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된 소동의 핵심은 그린란드가 아닌 연준이었나... 승리한 다보스 이론은?

중요한가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 주간을 두 가지 상반된 다보스 이론과 함께 시작했다.

하나는 이 회의 자체가 대체로 무의미하다는 해석이었다.

다른 하나는이 회의가 MAGA의 질주에 맞서 글로벌 자본을 조율할 수 있는 중요한 포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제 행사가 끝났으니우리는 무엇을 결론내릴 수 있을까?

내 인상으로는애초의 어떤 해석도 우리가 방금 목격한 광경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WEF를 단순히 무의미하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반면이번 주에 반격에 나선 것은 자본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양측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이었다.

래리 핑크와 블랙록의 존재감은 WEF 자체의 매력을 끌어올렸다덕분에 전 세계의 자산운용사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기술 및 산업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놀라울 정도로 대거 몰려들었다심지어 일론 머스크도 마지막 날 오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자본이 집결했음에도 불구하고, MAGA 대표단의 행보를 마주한 이들의 집단적 침묵은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정치적으로 전환될 수도 있었던 토론 패널들은 기술, AI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공개 석상에서는 아무도 미국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서 거리를 두지 않았다이는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해 국내 기업들조차 공개적으로 맞서지 않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놀라운 일도 아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이 침묵이 암묵적 동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행정부의 보복과 탄압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다보스 트럼프 리셉션 초청 명단에서 제외돼> CEO가 대통령과의 행사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며이는 더 깊은 갈등을 시사한다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가운데)이 수요일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왼쪽)과 함께 패널에 참석한 모습.

이는 지금이 순간을 구성하는 기묘하고 불쾌한 특징이다그러나 단순한 위협의 문제만은 아니다이건 정당성의 문제이기도 하다기업은 어떤 주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가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그리고 어느 무대에서 그러는가?

이런 질문은 MAGA 시대에 특히 날카롭다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모든 기업 주도 포럼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기업은 힘과 부기술 전문성을 지녔지만, ‘기업이 기업의 이름으로’ 공적인 포럼을 소집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심각한 이해충돌이 따라붙는다찰스 마이어(Charles Maier)가 그의 고전 『부르주아 유럽의 재구성』(Recasting Bourgeois Europe)에서 1920년대를 다루며 보여준 것처럼, ‘전면적 기업주의(total corporatism)’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그래서 전통적인 언론사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작동한다하지만 다보스특히 블랙록이 앞장서 소집하는 상황에서는 그 중개 장치가 무너진다.

누가 발언하는지가 너무 명확하고동기가 너무 많고그로 인해 결과가 생기고 역풍이 일 수 있다면결과는 공적 침묵이 된다.

그런데도, WEF는 분명히 소집됐고그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아마도 세 가지 다른 퍼포먼스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소집(convening), 연출(staging), 연기(acting).

소집:막대한 자본과 권력을 반쯤 공개적으로 불러모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일이며상황에 따라 자체적인 동력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오니까나도 가야 한다.”, “작년에 왔고내년에도 올 거니까 올해도 가야 한다”. 올해는 래리 핑크와 블랙록의 헌신이 바로 그 동력을 만들었다.

연출이 포럼은 완전히 비공개일 수도 있었고일반 대중에게 전면 공개할 수도 있었지만그 중간 지점—컨퍼런스 참석자들만을 위한 제한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 방송되는—이라는 독특한 무대를 구성했다이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행사를 만들어내며치열한 주목 경쟁의 시대에는 그 자체가 귀한 자원이 된다이 이벤트를 구성하는 핵심 플레이어는 단순한 기업 후원자가 아니라, WEF 자체글로벌 미디어그리고 등장해 퍼포먼스를 하는 연사들이다.

연기자본이 소집되고 무대가 마련되면이제 세 번째 집단—주로 정치인들—이 행동에 나선다이들은 카메라 앞과 비공식 자리 양쪽 모두에서 메시지를 전달한다일부 개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하지만 WEF 같은 모임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런 발언들을 한자리에 모아 나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자리는 WEF 외에는 거의 없다폰 데어 라이엔마크롱메르츠의 발언을 카니와 비교해보자혹은 영국은 대체 어디 있었나?”라고 스스로 물어보라.

