경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충당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과 부채 사이의 그 격차는 계속 커져 왔다. 왜 그런가? 이는 외국인들이 미국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기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의 대미 순직접투자(FDI)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해 현재 투자 잔액이 거의 7조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의 대부분은 이른바 포트폴리오 투자, 즉 채권과 주식(지분)에 해당한다.
현재 외국인들은 15조 달러가 넘는 미국 정부 및 기업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기준으로는 약 12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순국제투자지위의 40%를 넘는다. 외국 기관들은 통상 ‘안전한’ 미국 국채 형태로 달러 자산을 보유해 왔고, 외국 중앙은행들은 준비금의 대부분을 달러 예금이나 단기 재무부 채권에 보유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순국제투자지위의 구성에는 중요하고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잉여 달러로 미국 채권을 매입하기보다는 점점 더 미국 주식을 매입해 왔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침체가 끝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은 대규모 외국인 자본의 미국 증시 유입을 부추겼다. 과거에는 미국 기관들이 외국 주식을 더 많이 매입했고 외국인들은 미국 주식을 그보다 적게 보유했다. 그러나 2025년 말에 이르러 외국인들은 21조 달러 규모의 미국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고, 이는 순기준으로 6조 5000억 달러에 해당하며, 미국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보다도, 채권 보유 규모보다도 더 큰 액수로,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 달러의 가치는 미국 국채가 아니라 외국인들의 미국 기업 주식 보유에 점점 더 의존하는 듯하다. 이는 달러에 위험한 신호다. 만약 인공지능 거품이 붕괴되고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한다면,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 자산의 가치 역시 급락할 것이고, 이는 이러한 달러 자산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러는 추가로 급락할 것이다.
이것이 달러 제국주의의 종말을 의미하며, 미국 달러가 세계적으로 침몰하고 브릭스(BRICS) 경제권의 통화와 같은 대안 통화로 대체되는 새로운 다극 세계가 도래한다는 뜻인가? 이는 많은 급진적 경제학자들과 좌파가 제기하는 주제다. 그러나 내 견해로는 이러한 주장은 과장되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우선 세계 시장에서 미국 달러를 대체할 실질적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로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브릭스 통화’에 대한 논의나, 중국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단결된 집단으로서의 브릭스, 더 나아가 브릭스 플러스(BRICS+)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가정, 혹은 중국이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를 해제하고 위안화를 세계 금융 흐름의 변덕에 그대로 노출시키려 한다는 가정에 근거한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둘째, 중앙은행 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체 중앙은행 준비금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떤 통화나 금도 이에 근접하지 못한다. 또한 외환 시장에서 달러는 전체 거래의 거의 90%에 사용된다. 위안화와 루블, 심지어 사우디 리얄과 위안화 사이의 직접 교역 결제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달러와 다른 모든 통화 간의 양자 거래에 비하면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외환 스왑 시장이 있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보유 자산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환율 변동에 지속적으로 ‘헤지’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통화를 교환하며, 이 거대한 시장, 즉 약 100조 달러 규모의 시장 역시 대부분 달러로 운영되며 그 비중은 약 90%에 이른다.
기관들은 달러에서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금은 세계 금융 흐름에서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 암호화폐는 더더욱 그럴 수 없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지상에 존재하는 전 세계 금의 가치는 약 36조 달러로, 모든 암호화폐의 총가치보다 10배 이상 크지만, 세계 국내총생산의 30%에 불과하고 세계 총부채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 패권의 금융적 구성 요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미국 경제, 인공지능 거품의 붕괴 가능성, 다른 나라 금리에 비해 미국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 그리고 트럼프의 분노 발작으로 인해 달러는 올해 더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달러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달러의 실질 가치는 1973년 변동환율제 시작 이후 평균치보다 거의 두 표준편차 높은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가치 절하’ 거래에도, 달러가 오랫동안 누려 온 ‘비범한 특권’은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출처] The debasement trade and the future of the dolla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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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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