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는 역사적으로 들어온 이민보다 해외로 떠나는 이주가 훨씬 많았던 나라다. 그럼에도 지금 민족주의 정당들은 미국 공화당의 반이민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다. 이들은 문화 전쟁식 언어를 앞세워, 더 근본적인 경제 문제들에서 시선을 돌리려 한다.
조르제 시미온(George Simion), 루마니아 극우 정당인 루마니아인 연합당(Alliance for the Union of Romanians)의 대표. 출처: 조르제 시미온 페이스북
8월 말, 스무 살의 한 루마니아 극우 파시즘 추종자는 네팔 출신 배달 노동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며 “침입자야,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외쳤다. 비슷한 시기, 한 이케아 공장에서는 루마니아인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한편 페이스북에서는, 이제는 안타깝게도 주류 정치 세력이 된 최대 극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외국인이 배달한 음식은 거부하자고 선동했다.
10월 말, 노골적으로 파시즘을 표방하는 정당인 ‘뉴 라이트(New Right)’는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인을 비백인 외국 인구로 대체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11월 초에는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또 다른 극우 지도자 조르제 시미온(George Simion)과 그의 부쿠레슈티 시장 후보가 두 건물 사이에 서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왼쪽 건물에는 루마니아인이 살고, 국가 자금으로 개보수된 오른쪽 건물에는 이주민들이 산다”고 적으며, 혜택은 루마니아인이 아니라 이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암시를 던졌다.
2025년 이전까지 루마니아에서 반이민 담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떻게 벌어지게 된 것인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 200만 명의 도시인 부쿠레슈티에서조차 이주민은 보기 드문 존재였다. 지금은 이주민들이 노동력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건설업과 접객업을 중심으로 소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정부가 정한 외국인 노동자 신규 취업 허가 쿼터는 8천 명이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10만 명으로 늘었고, 이후 매년 10만 명의 허가가 추가됐다. 이들 대부분은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같은 남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이민 자체가 새로운 현상인 만큼, 루마니아인들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는 지금까지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기껏해야 중립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곧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극우 세력은 2028년 총선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반이주 서사를 강화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훨씬 더 큰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값싼 노동
주류 언론과 자유주의 매체에서는 반이민 정서를 흔히 문화적 문제로 해석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이해하려면 그 이면의 물질적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루마니아와 옛 동유럽권 국가들에서 이민은 서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공산당 통치가 무너진 이후, 루마니아는 수백만 명의 시민이 해외로 일하러 떠나는 대규모 이주 국가가 됐다. 추산에 따르면 해외 거주 루마니아인은 400만에서 600만 명에 이르며, 전체 인구의 약 25%에 해당한다. 수년간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왜 소득 수준이 높아진 나라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나는가. 또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민자는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역대 정부가 유지해 온 저임금 중심의 경제 모델에 있다. 루마니아는 잘 훈련된 노동력에 낮은 임금과 낮은 세율을 결합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경제 성장을 이루려 했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지난 25년 동안 루마니아는 대부분의 유럽연합 회원국을 웃돌았다. 기업들이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세금을 인하했고, 노동법을 폐지하거나 완화했으며, 모든 조치는 기업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성장은 극도로 불평등했다. 번영은 주로 도시 중심지에 쌓였고, 농촌 지역과 소도시는 뒤처졌다.
이 전략은 2010년대 후반에 동력을 잃었다. 대규모 해외 이주로 인해 루마니아에 남아 있는 노동자는 줄어들었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경제 모델을 전환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로 나아가고,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이는 또한 재분배와 형평성이 더 강한 경제로 이동해 해외로 떠난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인구 감소를 늦추는 길이기도 했다.
두 번째 선택지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고, 이들이 실제로 택한 길이기도 했다. 국내 자본과 정치 엘리트들은 착취를 통해 이윤을 내는 저비용 노동 전략을 넘어서 생각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 이데올로기적 족쇄에 갇혀 있다. 그러나 ‘기존 방식’을 계속 유지하려면 무언가는 바뀌어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낮은 임금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고용주들이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자, 가장 쉬운 선택은 노동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것이었다.
