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화’ 사흘 뒤 공적주택 119만 호, 새 임대 62%는 2029년 이후다

[제30호] 2026년 9월 21일(월)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2026/09/21(월)
09/18 16시 — 09/21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대통령이 서울 집값을 ‘평탄화’라고 부른 지 사흘 뒤 정부가 공적주택 119만 호 계획을 냈는데, 절반 넘게는 이미 발표된 물량이고 새로 짓는 임대의 62%는 2029년 이후에 몰려 있다.
2 하청 노동자가 끼여 숨진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법 위반 138건이 나온 날, 회사는 62일째 장례를 못 치른 유족 모르게 사과 회견을 열었다.
3 12 · 3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 사령관 다섯 명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받아 여인형 18년, 이진우 15년이 선고됐지만,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적은 법 개정안은 계엄 선포 658일째인 오늘도 국회 소위에 멈춰 있다.
4 포스코와 동희오토에서 노조들이 따로 교섭할 수 있게 한 노동위원회 결정을 서울행정법원이 멈춰 세워, 개정 노조법 시행 첫해에 하청이 원청과 마주 앉는 길이 법정에서 막히고 있다.
5 활동가 47명에게 쌓인 벌금 5,120만 원을 내는 대신 감옥을 택한 전장연 대표 두 사람을 보내며 나온 말을 온라인 광장 ‘오늘의 말’에 옮겼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평탄화’ 사흘 뒤 공적주택 119만 호, 새 임대 62%는 2029년 이후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토교통부가 21일 ‘주거안정플랜’을 내놨다. 2030년까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같은 공적주택을 119만 호 공급하고, 장기공공임대 재고를 2024년 193만 호에서 250만 호로 늘려 전체 주택의 10%를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공적주택 ‘110만 호 이상’은 원래 국정과제였고 이달 초 예산안에도 반영돼 있었으니, 예정된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다. 다만 시점이 눈에 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회견에서 서울 외곽 집값 상승을 ‘평탄화’라고 불렀고, 청와대는 같은 날 “공공임대 확대 등 전월세 대책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공지했다. 사흘 뒤 이 계획이 나왔다.

119만 호는 얼마나 새로운 숫자인가

큰 숫자는 나눠서 봐야 한다. 서울신문은 119만 호 가운데 67만 호가 이미 발표된 대책과 겹친다고 전했고, 파이낸셜뉴스가 전한 국토부 추산도 65만에서 70만 호다. 공공이 직접 새로 짓는 건설임대는 35만 호인데, 그 62%인 21만 8,000호가 계획의 마지막 두 해인 2029년과 2030년에 배치됐다. 매입임대 31만 호와 전세임대 23만 호는 공공이 새로 짓는 대신 집을 사들이거나 빌려서 내주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공공분양 24만 호와 민간이 짓는 임대 5만 호다. 내년 말까지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는 집은 15만 호, 그중 수도권은 10만 호다. 5년 동안 들어갈 돈의 총액은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세입자의 시간표는 어떤가

세입자의 계약은 2년마다 돌아온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월 둘째 주까지 7.7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16%였다. 누적 상승률 1위와 2위는 성북구(12.84%)와 노원구(12.25%)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임대차 거래의 69.7%가 월세였고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 원이다. 2029년에 지어질 집은 내년에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에게 닿지 않는다. 계획은 공공임대 가운데 57만 호를 취약계층 몫으로 잡았다고 한국경제가 전했다. 새로 생긴 것은 중산층까지 입주 대상을 넓히는 ‘보편형 공공임대’ 19만 호다. 쪽방과 고시원 거주자의 이주 지원, 주거급여 확대는 문장으로 들어갔지만 호수와 예산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는 돈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주택공급 30조 원이 잡혔다. 그러나 5년 총액은 나오지 않았고, 물량이 몰린 2029년과 2030년의 예산은 해마다 다시 정해야 한다. 둘째는 우선순위다. 참여연대는 8월 공급 대책 때 공공임대 확대 계획이 빠졌다고 비판했고, 이번에는 숫자가 들어왔다. 국토부는 중산층용 보편형 임대와 취약계층용 임대를 따로 운영하는 ‘투트랙’이라고 설명한다. 그 약속은 두 갈래의 예산이 해마다 어떻게 나뉘는지에서 확인된다. 셋째는 당장의 전월세다. 세계주거의날을 앞둔 10월 1일에는 주거권 단체 등이 ‘집걱정 성토대회’를 연다. 구호는 “집 없으면 못사는데, 집 때문에 못살겠다”다.

