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일방적인 공격이 성공할 경우, 그것은 이란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실전 배치 가능한 핵폭탄을 확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최대의 유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출처: 네타냐후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허용한 결정은,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미국 대통령이 내린 최악의 오판이다.
부시는 이 결정을 통해 이라크에서 8년에 걸친 분쟁을 촉발했고,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따르면 최소 65만 5천 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타크피리 무장조직의 탄생을 야기했고, 하나의 주요 국가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으며, 이라크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결정은 그보다 더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미국 외교관들이 이란과 협상 중이던 상황에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란을 공격하도록 허용한 것은, 미국 대통령직을 알 카포네(Al Capone)나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Joaquin "El Chapo" Guzman)과 같은 수준의 신뢰도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런 방식은 마약 카르텔의 수장이 보여주는 행동이지, 세계 강대국의 지도자가 취할 행위가 아니다.
이제 누가 미국의 말을 믿겠는가? 쇠퇴하는 강대국인 미국은 결국 다른 나라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상대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의미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방금 자행한 기만 행위에 대해 자축하며, 이란 외교관들을 속인 일을 두고 낄낄대고 웃고 있고, 동시에 수백 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이스라엘군에 급히 보내고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드론은 표적 인물들을 자택 침대에서 포착하거나, 본부로 유인해 제거했다. 텔아비브와 워싱턴에서는 이를 일종의 성공적인 쿠데타로 간주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이 이스라엘에 "정밀한 정보(exquisite intel)"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만 행위를 자랑한 뒤, 트럼프는 이란인들에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훈계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더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렇게 썼다.
"이란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게 되기 전에 거래를 체결해야 하며, 한때 '이란 제국'이라 불렸던 것을 보존해야 한다. 더 이상 죽음은 없다, 더 이상 파괴도 없다, 그냥 해라, 너무 늦기 전에. 여러분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이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9천2백만 명 규모의 국가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말이다.
어제는 사담, 오늘은 네타냐후
만약 이란이 과거 서방의 지원을 받은 고(故)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에게 8년간 공격당했던 일을 떠올린다면, 트럼프의 발언은 더욱 어리석은 것이 된다.
이란의 외교 정책은 이슬람 공화국의 이념뿐 아니라, 그 쓰라린 전쟁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란의 핵 농축 프로그램과 로켓 무기고는 모두 이란-이라크 전쟁의 불길 속에서 다듬어졌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지금의 네타냐후처럼, 이웃 국가가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했을 때 전쟁을 일으켰다.
1980년 9월 22일, 이란의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아야톨라는 여전히 혁명 직후의 혼란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는 군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고, 군대의 상당 부분은 샤가 축출될 때 해산된 상태였다.
이란은 정규군과 새로 창설된, 전투 경험이 전무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함께 보유하고 있었지만, 무기가 너무 부족해서 전선에서 병사들이 물결처럼 쓰러질 때마다 무기를 서로 돌려가며 써야 했다.
사담의 군대는 처음에는 빠르게 진격했지만,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 점차 밀려났다. 오늘날의 네타냐후처럼, 사담도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았다.
사담은 독일 기업들로부터 화학무기 제조 수단을 제공받았고, 이들 기업은 머스터드가스, 사린, 타분, 기타 화학작용제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구체 화학물질을 공급했다.
서방은 하라브자에서 쿠르드인들을 가스로 학살한 뒤에도 여전히 사담에게 외교적 보호를 제공했다.
내가 매우 그리워하는 동료 고(故) 리처드 비스턴(Richard Beeston, <더 타임스>(The Times) 소속)은 두 명의 영국 외교관이 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득하려 했던 일을 회상했다.
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난 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도널드 럼즈펠드라는 젊고 유망한 인사를 사담에게 보내 악수를 나누게 했다.
출처 : Middle East Eye
1983년 11월 26일 자 국가안보결정지침(NSDD) 제114호는 미국의 목표를 명확히 밝혔다. 미국은 단지 자국의 군사력과 걸프 지역의 석유 공급망만을 보호하고자 했다. 사담의 화학무기는 럼즈펠드나 레이건에게 아무런 관심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 세대 전체의 이란인들은 여전히 참전 군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그 가스 공격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심층 방어 전략
그리고 이란이 결국 승리한 이 피비린내 나는 잔혹한 전쟁은, 테헤란이 지중해에서 자국 국경까지 이어지는 무장 조직들의 네트워크를 훈련시키고 구축하려는 결심을 다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심층 방어 형태였다.
분명히, 이란의 '저항의 축'은 현재 두 해 전보다 약화되었을 수 있다. 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의 고위 지도부는 물론, 그들의 주거지와 가족들은 하마스가 10월 7일 공격을 감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모사드에 의해 표적으로 설정되고 좌표화되었다.
