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로부터 날아온 것처럼: 2025년 이란 대 이스라엘의 지정학적-군사적 급진주의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너무 오랫동안 예고되어 왔고서방은 이란 폭격을 정상화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가자에서 레바논시리아그리고 다시 가자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폭력의 충격에 감각이 너무 무뎌져 버려서이 전쟁이 얼마나 비범한 것인지를 인식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란-이스라엘 충돌의 정치적 측면이 아니다이란 핵무기라는 개념을 악마화하려는 막대한 국제적 노력이라든가이스라엘의 냉혹한 선제공격 전략과 지역 패권주의를 자위권이라는 무해한 주장과 뒤섞는 시도 같은 것이 아니다내가 말하는 것은 전쟁이라는 사건 자체가 지닌 낯설고도 전례 없는 양상바로 그 전쟁의 기이함이다.

출처하아레츠(Haaretz)

사상자와 피해 규모는 지금까지 제한적이지만지정학적·군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이 전쟁은 이미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전쟁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

우선 교전 당사국 간의 거리부터 보자텔아비브에서 테헤란까지의 거리는 1,585km이는 베를린과 모스크바 사이의 거리(1,614km)보다 약간 짧다하지만 1941년의 나치 독일과 소련과는 달리이스라엘과 이란은 지상 국경을 공유하지 않는다. ‘전선이 없다양국 사이에 위치한 시리아와 이라크는 이 충돌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유럽의 지리로 치면마치 네덜란드와 스페인또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 폭격전을 벌이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규모는 작지만 고도로 기술화된 공군은매 출격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하며외국 영공과 인구 밀집도가 낮은 영토를 가로질러 작전한다.

이스라엘의 F-15, F-16, F-35 전투폭격기는공중급유와 외국 영공을 일상적으로 침범하는 방식 덕분에 이처럼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이런 작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양측 모두 공중 작전에 훨씬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바로 이 지점에서지난 15년간 제재 속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경제 발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 군용기는 엄청나게 비싸다이스라엘이 운용 중인 F-35 스텔스 전투기의 최신 업그레이드형 1대 가격은 1억 1천만 달러에 달하며여기에 정비 및 유지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이스라엘은 40대 이상의 F-35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란 공군은 수십 년 된 노후 기체들로 구성되어 있다현명하게도 이란은 이 전투에 자국 전투기를 전혀 투입하지 않고 있다이스라엘 전투폭격기가 극한의 장거리 작전을 자유롭게 수행하면서, 2024년의 공방전 당시부터 이미 이란의 대공 방어망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다그 결과 이스라엘은 자국 전투기의 작전 자유권을 확립했으며현재 이스라엘 공군기는 이란 상공을 거의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는 상태다.

잠시 이 상황을 곱씹어보자지상에서 보았을 때이란 상공의 모든 물체는 이제 적대적인 존재로 간주해야 한다자국에서 천 마일(1,600km) 떨어진 곳에 이러한 공중 지배 상태를 만든 이스라엘 공군의 행위는 비범한 사태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폭탄 자체는 특별히 정교한 무기가 아니다대부분은 중력 투하 방식이고오래된 폭탄에 정밀 유도 키트를 추가 장착한 것들이다하지만 폭탄이 아무리 원시적이라 해도공중 우세와 결합하면 그 파괴력은 압도적이다산속 깊은 벙커를 제외하면이스라엘은 원하는 거의 모든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이스라엘은 벙커버스터 폭탄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그것을 아낌없이 사용한다이스라엘은 2024년 9월 27일 베이루트에서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를 암살하기 위해미국산 중폭탄을 무려 80발 이상 투하했다그 파괴 규모는 펜타곤조차 경악할 정도였다문제는미국의 최중량 폭탄 GBU-57(14)은 B-2 같은 전략 폭격기만이 운반할 수 있고기체 1대당 가격이 2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이는 이스라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불리할 것으 예측한 이란 체제는 이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다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드론에 관심이 집중됐만실제로 이란이 이스라엘을 역공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은 바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1,000마일 떨어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이 사실을 잠시 곱씹어보자이것 또한 급진적이며 이례적인 현실이다.

이스라엘은 자국 전투기를 천 마일 날려 폭탄을 떨어뜨린다이란은 미사일을 천 마일 거슬러 반격한다.