새로운 노예계약 체제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두 가지 장애물을 제거해야 했다. 첫째, 기존 법률은 비유럽연합 출신 이주 노동자에게 국가 평균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력은 기업 입장에서 너무 비쌌다. 둘째,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주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노동 조건에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이 두 문제는 모든 정당의 동의 아래 신속히 해결됐다. 이제 이주 노동자들은 이전에 받던 국가 평균임금의 약 50%에 해당하는 루마니아 최저임금만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첫 고용주를 1년 동안 떠날 수 없게 됐다.
후자의 제도는 노동자를 고용주에게 묶어 두는 법적 틀인 걸프 국가들의 카팔라(Kafala) 제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더욱이 이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즉 세후 월 약 500달러를 받는 반면, 동일한 일을 하는 루마니아 노동자들은 그 두 배의 임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주 노동자들은 초과근무 수당 없이 하루 최대 14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접객업에 투입됐는데, 이는 루마니아인들이 해외로 이주해 일할 때 주로 종사하는 직종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루마니아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처지는 사실상 현대판 노예계약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은 법적 서류 비용, 교통비, 절차를 빠르게 하기 위한 뇌물 등을 포함해 약 5천 달러를 지불한다. 이 돈은 고리대금, 가문의 유산 처분, 혹은 본국의 집을 담보로 잡히는 방식으로 마련되는 경우가 많다. 이주 노동자들은 새 일자리에서 벌어 갚겠다는 희망으로 이런 선택을 한다. 그러나 대출을 갚기 전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갚을 수 없는 빚을 안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들은 맞서 싸우기보다는 착취를 감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설령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소송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 노동자 전반에 대한 착취는 언제나 구조적으로 설계돼 있었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애초에 승산조차 없다. 노동 착취는 결함이 아니라 이 체제의 핵심적 특징이다.
루마니아는 폴란드나 체코처럼 우크라이나 난민 노동력이 대거 유입된 국가는 아니다. 대신 루마니아가 경험한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이웃 국가, 몰도바 공화국 출신 노동자들의 유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루마니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통합됐고, 동일한 권리를 누렸으며, 이주민으로도 등록되지 않았다. 이들의 유입이 2010년대에 정점을 찍은 이후, 루마니아 고용주들은 비유럽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노동자로서 보호받는 권리가 적고 언어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고용주가 관리하고 통제하기 쉬웠다.
이민 문제는 특히 플랫폼 노동 경제의 부상과 깊게 얽혀 있다. 팬데믹 초기만 해도 음식 배달 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루마니아인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배달 노동자 대부분은 이주민이 됐다. 플랫폼 노동 수수료가 낮아지자, 더 낮은 임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이주 노동자들만이 이 일을 맡게 됐다. 루마니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과 계약한 중개 회사를 통해 고용되며, 이 회사는 각종 수수료를 챙긴다. 이 구조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플랫폼의 일방적 결정과 루마니아 기업의 착취를 동시에 겪는다. 이 경우 지역 자본과 국제 자본은 갈등을 보이면서도, 이주 노동에서 이윤을 늘리는 데서는 함께 움직인다.
2023년 <이코노미스트>는 루마니아를 “이주민을 내보내는 나라에서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고 묘사하며, 수십 년 전 같은 과정을 겪은 이탈리아와 비교했다. 단순한 경제 발전이라는 논리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같은 단계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와 국내 논평가들이 놓치는 점은, 루마니아는 수백만 명의 국민이 여전히 해외에 거주하는 이주 송출 국가라는 사실이다. 루마니아는 이주 송출국이자 이주 수용국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놓인 독특한 사례다.
극우의 전술서
루마니아는 과거에 이주민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건이 거의 없었다. 애초에 이주민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수사와 폭력 공격 모두에서 급격한 증가가 나타났다. 이는 이주민이 저지른 특정 범죄나 실제 사건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이는 극우 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담론으로, 올해 부쿠레슈티 시장 선거와 2028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 쟁점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이런 정체성 대립을 부추기는 서사는 대부분 서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동부 유럽의 비셰그라드 국가들 극우 세력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는 ‘대체 이론’ 같은 음모론부터, “양립 불가능한 가치”, “유럽적·기독교적 삶의 방식” 같은 완곡한 표현, 그리고 문명 충돌론을 연상시키는 상투적 표현들이 포함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강간 사건에 대한 가짜 뉴스나 ‘침공’ 같은 과격한 표현 역시 해외 극우 세력에게서 차용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담론은 과거 루마니아 극우 담론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이들 세력이 의도적으로 소통의 초점을 바꾼 결과다.
