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거: 침체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역자주] 8일 실시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하며 단독으로 개헌선(3분의 2) 이상의 압승을 거뒀다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합쳐 총 352석을 확보해 하원 입법권을 강화했다이번 승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 직후 단행한 조기 선거 전략과 친미반중 등 보수 공약이 유권자 지지를 얻은 결과로 평가된다이로 인해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3~4년간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전쟁과 전력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9조 수정을 포함한 개헌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일본 총선거 직전에 작성한 글로 이번 총선거에 따른 경제 전망을 담았다.

일본에서는 내일 총선거가 치러진다이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지 불과 몇 달 만이다다카이치는 강경 보수주의자이자 초국가주의자이며마거릿 대처의 열렬한 추종자다그는 지난해 10곤경에 빠진 집권 자민당의 총재 자리를 둘러싼 당내 경선을 승리로 이끌며 총리직에 올랐다자민당은 지난 2년 동안 두 차례의 선거에서 참패를 겪었고현재 일본 국회의 어느 한 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과 그 새로운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당은 내일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주요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일본입헌민주당과 자민당의 옛 동맹이었던 공명당이 결성한 신당인데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106개의 소선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잃고 32석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자민당은 243석을 차지할 수 있으며여기에 일본유신당과 합치면 총 261석을 확보하게 되어 중의원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형성하게 된다.

다카이치는 여성과 젊은 층고령층을 가리지 않고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폭넓은 호소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그는 자신이 과거의 모든 자민당 지도자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그는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세를 추진하려 하며특히 물가를 끌어올리는 소비세 인하를 강조한다또한 재정 적자가 확대되더라도 사회보장과 국방’ 지출을 늘리려 한다다카이치는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는데이는 불운하게도 단명했던 영국 보수당 총리 리즈 트러스의 구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트러스가 추진했던 영국 재정 적자의 대폭 확대 계획은 영국 국채 금리의 급등과 파운드화 투매를 불러왔다일본에서도 비록 완만한 속도이기는 하지만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일본 국채 수익률은 크게 상승했고엔화 가치는 역사적 저점에 근접해 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가일본의 금리는 지난 2년 동안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끊임없이 상승해 왔다그럼에도 통화 가치는적어도 명목 기준으로는계속해서 하락해 왔다<2024년 1월 1일 이후 엔화와 일본 장기 국채 수익률의 변화(%p)>

그렇다면 다카이치 역시 리즈 트러스처럼 참패로 퇴장하게 될 것인가아마도 그렇지는 않겠지만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하는 차별성이 어떤 실질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일본 정부들은 다른 모든 주요 7개국(G7) 경제와 마찬가지로 수십 년에 걸쳐 연금과 복지 급여를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채택해 왔다리처드 캐츠는 자민당 연립정부 설명에 따르면 1995년에 고령자에게 지급되던 사회보장 급여가 290만 엔(현재 환율 기준 약 2만 달러)에서 현재는 210만 엔(약 1만 4500달러)으로 낮아졌으며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는 3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여기에 더해 지난 30년 동안 65세 이상 1인당 의료비에 대한 정부 지출도 거의 5분의 가까이 줄어들었다동시에 법인 이익세율은 50%에서 15%로 대폭 인하되었다이익은 GDP의 8%에서 16%로 두 배가 되었지만정부의 법인세 수입은 GDP 대비 4%에서 2.5%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인세 인하는 기업 투자 성장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대신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 두거나 국채와 주식시장에 투자했다현재 기업들은 거의 1,000조 엔에 달하는 유동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그 가운데 270조 엔은 현금과 예금에, 233조 엔은 어음과 매출채권에, 460조 엔은 투자 증권에 들어 있다부채를 차감한 뒤 비금융 기업들의 전체 금융자산 규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총매출 대비 30%P 이상 증가했는데이는 약 460조 엔에 해당한다다시 말해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금융 기업 부문이 누적해 온 순저축 규모는 현재 일본 GDP의 약 80%에 이른다.

기업 보수주의(Corporate Conservatism)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전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이윤을 분배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며이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순이자소득 증가로 점점 더 설명되고 있다대비 일본 경상수지(부문별 순대출/차입)>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침체를 끝내기 위해 기업 투자를 확대하려 했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이 실패한 핵심 요인은 자본투자의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일본의 자본 수익성은 다른 어떤 주요 7개국(G7) 경제보다도 더 크게 하락했다.