이란의 미사일이 꼭 값싼 것도 아니다대규모 미사일 일제 발사는 약 2억 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보유한 200기의 타격용 전투기에 투입된 수백억 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고가의 공군 전력이 저렴한 일방향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과 대치하는 기묘한 비대칭적 장거리 전쟁 방식은현대사에서 처음으로 80여 년 전인 1944서유럽 상공에서 등장했다나치 독일은 당시 영국과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에 맞서기 위해 V1 및 V2 로켓을 사용했다이 V1과 V2는 오늘날 드론과 탄도미사일의 직계 조상이다.

특히 탄도미사일의 경우그 계보를 말하는 것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다.

1950~60년대 소련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나치 독일에서 확보한 기술 인력과 전문 지식에 크게 의존했다소련의 스커드(Scud) 시리즈 로켓은 20세기 후반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탄도미사일 중 대다수를 차지했다이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과 제1차 걸프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의 공습에서 모두 확인된다소련 스커드 시리즈는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되었다그러나 2000년대 이후이란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새로운 세대로 진화했다이들은 고정연료 방식의 미사일로 전환했고정밀도도 훨씬 더 향상되었다.

2022년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600발 이상의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을 발사했으며그 사거리는 400~500km에 달한다하지만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급진적인 전환점이 되는 이유는 그 지경학적-군사적 야망에 있다이처럼 장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이 실제 전쟁에 사용된 사례는 역사상 전무하다.

이 전쟁에서 이란 미사일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사거리의 비범함뿐만이 아니다그것들이 도달하는 비행 고도 또한 전례 없는 수준이다이스라엘을 향해 마하 5를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이란의 미사일은비행 궤도의 최고점에서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을 자주 넘는다카르만 라인은 지구 대기권과 외기권(우주)의 경계를 나타내며지상 100km 상공에 위치해 있다이란의 일부 미사일은 최고 고도 400km에 도달한 후목표를 향해 재진입해 낙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되고 있는 이란 미사일 낙하 장면 영상은사실 전쟁사에서 유례없는 비행 경로의 마지막 순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기권 궤도를 그리며 비행하는 이란 미사일들은실제 전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된 미사일 공격으로는 처음 등장한 형태다이보다 앞선 사례는 단 두 번, 2023년과 2024후티 반군이 이란산 또는 이란 기술 기반 미사일의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던 경우가 전부다.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정교함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설계자로 불리는 우지 루빈(Uzi Rubin) 박사다그의 평가는 아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출처 : Meforum
 

우지 루빈(Uzi Rubin) 박사와 이스라엘 측 동료들이 개발한 이란 미사일 대응 시스템 또한 절대 평범하지 않다미국의 지원 아래이스라엘은 요격체계—특히 애로우 3—를 구축했으며이 시스템은 이란 미사일이 궤도의 최고점즉 우주에 진입했을 때 이를 요격하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는 하마스헤즈볼라그리고 아이언 돔과 관련된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이 지닌 지정학적·군사적 급진성을 낯설게 바라보려면 의식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아래 지구본 이미지에서익숙한 아이언 돔 방어 범위는 아주 작고 짙은 파란색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반면이스라엘이 이란의 외기권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중인 애로우 시스템의 방어 범위는이란 동부 국경에서부터 예멘리비아·알제리 국경그리고 이탈리아 대부분에 이르는 거대한 외곽 원으로 표시된다.

출처 : ABC

애로우 시리즈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1980년대부터 공동으로 개발해온 프로그램이다이 협력은 로널드 레이건의 스타워즈’ 혹은 전략방위구상(SDI)이라는 꿈그리고 MENA(중동·북아프리카지역 전반에 소련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이 확산하는 데 대한 이스라엘의 불안감에서 출발했다.

애로우 1의 설계 작업은 1986년에 시작되었고, 1988년에 체결된 미·이스라엘 협정에 따라 미국 SDI 예산으로 자금이 지원되었다처음부터 이스라엘의 기술력과 긴박한 안보 수요는 스타워즈 구상을 지속시키는 데 핵심적인 동력이 되었다. “총알로 총알을 요격할 수 있다는 발상을 실제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 꿈을 지탱했다

애로우 1은 실전 배치되지는 않았지만이후 개발된 애로우 2의 기초가 되었다애로우 개발은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고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미국의 하청업체 보잉(Boeing), 엘타(Elta),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미국은 애로우 개발에 약 20억 달러를 지원하며 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했다애로우 미사일은 아이언 돔이나 다윗의 투석구(David’s Sling, 이스라엘이 개발한 중거리 미사일 방어체계)이 요격할 수 없는 대형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용도로 설계되었으며대기권 내 고도 약 100km까지의 영역에서 탄도미사일이 최종 낙하 단계 중 중간 궤도를 지날 때 요격하도록 설계되었다.