극우 정당과 음모론 웹사이트가 앞세우는 정체성 담론과 달리, 정치적 의도가 없는 평범한 루마니아인들 사이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들의 불만은 인종이나 민족이 아니라 경제적 곤궁에 맞춰져 있다. 일부는 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공감하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대체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느낀다.
반이민 담론이 표를 얻는 데 효과적인 전략임에도 극우 정당들은 최근까지 이민의 경제적 측면을 정면으로 다루는 데 주저해 왔다. 이는 극우 정당의 후원자와 지도부 구성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업과 접객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가들이며, 이들 산업은 이주 노동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이들은 경제적 포퓰리즘이 반기업 정서로 번질 것을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 극우는 외국 기업을 비판하긴 하지만, 그 목적은 언제나 루마니아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민족주의는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곧 바뀔 수 있다. 루마니아 최대 극우 정당인 루마니아인 통합 동맹(AUR)의 지도자 조르제 시미온은, 부쿠레슈티에서의 이주민 비판 게시글을 통해 이미 경제적 민족주의와 복지 쇼비니즘(복지는 ‘우리 국민에게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는 과거 그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공격할 때 사용한 서사와도 닮아 있다. ‘타자’는 온갖 국가 지원을 받는 반면, 루마니아인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루마니아인들이 국가로부터 버림받았고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정에서 속았다고 느끼는 만큼, 이 전략은 지금까지 효과를 발휘해 왔다. 극우가 하는 일은 이런 좌절과 분노의 희생양을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결과는, 이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루마니아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스스로 이주민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5년 동안 서유럽에서 비난과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은 바로 루마니아인들이었다. 불과 최근에도 북아일랜드에서 극우 활동가들이 루마니아 이주민들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이런 현실이 조르제 시미온이 9월 13일 런던에서 열린 토미 로빈슨의 반이민 극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오래된 이주민들이 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등을 돌리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동화됐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 하며, 영국인보다 더 영국인처럼, 독일인보다 더 독일인처럼 보이려 애쓴다. 그러나 다행히 모두가 이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루마니아인의 68%는 이주민을 위협이 아니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본다. 그럼에도 극우 세력이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 거둔 것과 같은 정치적 성과를 루마니아에서도 거두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 루마니아 해외 거주민 가운데 많은 이들은 루마니아 안팎에서 극우 정당을 지지하며 그들의 서사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글로스터셔에 거주하는 중년 루마니아인 클라우스는 영국이 이주민들에게 점령당하고 있다는 내용을 틱톡 영상으로 꾸준히 올린다. 물론 그가 말하는 이주민은 피부색이 어두운 비유럽 출신만을 가리킨다.
유럽 전반에서 자유주의 기성 정치 세력이 취해 온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실패했다. 좋게 보자면, 이들이 내놓는 것은 그저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구조적 원인과 자본주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이런 태도는 극단주의가 자라날 토양만 제공할 뿐이다. 더 나쁜 경우에는, 키어 스타머, 올라프 숄츠, 에마뉘엘 마크롱의 사례에서 보듯이, 극우의 담론과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루마니아와 다른 나라들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의 물결이다. 이것만이 파시즘의 물결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이 운동은 문화 전쟁의 함정에서 벗어나 계급 전쟁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많은 루마니아인들은 이주민들을 보며 해외에서 일하던 자기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다. “그들도 우리처럼 더 나은 임금을 찾아 여기 온 것이다. 지금도 우리의 친척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본능적인 차원에서라도 잔존하는 계급 의식이 항상 존재함을 보여 준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대변할 정치적 대표성이다.
[출처] Romania’s Far Right Imports Anti-Immigrant Lin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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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콘스탄틴 구두(Andrei-Constantin Gudu)는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경제·사회·노동 문제를 다루어 글을 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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