이번 경우바로 이 퍼포먼스들 속에서 MAGA에 대한 반론이 구체화되었다유럽 측 인사들은 돌아가며 그린란드’ 포인트를 어떻게든 드러내려 했다무대 뒤에서는 더 많은 반격과 협상이 이어졌다.

물론 이런 국제 의제에 대한 싸움은 G7, G20 같은 다른 무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하지만 그런 자리들은 전 세계 자본이 대거 모여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며다보스가 제공하는 연극적 장치를 갖고 있지도 않다.

WEF는 바로 이 세 가지 구성요소(소집, 연출, 연기)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물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트럼프의 철수(TACO)는 애초에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누가 알겠는가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혹은, MAGA가 그린란드 문제에서 물러선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반응에 대한 우려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이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는 중요한 차이를 드러낸다자본의 압력은 개별 대기업의 영향력을 통해 작동할 수도 있고, ‘소집-연출-연기라는 조합을 통해 발휘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런 동원은 언제나 반대 압력에도 취약하며개별 참여자가 표적이 되어 탄압받을 수도 있다반면, ‘시장은 익명적이다이런 식으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보복하기 어렵다.

분명시장의 익명적 힘은 별개이면서도 강력하다하지만 WEF라는 쇼와 시장은 서로 독립적인가절대 그렇지 않다.

시장 반응이 그렇게 나온 이유는 그린란드 그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그것이 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소란은 MAGA 정책의 변덕스러움과 무책임함을 부각했다이후 행정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다보스 무대와 그곳에서 제기될 수 있었던 껄끄러운 질문들—공개석상과 비공식 회담 모두에서 가능한 ‘발화 행위(speech acts)’—를 통해 증폭되었다.

결국 개별 기업인자본의 대규모 동원무대 장치정치 행위자들미디어시장이 모두 상호작용을 하며 하나의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리고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신문을 펼쳤을 때나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우리가 그동안 엉뚱한 곳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닐까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집착은 결국 유럽 중심적인 시각 아니었을까이 모든 것이 사실은 연준(Fed)에 관한 것이었을까?

<블랙록의 릭 라이더(Rick Rieder), 연준(Fed) 의장 지명 경쟁에서 급부상도널드 트럼프는 "머지않은 미래에미국 중앙은행 의장 지명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릭 라이더는 연준이 최근 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도 주택 시장 회복에는 차입 비용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했다.

재무부 관계자들이 최근 주요 채권 투자자들에게 라이더(Rieder)에 대해 타진했다고이 사안에 정통한 여러 인사들이 전했다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출신으로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Kevin Warsh)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무부는 평소에도 시장 참여자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해 왔지만최근에는 라이더에 관한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일부 인사들이 밝혔다재무부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라이더는 블랙록에서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2조 4천억 달러 규모의 채권 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시장에서는 잘 알려진 베테랑 인물이다그는 2009년 블랙록이 그가 설립한 R3 캐피털 파트너스(R3 Capital Partners)를 인수한 뒤 블랙록에 합류했다그 전에는 리먼브라더스에서 20년간 근무했다.

케빈 해싯(Kevin Hassett) 백악관 경제 고문은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을 유력 후보로 여겨졌다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형 채권 투자자들이 대통령의 확고한 우군을 지명하면 시장이 불안해지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재무부에 전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이후해싯의 가능성은 몇 주 사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번 달 초법무부가 파월의 의회 증언에 대해 형사 조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해싯에 대한 기대는 더욱 식었다이 조치는 전직 연준 의장들국제 중앙은행 관계자들그리고 JP모건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을 포함한 월가 고위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연준은 파월의 증언을 옹호했다.

 <릭 라이더연준 의장 경쟁에서 급상승 중폴리마켓(Polymarket) 거래자들이 예측한 트럼프의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

내가 다보스 회의장에서 열린 회의실에서 연준 의장직이 미리 짜여졌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래리 핑크가 군중을 불러모으고 WEF라는 무대를 통해 트럼프가 자신의 퍼포먼스를 펼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블랙록의 존재감을 트럼프의 레이더에 올려놓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래리는 꽤 인상적인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그는 막강한 이사진을 거느리고 있다그리고 트럼프는 그런 보드(board)’를 아주 좋아한다핑크는 그 쇼를 주도했고트럼프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박수갈채를 받을 기회를 제공했다.

[출처] Chartbook 431 Convening, staging, acting ... and was it never about Greenland and mainly about the Fed? Which Davos-theory won?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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