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자동문이 아니다, 기아자동차 청소노동자 투쟁으로 노란봉투법의 문을 열자

노란봉투법의 시대가 열렸다노조법의 개정으로 인해 근로 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주체를 사용자로 판단하도록 하여 원하청 교섭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겼다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자동문이 아니다그동안 하청 노동자에게 가해진 탄압을 고려하면 원하청 교섭까지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특히 청소경비식당의 소위 총무성’ 노동자가 과거 불법 파견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과거를 고려하면 이들이 노란봉투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따라서 원청을 교섭장에 앉히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투쟁이 중요하다.

출처: 필자 제공

탄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한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하청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보면 하청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0여 년 전 기아자동차 불법 파견 정규직화 투쟁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그러나 소위 총무직이라 불리는 청소경비식당의 노동자는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필수 노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그렇게 여전히 6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10여 년 전과 같은 부조리한 처우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의 투쟁에서 드러나는 부당 업무 지시와 성적 괴롭힘그리고 이들에게 가해진 부당 해고징계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당하는 부조리한 처우와 탄압을 확인할 수 있다투쟁에 나선 청소노동자는 다섯 명으로 모두 하청 업체 보광에서 근무하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다.

투쟁의 시작은 화성공장의 한 신축 건물에서 시작한다신축 건물이 생긴다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업무 구역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신축 건물을 청소하는 인원을 배정할 때 사측은 신규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기존 노동자에게 해당 구역을 청소하도록 지시했다그리고 산업폐기물 처리 업무까지 지시했다청소노동자에게 지시한 업무는 살인적인 강도의 위험한 업무였다그리고 노사 협의 없는 전환 배치는 명백한 단체 협약 위반이었다.

이에 두 명의 청소노동자 김경숙 씨와 오명숙 씨가 부당 업무 지시 철회를 요구했다김경숙 씨는 제가 이 업무를 맡으면 다른 노동자도 이것을 떠안아서 열악한 업무 환경에 철할 수 있어서…라며 투쟁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이에 공감하는 동료 직원 박경희 씨도 둘의 투쟁에 결합했다그러자 김경숙 씨와 박경희 씨는 용기를 내어 묻어왔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바로 회사 안에서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성적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그리고 평소에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불만을 갖고 있던 다른 노동자들이 결합하여 총 다섯 명의 노동자가 투쟁에 나서게 되었다.

청소노동자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보광 사측은 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았다이에 공장 바깥의 시민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연대 시민이 움직이자 화성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도 이들의 투쟁에 결합했다그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라져서 단결하기 어려웠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그러나 이러한 연대의 확장에도 사측의 탄압은 거세졌다.

당연한 요구가 당연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사측은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조합 활동인 선전전을 무단 집회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몰았다그리고 사측의 편을 드는 대의원에게 항의한 것을 집단 괴롭힘으로 몰아 징계위에 회부했다그 결과 2명은 해고, 3명은 출근 정지라는 중징계를 통보받았다이는 명백히 청소노동자의 투쟁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 징계였다.

징계를 강행하여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측 보광의 행태는 상당히 과감했다이는 보광의 독단적인 결단이 아니다그간의 비정규직 탄압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의 노동 탄압과 부당 징계는 원청 기아자동차의 체계적인 지시와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따라서 이들은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인 원청 기아자동차에도 문제 해결의 책임을 묻고 있다.

출처: 필자 제공

한계를 극복하고 원청을 교섭장에 앉히기 위해서는….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장을 차려 준 것이 아니다그저 원청 자본의 실질적 지배력에 따른 사용자 범위의 확대 가능성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실제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소경비 노동자는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다며 이들이 원청과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가 있다이는 명백히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역행하는 발언이었다.

발언은 과거 불법 파견 정규직화 판결에서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지 여부에 따라 청소경비식당 등의 노동자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을 참고한 것이었다즉 청소경비 노동자가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처럼 자본주의에 입각한 법리는 청소경비식당 등의 노동자를 주변부에 있는 노동으로 치부하여 이들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노동이다그리고 원청과 하청의 계약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 직종과 관계없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전적으로 결정한다실제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원청의 계약 해지에 따라서 80여 명의 청소노동자가 해고를 당한 바가 있다.

이들 노동의 현실을 외면하고 사업 수행의 필수성실질적 지배력 등을 이들에게만 달리 적용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청소경비식당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저평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이처럼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노동의 가치를 달리 평가하는 법리와 인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그리고 이러한 법리와 인식을 걷어내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이들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불법 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한계가 화성공장에도 남아 있었기에 근 10여 년간 하청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이런 배경에서 보광 사측은 비정규직지회의 잠잠한 분위기를 깬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과감한 중징계로 탄압했다그리고 하청 업체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원청 기아자동차의 지시와 묵인이 없었다면 이러한 탄압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청소노동자에게 가해진 탄압을 이겨내기 위해 강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원청 자본에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이처럼 이들의 투쟁이 원청 자본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이 투쟁은 원하청 교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해진 탄압처럼 기아자동차라는 거대한 자본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이를 이겨낼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인식 아래에서 단결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가 중요하다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열악한 투쟁 조건과 탄압 속에 있기 때문이다이를 노동자 간의 연대를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의 경우 현장 조직인 현장의 힘과 평등세상을 시작으로 많은 현장 조직이 이 투쟁에 연대하기로 결의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연대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아직 기아자동차 화성지회(정규직지회)와 비정규직지회의 집행부 차원의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체계적인 연대의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연대의 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란봉투법의 문을 열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처음에는 부당 업무 지시 철회성적 괴롭힘 문제 해결에서 시작하여 부당 해고징계 철회로 확대되었다그리고 지금은 원청 자본과 맞서는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하청 노동자뿐만 아니라 원청 노동자까지 연대하여 원청 자본에 맞설 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향후 노란봉투법 시행 시기에 마주할 비정규직 투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플랫폼 노동자특수 고용 노동자가 노란봉투법에서 제외되어 그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 지금하청 노동자의 투쟁으로 노란봉투법의 문을 제대로 여는 것이 중요하다그렇지 않으면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 사이에서 또 다른 차별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자본이 노동 계급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눴던 것처럼 같은 하청 노동자일지라도 이들을 갈라놓는 자본의 속임수는 치밀하다이처럼 노란봉투법은 자동문이 아니기에 모든 노동자가 단결과 연대를 통해 투쟁하여 그 문을 제대로 열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조찬우는 ‘기아차청소노동자투쟁연대모임’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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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 노란봉투법 기아자동차 청소노동자 연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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