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조 달러에 이른 국가부채는 자연스럽게 논객들의 온갖 불평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보장제도, 메디케어를 비롯해 대중의 지지를 받는 사회 프로그램의 삭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포를 부추기는 일을 자신의 역할로 여긴다. 부자와 초부유층에 돈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이 부채는 압도적으로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한 감세, 특히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에서 비롯됐다.
불행히도 부채를 둘러싼 혼란은 제정신인 사람들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 뛰어난 경제학자이자 내 친구이기도 한 폴 크루그먼과 재러드 번스타인은 토요일에 공개한 팟캐스트에서 부채 문제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어느 대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성장률보다 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갈수록 커지는 폭발적인 부채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산술이다. 그러나 혼란은 두 사람이 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생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의 광기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는 경제와 국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촉발한 투자 붐이다.
나 역시 이것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뒷받침하는 전제는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막대한 이윤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면 현재 전망보다 훨씬 부유해질 것이고, 경제성장률도 금리를 크게 웃돌 것이다. 다시 말해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는 사라진다. 게다가 앞으로 10년 동안 경제가 지금 예상보다 10~20%포인트 더 성장한다면 부채를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다소 우스운 일이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물론 생산성이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시점에 AI 관련 주식이 폭락하고 투자 붐이 붕괴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재정적자가 아니라 경제를 다시 완전고용 상태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 덧붙이자면, 금리 역시 다시 매우 낮아질 것이다.
폴과 재러드도 재정적자와 부채를 논의하면서 이 점을 언급했어야 한다. 이 부분을 놓친 데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손목을 살짝 때리는 정도로 넘어가겠다. 이제 막대한 국가부채를 둘러싼 장황한 비난 속에서 흔히 사라지는 더 일반적인 문제로 넘어가겠다.
정부부채는 세대 간 형평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국가부채를 일종의 세대 간 형평성 지표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경제학이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누가 이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가? 재정적자를 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우리가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에게 국채 이자를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채의 압도적 다수를 미국 시민과 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국채 이자를 지급한다.
물론 국채 보유는 고소득층에 크게 편중돼 있기 때문에 이자 역시 대부분 고소득층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을 통해 그 돈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이자의 100%를 세금으로 다시 거둔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부채를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실제로 이자의 100%를 세금으로 환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진소득세를 시행할 수 있고, 또 시행해야 한다. 실제로 세금을 제대로 징수한다면 이자로 지급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시 정부로 돌아온다. 더 일반적으로 누진세제를 적용한다면 국채 이자 지급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사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앞으로 30~40년 뒤 이자를 받게 될 부자들 역시 미래 세대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면 미래 세대의 부유층이다. 결국 이것은 다시 한번 세대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다.
경제성장과 국가부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경제 규모에 비해 이자 지급액이 작아진다는 점에서 부채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원칙적으로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면 우리가 더 부유해진다는 점이다.
향후 10년 동안 경제가 예상보다 실질 기준으로 10% 더 성장한다고 가정해 보자. AI가 실제로 기대한 성과를 낸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 그렇다면 2036년 미국은 현재 전망보다 약 3조 9,000억 달러 더 부유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보다 매년 5,000억~6,000억 달러의 이자를 실질 기준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더 빠른 성장과 더 많은 부채를 남겼다는 이유로 우리 자녀 세대에 부당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자녀 세대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진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경제의 규모다.
하지만 GDP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 지구온난화로 목격하고 있듯이 경제성장이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자녀 세대에 물려줄 국가부채는 걱정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초래한 환경 파괴는 걱정하지 않는다면, 정말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셈을 하는 셈이다.
더구나 여기서 말하는 환경 파괴는 사람들이 하이킹이나 낚시, 사냥을 즐기는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금전적 피해도 막대하다. 최근 스포캔(Spokane)에서 발생한 산불은 10억 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산불이 초래한 피해는 최대 2,500억 달러, GDP의 0.8%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더 크고 빈번한 산불이 발생하고 허리케인과 홍수 역시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면, 우리가 내일 당장 국가부채를 모두 갚는다 해도 미래 세대의 삶의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트럼프식 부패
이 문제를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재정적자 매파들에게 끊임없이 들이밀어야 할 사실이 있다. 트럼프의 부패가 경제 안정에 가하는 위협은 40조 달러에 이른 국가부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존 로버츠가 이끄는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키우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기관을 부패시킬 수 있도록 사실상 청신호를 켜줬다. 실제로 트럼프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기소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선거자금을 제공한 후원자들에게 유리한 반독점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우군들이 안전하지 않은 식품과, 아마도 의약품까지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트럼프는 또한 통화감독청이 자신이 새로 만든 암호화폐 은행을 승인하도록 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의 내부자거래를 눈감아줬다. 심지어 인구조사국에 비시민권자의 투표에 관한 터무니없는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해, 자신이 압도적으로 패배한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실제로는 승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여기서 ‘압도적’이라는 표현은 트럼프식 용법을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2024년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런 일들은 투자자의 신뢰를 기대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이른바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부패의 수위를 높이고 의회의 지지자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면, 미국의 국가부채가 전혀 없더라도 투자자들은 미국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재정적자 매파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모에게 사기꾼과 거래하지 말라고 배웠다.
[출처] Why the $40 Trillion Debt Isn’t the Real Economic Threat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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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