<일본자본 이윤율(%)> 전후 대회복기세계적 수익성 위기신용 거품잃어버린 10고이즈미식 신자유주의 조치장기 불황(왼쪽부터 순서대로)

장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인구다일본의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하고 있다이로 인해 1인당 소득 증가율은 전체 GDP 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2010년 이후 일본의 1인당 실질 GDP는 10.8% 증가한 반면실질 GDP는 9.6% 증가했다그러나 1인당 실질 GDP 증가율마저도 둔화하고 있다노동자들은 과로 상태에 놓여 있다일본은 직원들의 연이은 비극 이후 50년 전 과로사(karoshi)’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대기업들은 이러한 압박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이나 다른 어떤 조치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생산성 증가율은 이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연평균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

일본의 기업들은 임금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렸을 수는 있지만그 추가 자본을 새로운 기술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에 투자하지는 않고 있다실질 투자는 2007년과 비교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공공투자 역시 기업 투자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기술 혁신을 이끌어 온 일본 자본의 이미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듯하다주류적인 혁신’ 지표인 총요소생산성(TFP)은 1990년대 연 1%를 넘던 성장률에서 현재는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1980~1990년대에 나타났던 대규모 자본 투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그 결과 일본의 잠재적’ 실질 GDP 성장률은 제로에 가깝다.

총리는 아베에서 기시다를 거쳐 이시바로 계속 바뀌었지만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일본은 건설과 각종 사업에 지출하면서 상시적인 재정 적자를 유지해 왔지만일본 경제는 계속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일본 기업이 투자할 의지가 없거나 투자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다카이치는 이제 재정 지출 확대금리 인하수출을 늘리기 위한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일본의 침체를 끝내려 하고 있다이는 트러스–트럼프식 정책으로일본은행과 금융기관들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까지도 크게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침체 대신 일본 경제는 이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변모했다물가는 오르고, GDP와 소비 지출은 정체되어 있으며실질 임금은 하락하고 있다소비자물가는 2021년 이후 12% 상승했다반면 GDP는 2018년과 거의 차이가 없다소비 지출 역시 정체 상태인데이는 실질 임금이 2018년 수준보다 7% 하락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지수(2018년 = 100)>

다카이치는 재정 지출 확대와 통화 완화를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고그 결과로 나타나는 국채 수익률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을 개의치 않으려 한다반면 일본은행은 국채 수익률 상승을 억제하고 재정 지출을 제한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엔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 한다여기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려 하면 침체는 더 악화될 것이고반대로 다카이치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이를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으로 조달하려 하면 인플레이션은 더 심화할 것이다.

다카이치는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주로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지만이를 일시적인 문제로 보고 있어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성장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그는 1년 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인상했을 때(현재는 0.75%) 이를 두고 어리석다고 비난했는데이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공격했던 트럼프의 태도와 유사하다다카이치는 특히 일본 수출품에 부과되는 트럼프의 관세를 고려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동차 제조업체와 다른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고자 하므로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다카이치의 정책은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 국채 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가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일본 국채의 대부분은 일본 국내에서 보유되고 있으며 그 비율은 88%에 달한다이는 영국과는 다르다자본 유출 위험은 민간 투자자가 보유한 부분즉 순부채에만 존재한다그리고 이 순부채 규모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는 주로 일본은행이 2013년 이후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해 왔기 때문이다. 2013년 초 민간 채권자가 보유한 순정부부채는 GDP 대비 144%로 정점을 찍었지만현재는 96%에 불과하다(아래 도표 참조).

<일본 국채(JGB) 잔액: GDP 대비 비율>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순부채 감소와 과거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정부 전반의 순이자 지급액은 2024년에 GDP 대비 고작 0.03% 수준으로 낮아졌으며이는 2012년의 거의 1%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이 수준은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정부 부채에 대한 순이자 지급액: GDP 대비 비율>

그러나 국채 수익률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이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은 리처드 캐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경제의 느린 부식이다수십 년간 시장 수준 이하의 금리는 더 건강한 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좀비 기업들을 생명 유지 장치에 붙들어 매어 왔다일본 GDP의 놀라운 절반은 (총요소)생산성이 단순히 둔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락하고 있는 사업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만성적인 재정 적자는 경제적 약점의 원인이라기보다 그 증상에 가깝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2021년 이후 엔화가 43%나 평가절하되었지만이는 일본의 수출을 늘리지 못했다실질 기준으로 일본의 수출은 지난 3년 동안 고작 5% 증가했을 뿐이다이는 일본 수출품이 세계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음을 시사한다실제로 일본의 재화와 서비스 실질 무역수지는 현재 연율 기준으로 15%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따라서 엔화 하락을 용인하면 일본 수출이 늘고 경제 성장이 촉발될 것이라는 다카이치의 기대는 순전히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카이치는 대처주의자’ 총리로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미지 덕분에 당분간은 높은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지난해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257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일본 시민들이 고령화되고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이민자들은 실제로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그러나 다카이치는 다르다그는 일본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이 점에서도 그는 다시 한번 트럼프식 메시지를 따르고 있다.

[출처Japan election: from stagnation to stagflatio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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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헌 스테그플레이션 중의원 총선거 다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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