#주거안정플랜 #공적주택119만호 #평탄화 #공공임대 #보편형공공임대 #전월세 #세입자
 
62일째 장례를 못 치른 유족, 회사는 유족 모르게 사과 회견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고용노동부가 21일 HL만도 평택공장과 하청업체 네 곳을 한 달간 감독한 결과를 내놨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138건이고 그중 125건이 원청인 HL만도의 몫이다. 7월 22일 이 공장에서 보수업체 피아로딕스 소속 김승모 씨(28)가 숨졌다. 고장 난 가공설비 안에 들어가 수리하던 중에 시운전이 시작됐고 그는 기계에 끼였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였다. 감독 결과가 나온 날 오후 4시, 조성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판교 사옥에서 사과 회견을 열었다. 유족과 대책위는 그 일정을 회사에서 듣지 못했다고 했다.

138건은 무엇을 말하나

끼임 위험과 관련된 위반만 26건이다. 문이 열리면 기계를 멈추는 안전장치인 인터록을 꺼 둔 채 설비를 돌렸고, 컨베이어에는 덮개와 비상정지장치가 없었다. 노사가 안전을 논의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021년부터 열어야 할 회의 가운데 17번을 걸렀다. 사고가 처음인 공장도 아니다. 서왕진 의원실 자료를 보면 HL만도 세 공장에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재가 223건 났고, 끼임이 6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때마다 나온 재발 방지 대책의 절반은 ‘교육’이었다. 이번 과태료는 원청과 하청을 합쳐 약 2억 8,000만 원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006억 원에 견주면 HL만도가 여섯 시간 남짓이면 버는 돈이다. 138건 가운데 86건은 과태료와 별도로 사법처리된다.

사과는 누구에게 한 것인가

유족은 62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요구는 대표의 직접 사과, 노사 합동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배상이었다. 협상은 14일 이후 끊겼다. 회견은 감독 결과가 발표되고 유족이 국회에서 정몽원 HL그룹 회장 수사를 촉구한 바로 그날 오후에 잡혔다. 금속노조는 “사과받을 사람조차 모르는 사과는 누구에게 하는 사과”냐고 물었다. 고인의 아버지는 “이러한 사과는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내놓은 대책 아홉 가지에는 전 사업장 안전진단과 안전보건실 신설이 들어 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관리자의 지시를 직접 받으며 일했다는 불법파견 문제는 보도된 대책 목록에 없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하나는 수사다. 조 대표는 8월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노동부는 본사를 포함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유족이 고발한 정몽원 회장까지 수사가 닿는지가 남았다. 둘은 감독의 범위다. 노동부는 원주와 익산 공장 감독에 들어갔다. 셋은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올해 상반기 산재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줄었지만 제조업에서는 92명으로 37% 늘었다. 김영훈 장관은 “노동자의 생명 앞에 원청과 하청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이 지켜지는지는 수사가 정몽원 회장까지 닿는지, 다음 달 국정감사에 원청 경영진이 증인으로 서는지에서 확인된다.

#HL만도 #김승모 #중대재해처벌법 #끼임사고 #위험의외주화 #불법파견 #정몽원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919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공식 포스터(조직위 누리집 게시) · 원문 보기 →
불길 한가운데 적힌 이름은 ‘3대 메가프로젝트’다

19일 서울시청 앞에 2만 명이 모인 919 기후정의행진의 포스터다. 불길 속에 적힌 것은 석탄도 자동차도 아니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반도체 · AI 데이터센터 · 신공항 계획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참세상이 행진 전날 전한 대로 올해 행진은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성장 정책의 이름을 직접 지목했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추석을 나흘 앞두고, 해고자들이 480킬로미터를 걷겠다고 알렸다

복직 투쟁 5년을 넘긴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28일 부산을 떠나 10월 31일 청와대 앞까지 걷는다. 제안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해고자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인천 택시 고공농성장에서는 한가위 차례를 함께 지낸다.

“아이는 자란다”는 말이 법정에서 쓰인 적이 있다고, 유엔 보고관이 짚었다

가자의 아이가 자라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이스라엘 유명인의 발언 영상이 퍼지자 알바네제 유엔 특별보고관이 답했다. 영상의 원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살을 정당화하는 말의 계보를 두 문장으로 짚은 발신이다.

