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초기 100일’에 적응하고 있다. 이 칼럼은 CEPR이 새로 발간한 전자책을 소개하며, 이 책에서 5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새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어떻게 세계 경제 질서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번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책 결정 방식이 지닌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어디까지나 예비적 성격을 지니지만,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분석은 새 행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한다.
우리는 CEPR의 새 전자책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결과: 예비 평가』에서, 새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세계 경제 질서 전반에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5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모았다(Gensler 외, 2025). 이번 평가는 그러한 작업이 본질적으로 갖는 일반적인 불확실성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책 결정 방식에 내재한 고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어디까지나 예비적 성격을 지닌다. 우리의 목표는 이번 초기 평가를 제시한 뒤, 올해 후반부에 전개 상황에 따라 이를 갱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드러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우려를 낳는다.
전면적인 관세 부과, 국제 동맹의 급격한 와해,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외에도 경제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는 이민, 추방, 출생 시민권, 정부 축소에 대한 중대한 정책 변화뿐 아니라, 과학 연구비, 대외 원조, 학술 지원 예산 삭감이 포함되어 있다. 보건 프로그램과 세제의 극적인 변화도 의회와 행정부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 국제 동맹에 대한 도전, 관세 전쟁,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은 모두 달러 기반 글로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과 글로벌 자본시장은 지금까지 일정한 회복력을 보여주었지만, 초기 지표들은 앞으로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할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투자, 인플레이션, 공급망 리스크가 모두 증가했으며, 기업, 금융기관, 해외 국가들, 일반 시민 모두가 이러한 변화가 자신의 경제적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주의 깊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무역, 국가 안보, 법치, 기초 연구, 달러 체제 등 수십 년간 국내외 번영을 떠받쳐 온 핵심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국 역할에서도 물러나고 있다. 미국 리더십의 퇴조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도와 경제가 보다 불안정한 국제 질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처럼 깊은 정책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새 행정부는 때때로 주식이나 채권 시장의 반응에 따라 논란이 큰 정책을 일부 완화하기도 했다. 예컨대 4월에는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시장 회복이 앞으로 순항을 보장한다는 신호는 아니다.
만약 행정부가 현재의 금융시장 반응을 ‘정책 추진에 대한 승인’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을 오히려 장려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누적 효과는 미국 경제의 역동성과, 미국이 한때 주도했던 글로벌 시스템 모두를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취임 초기 100일’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 초기 100일’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충격,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 재차 부상한 인플레이션, 그리고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한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겪었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의 경제적 지배력은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행정부는 첫 번째 행정부와 비교해 중요한 변화를 보인다.
첫째, 두 행정부 모두에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이번 행정부는 정책 변화의 수와 극적인 성격, 그리고 그 예측 불가능성이 결합해 불확실성을 훨씬 더 심화시켰다. 2025년 5월 중순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같은 시기에 비해 4배가 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유명한 ‘취임 초기 100일’을 넘어서는 수치다. 정책이 며칠 만에 뒤집히는 경우도 있었고, 새 조치를 둘러싼 소송이 법원에 쏟아졌으며, 금융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통치 방식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 감수, 고위험 협상, 공개적 대립을 핵심 통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 경제적 벼랑 끝 전술을 포함하며, 과거 행정부들의 신중한 다자주의와는 확연히 결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8년 전보다 더 많은 경험과 결의를 하고 이번 임기를 시작했다.
셋째, 현 행정부는 반복적으로 대통령 권한의 경계와 전통적인 행정권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연방기관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주장하는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과 같은 헌법적 논쟁을 밀어붙이며 나타났다. 가장 중대한 점은 대통령 권한을 정책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학계, 법률 기관, 언론, 시민사회, 주 정부, 외국 지도자들까지 영향을 주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5월 12일, 연방대법원장 존 로버츠는 법치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구조 변화
이러한 정책 및 통치 방식의 변화로 인해, 미국 내 기업 활동과 금융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신뢰는 이미 하락했고, 2025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더욱 현실성을 띠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갈라지고 있다. 모델 기반 전망치는 약 3%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7%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행정부 출범 이후 부과된 관세—사실상 세금의 일종—로 인해, 미국인들은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세금 인상을 체감하게 되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가 일시 중단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평균 관세율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의 약 2.3%에서 약 10%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관세는 중산층 일자리와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포장되었지만, 고용 창출이나 세수 확대 측면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낼 가능성은 작다.
과학, 이민, 농촌 정책의 전망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이들 분야에 대한 행정부의 초기 조치들은 혁신, 생산성, 지역사회 회복력에 장기적인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 정책은 여기에 또 하나의 압박 요소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름답고 거대한 법안(Big Beautiful Bill)’이 실제로 입법될 경우, 미국의 구조적 재정 불균형과 지속 불가능한 부채 증가 경로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5월 16일, 무디스는 다른 주요 신용평가사들에 이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 아래로 강등했다.