그 일부는 시리아에서 발생했다. 그곳에서 헤즈볼라는 시리아와 러시아의 군사 정보기관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는 첩자들에게 내부를 노출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거기서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헤즈볼라가 ‘모선’이라 할 수 있는 이란이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맞이했을 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은, 그것이 이스라엘에게 얼마나 참담한 패배를 당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
헤즈볼라의 접경 부대는 용감히 싸웠고, 골라니 여단과 같은 이스라엘 정예 특수부대를 국경 인근 몇 킬로미터 안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작년 11월에 체결된 휴전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패배를 의미하는 신호였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레바논 내에서는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보다 이르고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 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일정한 세력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한 것을 전략적 실수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지만, 이들 행위는 동시에 전략적 자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지도부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돌입하길 원하지 않았고, 이들의 지도자들은 그렇게 명확히 밝혔다.
이러한 절제는 네타냐후에게 약점으로 간주되었다. 이란이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은 사실은, 급소를 찌를 수 있는 기회로 해석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지점까지 오게 되었다.
장기전인가?
1980년의 사담이나 2003년의 부시처럼, 네타냐후도 단기전과 이란의 조기 항복에 모든 승부수를 걸고 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이스라엘이 벌여온 모든 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실제 국가와 실제 군대를 상대로 한 공격이다.
이란은 전략적 심도를 갖고 있다. 이란은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다섯 개 핵시설 중 일부에 지하 800미터 깊이에 매설해 두었다. 이란은 전 세계 석유 액체의 21퍼센트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눈 깜짝할 사이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8,000기 이상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서이란 상공에서 자국 전투기들이 작전상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선언한 상황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이란 지도부는 러시아에 S-400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서방과 전쟁 중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트럼프와의 관계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를 공격한 사건의 배후에 영국 정보기관 MI6가 있다고 믿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거의 그와 다름없는 말을 했다.
과거 이스라엘이 러시아의 대공 방어체계를 이란에 공급하는 것을 막을 정도로 긴밀했던 푸틴과 네타냐후의 관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10월 7일 공격 이후 하마스 대표단이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푸틴은 이들이 가져온 '생일 선물'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내 소식통은 전했다. 푸틴은 1952년 바로 그날 태어났다.
바샤르 알아사드가 시리아에서 패배한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복시키는 것을 러시아가 허용할까?
이 질문은 네타냐후와 트럼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푸틴과 50분간 통화했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란이 백기를 들지 않을 경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역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국이 예멘의 안사룰라(후티 운동)를 공격하는 일을 막았다고 믿으며, 미국산 무기 계약과 트럼프 개인 주머니에 들어간 뇌물에 총 4조 5천억 달러를 쏟아부은 걸프 국가들 또한 이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걸프 지역의 극도로 취약한 석유 및 가스 시설 전반으로 불길이 번질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 부셰르(Bushehr) 주의 파즈르 잼 가스 정제소(Fajr Jam Gas Refinery)와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가스전 시설을 공격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하이파(Haifa) 인근의 석유 정제 시설을 타격했다.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기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란의 군사 및 핵 지도부를 제거했다는 환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 중부 지역 일부에 가한 파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퍼부었던 것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틀 연속 자국이 주변 국가들에 안겨주었던 것과 같은 공포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권리인 양 여겨왔던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급속히 깨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밤마다 이란 미사일의 집중 공격을 계속 받게 된다면, 네타냐후는 미국을 어떻게 하면 이 전쟁에 직접 끌어들일 수 있을지를 점점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가짜기(flag attack)’ 드론 공격은 네타냐후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이며, 그는 이미 그것을 충분히 고려했음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그의 손아귀에서 말 그대로 찰흙처럼 유순하게 움직였다.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의 향후 전망에 관해서 말하자면,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일방적 공격이 성공할 경우, 그것은 이란이 가능한 한 빠르게 실전 배치 가능한 핵폭탄을 확보하려는 가장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테헤란의 재래식 무기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F-35 전투기에 취약하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한때 크림반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한 푸틴이 그랬던 것처럼, 이란에도 동일한 논리를 제공한다. 푸틴은 전술 핵미사일 사용을 위협했고, 조 바이든의 참모진은 그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만약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이란의 재래식 자위 수단을 해체함으로써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단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핵 전략가라면 누구나, 재래식 전력이 약하고 신뢰성이 낮을수록 핵무기 보유국은 핵무기에 더욱 의존하게 되며, 그것을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최초의 선택지’로 사용할 준비를 더 갖추게 된다고 말할 것이다.
아직까지 이란 최고지도자나 정부가 이러한 사고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그러나 이란 국민 여론은, 이번 공격 이전부터 이미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쪽으로 분명히 기울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걸프 지역에 ‘또 다른 북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지금 그가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을 허용함으로써 바로 그 ‘걸프의 북한’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쟁이 멈추더라도, 평화의 대가와 이란 핵농축 프로그램의 안정화 비용은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출처] By allowing Israel to bomb Iran, Trump is pushing Tehran to go nuclea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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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허스트(David Hearst)는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장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