오늘의 논쟁
대통령은 파병이 아니라고 했고, 거리는 그 모든 것이 파병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이란 전쟁이 벌어지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보내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18일 대통령 회견 뒤 논쟁의 축은 ‘파병이냐 아니냐’에서 ‘무엇을 파병이라 부르느냐’로 옮겨 갔다. 대통령은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면서 청해부대 강화는 고심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전쟁 파병 불가’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라며 이 선을 지지했다. 반대편에서는 선 자체를 의심한다. 19일 종로에 모인 시민들은 “전투든 비전투든 한 명도 파병되면 안 된다”고 했고, 학생들이 공유한 성명은 노무현 정부가 공병 · 의무부대를 먼저 보낸 뒤 전투병으로 넓혔던 일을 꺼냈다. 국회 동의 없이 임무만 넓히는 길이 열려 있는 한 이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중국 동포가 외국인 고용보험 가입자의 26%, 실업급여 수급자의 79%라는 숫자에서 빠진 것

KBS가 21일 “중국인, 국민연금 이어 실업급여까지”라는 제목으로 이 통계를 내보냈다. 고용보험료를 낸 사람이 실직해서 받는 돈이라는 점은 제목에 없다. 비중이 벌어진 이유도 제도에 있다.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 비자로 온 노동자는 고용보험에 의무로 들지만 실업급여는 적용에서 빠져 있어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가입자 수에는 이들이 다 들어가고 수급자 수에는 거의 들어가지 못한다. 디지털타임스 사설도 “국적을 이유로 정당한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는 달았다. 같은 통계로 물을 수 있는 다른 질문이 있다. 보험료를 내고도 실업급여 없이 떠나는 노동자가 몇 명인가다.

오늘의 단어
평탄화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회견에서 서울 집값을 두고 쓴 말이다. 그는 강남이 내리고 외곽이 오르는 흐름을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했다. 땅을 고르게 다진다는 토목 용어를 빌리면 가격 상승이 질서를 잡아 가는 과정처럼 들린다. 그러나 평평해지려고 올라오는 쪽은 아래다. 중랑 · 노원 · 도봉처럼 가장 싼 동네의 매매가와 전셋값이 오르면 무주택 세입자에게는 서울에 들어설 문턱이 높아진다. 보수 신문들은 이 말을 규제 완화의 근거로 삼고 있다. 세입자가 이 말을 들으면 뜻이 달라진다. 가장 싼 전세가 오른다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말
주목“말이 좋아서 노역투쟁이지”

권달주 ·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1일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장에 들어가겠다며 서울중앙지검 앞에 섰다. 장애인 권리 투쟁으로 활동가 47명에게 쌓인 벌금이 5,120만 원, 서울교통공사가 청구한 손해배상이 11억 6,800만 원이다. 두 사람을 보내는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은 ‘노역투쟁’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사정을 말한다. 이동할 권리를 요구한 대가로 매겨진 벌금이 결국 장애를 가진 몸을 가둔다.

05
오늘의 주장

1.  추석을 앞둔 일터에서 죽음과 권리를 둘러싼 입장이 쏟아졌다. HL만도가 예고한 사과 회견을 두고 금속노조“유족 동의 없는 일방적 HL만도 사과 기자회견 즉각 중단하라”고 했고, 41개 단체가 모인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62일 만에 고작 하는 것이 도둑 기자회견인가”라고 물었다. 두 성명이 함께 세운 원칙은 사과와 대책 발표가 유족의 수용 뒤에 와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21일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한 업체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비자 연장과 쪼개기 계약의 권한을 회사가 쥔 구조가 노조 탄압의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한국이 OECD에서 법정 유급병가가 없는 유일한 나라라며 유급병가 법제화를 정기국회 과제로 올렸다. 죽지 않을 권리, 쫓겨나지 않을 권리, 아플 때 쉴 권리가 같은 주에 나란히 놓였다.

2.  파병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입장은 대통령 회견을 어떻게 읽느냐에서 갈린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전쟁 관여 · 개입 파병 없다”는 입장을 굳게 견지하라면서도 청해부대 임무 강화와 간접 군사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발언을 약속으로 붙잡아 두려 한다. 19일 2차 시민대행진을 연 파병반대 긴급행동이 전쟁을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침략범죄”로 규정하고 모든 형태의 파병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긴급행동은 그 발언이 남겨 둔 빈틈을 문제 삼는다. 두 입장은 청해부대 임무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서 만난다.

3.  19일 기후정의행진을 전후해 기후 단체와 진보정당은 정부의 성장 계획을 한목소리로 겨눴다. 919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서울 집회에서 “산업 육성보다 기후위기 대응이 먼저”라고 결의했다. 녹색연합은 18일 정부가 내놓은 석탄발전 폐지 구상을 두고 “기후목표 외면한 석탄발전폐지계획,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2040년이라는 시한이 늦고, 최대 10기를 비상용이라는 뜻의 ‘안보전원’으로 남기며, 빈자리를 LNG와 소형원전으로 채운다는 점을 짚었다. 녹색당“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메가특구법은 그 자체로 노동개악의 집합체”라며 민주노총의 농성에 연대했고, 노동당전기와 물, 교통과 돌봄을 공공이 맡는 ‘민주적 공공경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기후와 노동이 같은 상대를 마주하고 있다는 인식이 올해 행진에서 또렷해졌다.

