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명 운집한 ‘노 킹스’ 행진, 언론은 외면했다

지난 토요일 있었던 '노 킹스'(No Kings) 행진은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항의 시위였지만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축소 보도했다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명확히 말하자면나는 폭스 뉴스나 우파 언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내가 말하는 것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공영 라디오 방송 네트워크>(National Public Radio, NPR), 그리고 다른 주요 언론사들이다시위 직후, <뉴욕타임스>는 "전국적으로 수천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죄송하지만이 제목은 현재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라 내 말을 믿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수천 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모든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만 수만 명이 시위에 나왔고필라델피아시애틀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인파가 있었다이런 황당한 축소 보도는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누군가는 시위 규모를 최소화하기로 의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NPR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일요일 오전 ‘Weekend Edition’ 뉴스 요약에서, NPR은 노 킹스 시위가 "몇몇 도시(several cities)"에서 열렸다고 전했다하지만 주최 측은 시위가 2,100곳에서 열렸다고 밝혔다이 수치는 꽤 신뢰할 만하다군중 규모는 대략적인 추정이지만각 시위는 구체적인 도시와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2,100곳이라는 숫자는 매우 타당하다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오리건 서부 지역에 사는 나도 서로 다른 세 곳에서 열린 시위를 알고 있다트럼프 지지 성향이 강한 옛 고향 유타주 카냅(Kanab, 인구 5,000)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어쨌든 주최 측은 시위 목록을 공개해 관심 있는 사람이 2,100이라는 수치를 검증할 수 있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어떻게 NPR은 2,000개가 넘는 시위를 두고 몇몇(several)”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는가이건 그 단어의 통상적인 용법과 전혀 맞지 않는다이건 시위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말꼬리를 잡으려는 게 아니다사실 뉴욕타임스와 NPR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폭로하는 훌륭한 기사들을 많이 써왔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과 같은 명백한 시위 축소 보도를 용서할 수는 없다.

만약 이게 단 한 번의 사건이었다면 용서할 수도 있겠지만우리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지금그것마저도 쉽지 않다게다가 좌파(광범위하게 정의해서 말하자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항상 비판하면서우파가 같은 일을 했을 경우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중잣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내내 경제 보도에 대해 끝없이 이 점을 지적해왔다경제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그것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다그건 극우 음모론자들이 아닌 이상 바이든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오히려 바이든의 정책은 놀라운 회복을 이끌어냈고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오랜 저실업률 지속 기간과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실질임금 상승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언론은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는 프레임에 집착했고현실과 180도 다른 이야기들을 밀어붙였다예를 들어우리는 은퇴 위기에 대한 보도를 계속해서 들었지만실제로 은퇴를 앞둔 세대는 1960년대 이후 어느 때보다 은퇴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또 젊은 세대가 집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렸다는 보도가 많았지만사실 그 시기 청년층의 주택 소유율은 주택 거품이 붕괴된 이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우리는 신기록적인 창업률전례 없는 공장 건설 붐수천만 명이 재택근무를 하며 매년 수백 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수천 달러의 교통비를 아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거의 듣지 못했다.

왜 언론이 이런 부정적 기사들을 써야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어쩌면 본능적인 양비론(both-sideism)’ 때문일지도 모른다물론 트럼프와 공화당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지만민주당도 뭔가 잘못했겠지나는 민주당이 여러 가지를 망쳤다는 데 동의하는 첫 번째 사람이겠지만그들이 실제로 중요한 진전을 이뤘을 때 그 사실을 솔직하게 논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기존 언론이 바뀌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이 더 잘하라고 압박해야 하지만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우리는 새로운 미디어를 육성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건 다소 미친 짓처럼 들릴 수도 있다지금은 언론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니까하지만 우리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명확히 이해하고기회가 있는 곳에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고(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과 수십 년 동안 언론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 세액공제’ 방안을 주장해왔다이 공제는 자선 기부에 대한 소득세 공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설계되며환급 가능한 방식이다.

언론사는 국세청(IRS)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기관에 등록만 하면 된다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만 밝히면 된다이는 교회나 연구기관이 비과세 지위를 등록하는 것과 같다. IRS는 종교의 질이나 연구 성과를 평가하지 않으며단지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인지 여부만 판단한다.

내가 제시하는 두 번째 조건은이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는 모든 작업물은 저작권 없이 퍼블릭 도메인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논리는 간단하다대중이 비용을 지불했으니대중은 그것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세액공제는 언론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대한 자금 풀을 만들 수 있다물론 그 일부는 낭비되겠지만지금도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일부 자금은 우익 사상을 밀어붙이는 데 쓰일 수도 있다우리는 그것을 불행한 일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현실은 그렇다어차피 지금도 그런 매체들은 자금이 넘쳐난다.

핵심은 이 시스템이 주나 지역 차원에서 도입될 수 있고양질의 저널리즘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진보적인 주나 도시에서조차 이 제도를 도입하는 건 고된 싸움이 될 수 있다하지만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리버럴 억만장자들이 정신 차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

진보 세력이 언론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 않는 현실은 정말 기이하다거의 모든 사람들은 부유층이 정치 캠페인에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민주주의를 부패시킨다는 데 동의한다돈은 선거를 사고 있으며, ‘시민 연합’(Citizens United) 판결을 폐지하려는 이들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그 부자들이 구매한 정치 광고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람들은 왜 그 광고 사이에 사람들이 24시간 내내 접하는 콘텐츠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기는가유권자들의 후보자와 이슈에 대한 인식은 하루 24시간일주일 내내 소비하는 정보에 의해 형성된다아무리 비싼 선거 광고도 그 전체 그림에서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이 24시간 정보 공간에는 소셜 미디어도 포함되어야 한다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같은 테크 억만장자들이 거대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자기 기분 따라 운영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대부분의 진보 세력에게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내 입장에서는우리는 이 거대 플랫폼들을 축소하고거짓 정보 유포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소규모 사이트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섹션 230’(미국 통신품위법 중 인터넷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제한하는 핵심 법률)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하지만 다른 좋은 방안이 있다면 그것들도 논의의 장에 올려야 한다.

어쨌든우파는 민주주의 옹호자들을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다행히도 그들의 무능과 악랄함은 심지어 온건하거나 정치에 무관심한 보수층에게조차 혐오를 자아내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진보 진영의 권력 기반을 보강할 방법들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지난 반세기 동안 그들은 조직 노동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통해 이 기반을 체계적으로 파괴해 왔다.

상원은 최근 완전히 부패한 암호화폐 옹호 법안인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켰다이 법안은 16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찬성했기에 필리버스터를 극복하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나는 이들 상원의원 중 누구도 암호화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그들은 암호화폐가 불러오는 정치자금에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정치인의 부패를 규탄할 수 있고그래야만 한다하지만 나보다 똑똑한 누군가가 말했듯이정치인의 임무는 당선되는 것이다진보 세력이나 민주주의 지지자들이 이들을 권좌에 머무르게 할 대안적 메커니즘을 갖추지 못한다면그들은 결국 돈이 있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진정으로 독립적인 언론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그 길은 멀고 험할 것이지만우리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 하며그 과정에서도 점진적인 이득은 누적될 것이다.

혹시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는가?

[출처There Were Five Million People at No Kings Marches and the Media Lied About It (Except Stephen Colber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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