세계의 경제 구조 변화
지난 80년 동안 미국은 이타심이 아니라 ‘깨달은 자기 이익(enlightened self-interest)’에 기반해 핵심적인 국제 공공재를 공급해 왔다. 냉전 이후 세계는 민주주의의 승리, 세계화의 확대, 다자주의 제도와 개방 시장, 미국 주도의 규범 기반 국제 질서의 정착을 통해 정의되어 왔다.
트럼프의 두 번째 행정부가 이 체계의 균열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 균열을 가속화하고 심화시키고 있으며, 때로는 글로벌 다자주의 질서 자체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수준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비차별 원칙을 훼손한다. 이 원칙은 WTO의 핵심 규범이자 과거 미국 무역 리더십의 기둥이었던 원칙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는 다자주의와 규범 기반 세계 무역의 핵심을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글로벌 공공재 제공 역할에서 물러남으로써, 행정부는 초국가적 리스크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집단적 역량을 약화하고 있으며, 세계 공동 자산(global commons)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의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전략적 재조정 움직임도 촉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 탈퇴를 위협하고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발언은 유럽을 경제적·전략적으로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했다.
EU는 세계 2위의 경제권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약점이 많다. 드라기(Draghi, 2024)와 레타(Letta, 2024)의 주장처럼, 유럽은 상당한 생산성 격차가 있는 채 잠재력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내부 시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EU 내부의 장벽을 낮추면 경제 성과가 개선되고 유럽의 지정학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럽이 정치적 의지를 모은다면, 미국의 정책은 EU 통합을 가속화하고 오랫동안 미뤄졌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유럽에 전략적 자율성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정책은 유럽의 분열한 방위 체계를 직시하게 만들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대응을 위해서는 공동 방위 지출 확대, 조달 주기의 단축,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정렬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특히 첨단 디지털 인프라나 인공지능(AI) 같은 전략 분야에서 기술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서 여전히 중심적 관심 대상이며, 실질적인 보복 관세로 대응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으며, 최근 희토류와 자석 수출 제한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국도 점점 더 심각한 구조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높은 부채, 치솟는 청년 실업률, 취약한 부동산 부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관세 충격을 완화하려면 중국은 소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캐나다 관계는 긴장되었지만, 그 영향은 캐나다의 정치 지형에 변화를 일으켰다. 자유당은 신임 대표 마크 카니(Mark Carney)의 리더십 아래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이 흐름이 오랫동안 미뤄졌던 농업 개혁을 실행에 옮길 계기가 될 수 있다.
중남미는 미국과의 지리적·경제적 근접성 때문에 특히 워싱턴의 무역 정책에 취약하다. 멕시코는 그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국가다.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북미 자동차 산업의 핵심 연결 고리이며, 미국과의 양자 무역에서 두 번째로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 조건이 조금만 악화해도 멕시코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무역을 넘어서, 대외 원조의 대폭 삭감은 저소득 국가들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제안된 지원 축소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HIV와 말라리아 같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50만 명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최종 평가
참여한 전문가들이 그려낸 전체적인 경제 전망은 우려스러운 그림이다. 미국이 주도해 구축하고 이끌어온 세계 경제 시스템이 혼란에 빠지면서, 세계는 더욱 불확실한 다극적 경제 질서로의 전환을 더욱 빠르게 맞이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결과: 예비 평가》는 새 행정부의 정책들이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하고 있다.
참고문헌
-
드라기(Draghi, M) (2024), 유럽 경쟁력의 미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
겐슬러(Gensler, G), 사이먼 존슨(S. Johnson), 우고 파니차(U. Panizza), 베아트리체 베더 디 마우로(B. Weder di Mauro) (편),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결과: 예비 평가, CEPR 출판.
-
레타(Letta, E) (2024), 단순한 시장 그 이상: 유럽의 미래와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단일시장 강화, 유럽이사회 보고서.
[출처] The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A preliminary assessment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게리 겐슬러(Gary Gensler)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론 경영대학원 글로벌 경제 및 경영학, 금융학 실무 교수다.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론 경영대학원 로널드 A. 커츠(Ronald A. Kurtz) 기업가정신 교수, 글로벌 경제 및 경영학 그룹장, 슬론 펠로우 프로그램 학장이다. 우고 파니차(Ugo Panizza)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부회장, 제네바 국제대학원(iheid) 경제학 교수 및 피크테 석좌이다. 베아트리체 베더 디 마우로(Beatrice Weder di Mauro)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회장, 제네바 국제대학원(iheid) 글로벌 경제, 기후 및 자연금융학 교수, 인시아드(INSEAD) 호프만 글로벌 경영 및 사회연구소 방문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