06
사설 · 칼럼 비평
비판재분배가 최하위권이라는 통계를 들고 와서 보편복지를 줄이자고 한다

사설이 고른 OECD 통계가 사설의 결론을 반박한다. 이 통계에서 한국은 세금과 복지를 거치기 전에는 29개국 중 가장 평등하고, 거친 뒤에는 22위로 떨어진다. 세금과 복지가 불평등을 줄이는 정도는 17.6%로 28위다. 40% 넘게 줄이는 핀란드나 프랑스와 다른 점은 걷고 쓰는 돈의 크기다. 그런데 사설은 하위 70%에게만 주는 기초연금을 ‘보편적 복지’의 예로 들며 대상을 좁히는 ‘선택적 복지’로 가자고 한다. 재분배가 약하다는 진단에서 나올 처방은 더 걷어 더 쓰는 것이다. 사설에 증세라는 낱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비판역지사지를 말하는데, 서 보라는 자리는 워싱턴 하나다

제목의 ‘역지사지’는 본문에서 한 방향으로만 쓰인다. 사설은 대통령이 “전쟁에 관여 ·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힌 것이 협상 공간을 좁혔다고 본다. 미국이 핵잠수함 후속 협의를 미루고 연합훈련 축소를 일방 통보한 일을 나열하면서도 결론은 양국이 타협점을 찾자는 것인데 물러설 쪽으로 지목된 것은 한국의 파병 불가 선언이다. 파병될 군인과 그 전쟁을 침략이라 부르는 시민은 사설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파병은 헌법이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입장을 미리 밝히지 말았어야 한다는 사설의 주문은 주권자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하라는 말과 같다.

주목트럼프가 공습을 접은 날, ‘이란의 대리인’이라는 말부터 의심하는 글
「후티를 이해하려면 예멘에서 시작해야 한다」  요하네스 월데마리암 참세상 · 09/21

트럼프가 후티 공습을 결정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은 날 실린 번역 글이다. 필자는 후티를 이란의 대리세력으로 부르는 통념이 역사를 거꾸로 읽게 한다고 말한다. 후티의 뿌리는 1990년대 예멘 북부에서 일어난 시아파의 한 갈래 자이드파의 부흥운동이고, 2004년부터 예멘 정부와 치른 여섯 번의 전쟁이 이들을 실전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란의 지원은 실재하지만 “지원과 이해관계의 일치, 통제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 글의 요지다. 청해부대 임무를 홍해로 넓힐지 고심하는 나라에서, 그 바다에서 마주칠 상대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글이 마침 나왔다.

주목지지율 기사 가운데 드물게 ‘어떤 사회인가’를 묻는다
「지지율 반등 고민에 앞서」  윤홍식 한겨레 · 09/21

지지율 하락을 다룬 글은 많지만 처방을 홍보 전략이 아닌 분배에서 찾은 글은 드물다. 윤홍식 교수는 대통령 긍정 평가가 두 달여 만에 54%에서 38%로 내려앉은 숫자에서 출발한다. 이명박 · 문재인 정부의 반등 사례를 짚은 뒤 그가 닿는 곳은 기술이 아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의 이익과 일하는 사람의 삶이 부딪칠 때 무엇을 앞세울지 답하지 않은 실용주의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집값을 ‘평탄화’로 설명한 회견 직후라서 이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읽힌다.

논쟁후보의 자질을 물을 것인가, 임명권자의 계산을 물을 것인가
「성평등 장관 임면에 진지할 것!」  나임윤경 경향신문 · 09/20

9월 13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물러난 일을 두고, 한겨레 칼럼은 후보의 자질을 따지고 이 칼럼은 임명권자의 계산을 따진다. 한겨레 전정윤 논설위원은 ‘상징’보다 장관의 ‘자질’이 중요하다며 호주제 폐지를 이끈 지은희 전 장관을 기준으로 든다. 나임윤경 교수는 화살을 후보가 아닌 임명권자에게 돌린다. 평판이 좋던 현직 장관을 바꾸려 한 결정부터가 청년 여성 표를 향한 계산이었다는 것이다. 자질론은 다음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되고, 임면론은 성평등 부처가 정권마다 표밭에 따라 흔들려 온 역사를 묻는다. 자질만 따지면 이번 사퇴는 한 사람의 실패로 남고, 임면까지 따지면 다음 인사를 재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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