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국부펀드 KIC도 이스라엘 국채 샀다

한국투자공사, 이스라엘 국채 2800억 원 보유 추정…회사채·주식에도 투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적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이스라엘 국채와 회사채 및 기업 주식에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한국은행이 맡긴 공적 자산

한국투자공사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회신에서 2026년 7월 31일 기준 벤치마크 내 이스라엘 비중이 주식 0.25%, 채권 0.27%라고 밝혔다. 채권 부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국채가 0.26%, 회사채가 0.01%다. 공사는 회신에서 “공사는 동 비중과 유사한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사 관계자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국채와 회사채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공사가 보내온 정보공개청구 답변 일부

2025년 말 기준 공사의 총운용자산 2320억 달러에 2026년 7월 채권 비중 32.8%와 이스라엘 국채 비중 0.26%를 단순 대입하면, 이스라엘 국채 보유액은 약 1억9800만 달러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화로 약 2800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스라엘 국채 투자에는 한국투자공사의 판단이 반영됐다. 공사 관계자는 “위탁운용사를 통해 투자했더라도 저희의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투자공사가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도 구성 채권을 모두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목록은 아니다. 공사는 정보공개청구 회신에서 “시장 상황과 투자 대상 종목의 매력도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유동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공사가 운용하는 자금은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맡긴 공적 외화자산이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김지혜 플랫폼C 활동가는 “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간 돈”이라며 “시민들과 합의도 없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전쟁을 계속 확장시키고 있는 이스라엘에 국채든,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는 일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집단학살 연루 이스라엘 기업 주식도 보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2026년 6월 말 기준 이스라엘 법인 10곳의 미국 상장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주요 보유액은 테바 1537만 달러, 엘빗시스템즈 1093만 달러, 타워세미컨덕터 728만 달러, 체크포인트 579만 달러, 노바 438만 달러, 인라이트 327만 달러 등이다. 직접 보유액만 총 4937만 달러, 약 7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이스라엘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이스라엘 ETF’도 5264만 달러어치, 한화 약 746억 원을 보유했다. SEC 공시에서 확인되는 이스라엘 관련 주식은 모두 1억200만 달러 규모다. 미국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까지 포함하면 실제 보유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공사의 투자 대상에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점령지 사업에 연관된 기업도 포함됐다. 엘빗시스템즈는 이스라엘군에 무인기와 포병·감시·지휘통제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방산업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2024년 엘빗에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아이언스팅’ 정밀유도 박격포탄 수천 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엘빗의 무인기가 가자지구에서 사용돼 왔다며 이 회사를 이스라엘 군수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지목했다.


한국투자공사의 SEC 주식 공시 내역에 엘빗시스템즈가 있다. 공사가 직접 재량으로 투자했다는 뜻의 ‘SOLE’ 표시가 있다.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MSCI 이스라엘 ETF에는 엘빗뿐 아니라 뱅크레우미, 뱅크하포알림, 이스라엘디스카운트은행, 미즈라히테파호트은행 등도 편입돼 있다. 이들 은행은 정착촌의 유지·확장에 기여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기업 등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됐다.

공적 자산인데 투자처는 비공개?

한국투자공사는 이스라엘 국채와 회사채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정확한 보유액과 종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기업 주식 또한 미국 상장 주식의 경우에만 SEC에 공시됐다.

공사 관계자는 “정보공개청구한 부분이 많이 부족해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포트폴리오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운용 전략과 연관이 있고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투자공사의 2025, 2024 연차보고서에 이스라엘이 공사가 주식·채권을 모두 투자하는 국가로 표기되어있다.

그러나 비공개 범위가 실제 투자전략뿐 아니라 공적 자산의 책임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까지 포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이스라엘 국채나 이스라엘 기업 주식 등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김지혜 활동가는 “시민들의 재원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며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에 이어 한국투자공사의 이스라엘 투자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공적 자금의 운용이 최근 이스라엘을 비판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혜 활동가는 “정부에 당연히 책임이 있고 기재부에도 책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최종적으로 권한이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가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 사람들의 삶을 위한 재정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국가 재정이 쓰이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2주기 집회에서 참여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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