거의 40년에 걸친 투자 끝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해온 전략적 미사일 방어 개념나아가 레이건의 스타워즈 구상이 정당화되었다는 평가를 방위산업계에서 받고 있다한 미국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면, 2023년 이래 이스라엘과 미국 군이 수행한 작전은 미사일 방어 축제에 가까웠다.

최초의 애로우 포대는 2000년에 실전 배치되었다그리고 약 25년이 흐른 뒤인 2023년 10월 31이 포대는 처음으로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했다.

애로우 3는 애로우 2보다 더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며탄도미사일이 외기권에서 궤도 정상점에 도달했을 때 이를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애로우 3는 2017년 1월에 실전 배치되었으며, 2023년 11월 9후티 세력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외기권에서 요격하면서 전시 실전 상황에서의 첫 외기권 요격을 달성했다이것이야말로 현실 속 스타워즈이다

요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그 아래에 있는 인구에게는 마치 기묘한 안전함의 감각을 제공한다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의 현 국장인 모셰 파텔(Moshe Patel)은 2024년 4월 13~14일 밤 이란의 집중 공습에 대응한 자국 시스템의 작동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쨌든, 2024년 4월 13~14일 밤이란이 처음으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이스라엘을 향해 총 120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으며각각 반 톤 혹은 1톤의 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여기에 추가로 220발에 달하는 순항미사일도 함께 발사됐다이 모든 공격은 이스라엘 인구를 겨냥해 정밀히 동기화된 공격이었다남쪽북쪽 등에서 각종 대리세력들도 이번 축제에 가세했다그 특정한 밤이스라엘 영공으로 날아든 물체는 550개를 넘었다항상 우리는 방어 시스템의 가격과그런 시스템이 없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를 비교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이번처럼 그런 위협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많은 생명을 구하고막대한 재산 피해를 피할 수 있다예컨대, 4월 14이스라엘 증시는 그대로 개장했고시민들은 일상대로 출근했다그날까지 우리가 지출한 비용은내 생각에 모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우리는 그렇게 평가한다.”

우리는 임무를 해냈다증시는 그대로 열렸다사람들은 출근했다.” 이런 말은 진짜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경제가 문제라면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핵심은 누가 맞는’ 도박을 한 것인가 — 이스라엘-미국인가이란인가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추산에 따르면이처럼 집중적인 폭격이 있었던 밤의 미사일 요격 비용은 최대 2억 8,500만 달러에 달했다애로우 요격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에 이른다그러나 가격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실물 재고와 생산 능력의 한계다이스라엘과 미국이 생산을 50:50으로 나눠도요격미사일의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앞으로 몇 주 동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란과 이스라엘 중 어느 쪽이 먼저 미사일을 소진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이 사태의 여파로 무엇을 예상할 수 있을까트럼프의 황금 돔(Golden Dome)’에 대한 논의가 전면 재개될 것이다이는 레이건의 SDI(전략방위구상)를 트럼프 취향대로 도금한 버전으로앞으로 본격적으로 재추진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의 자국 분석가들도 지적하듯이이스라엘의 경험은 본토를 향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비하는 미국에는 별로 배울 점이 없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미국 측이 추진하려는 요격 시스템은 아이언 돔이라는 이름 때문에 저작권 이슈에 부딪혀이후 대통령의 최애 색상인 금색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트럼프는 말한다미국은 올 아메리칸(All American)’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당장 이스라엘 기술이 실제로 배치될 곳은 유럽이다올라프 숄츠(Olaf Scholz)가 시작한 하늘 방패(Sky Shield)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애로우 시스템 도입 계약이 이미 체결되었다.

지나치게 익숙해져 무감각해진 재앙 시나리오예고된 충돌의 점진적 격화 속에서도지금 이 순간의 급진성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1,000마일(1,600km)을 넘는 거리에서 두 군사 강국이 서로 타국의 인구 수백만 명 머리 위를 가로질러 타격을 주고받고 있다극초음속의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미사일들그리고 그 우주에서 요격되는 미사일들.

이 순간을 명심하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3년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이 가져온 파장 속에서, 2023~2025년은 드론 전쟁의 출현만이 아니라, ‘미사일-요격미사일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 양식의 개막을 알린 시기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은 아무리 극적이고 효과적이라 해도지금 대기권 가장자리와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극초음속 전투에 비하면 지상전에 불과하다.

[출처] Chartbook 392 Incoming from outer space: The geo-military radicalism of Iran v. Israel 2025.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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