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이론 2부: 비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이 글은 기예르모 카르케디(Guglielmo Carchedi)와 내가 아직 출간하지 않은 논문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논의하는 두 번째 글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비주류 경제학적 견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1부에서 살펴본 통화주의, 초과수요, 인플레이션 기대에 초점을 맞춘 주류 경제학의 설명을 비판한다. 비주류 견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제의 부문별 구조에 주목하는 견해다. 이들은 공급 제약이 특정 산업 부문에서 가격 급등을 일으키고, 투입-산출 연계와 기업의 가격 결정 방식 변화를 통해 그것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한다고 본다. 둘째는 인플레이션을 계급갈등의 결과로 보는 이론이다.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와 이에 대한 자본가의 대응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고 본다.

부문별 접근 가운데 일부는 기업의 가격 '마크업(mark-up)'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본다. 다시 말해 독점기업이 자유경쟁 가격보다 높은 시장가격을 부과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독점기업은 노동비용을 포함한 비용이 오르면 이윤 마크업과 판매가격을 함께 올릴 수 있다. 잘 알려진 현대통화이론(MMT) 학자인 스테퍼니 켈턴(Stephanie Kelton)"충분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더 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르크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판매되는 상품의 시장가격은 생산가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실제로도 벗어난다. 생산가격은 모든 자본이 동일한 평균이윤율(항상 변동하는)을 기준으로 상품을 생산할 때의 가격이다. 경제 전체의 평균이윤율에 기초한 생산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별 가격도 함께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평균보다 가격을 덜 내리거나 오히려 올릴 수 있는 일정한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독점'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과점시장에서도 결국 경쟁이 작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독점시장 가격은 생산가격에서 장기간 벗어날 수 없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 국면에서는 부문별 이론이 다른 형태를 띠었다. 이 견해는 핵심 산업 부문의 공급 제약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어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마크업을 확대하면서 이를 증폭시킨다고 본다. 경제 각 부문으로 퍼지는 공급 병목이 인플레이션 과정을 시작하고, 이후 기업들이 평균 이상으로 마크업을 올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더한다는 것이다. 이사벨라 베버(Isabella Weber)와 에번 와스너(Evan Wasner)는 특정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상류 부문"의 가격 상승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의 계기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류 부문은 비용 상승으로부터 이윤율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 상승을 전가하고, 공급 병목으로 일시적 독점이 형성되면 가격 상승 압력을 더 증폭시킨다.

이윤 주도형 부문별 인플레이션이라는 설명은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것을 자본주의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일반 이론으로 볼 수 있을까. 주요 경제에서는 기업의 마크업이 확대되지 않았거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장기간 인플레이션이 존재했다. 과점시장의 가격이 경쟁시장의 가격보다 높을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쟁적 시장구조와 과점적 시장구조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는 카르텔이 성장했지만, 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또 시장집중도가 높아진 제2의 도금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에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 불리는 물가상승률 둔화, 즉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는 1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실제로 1970년대 마지막 대규모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이윤이 오히려 감소했다. 당시 실로스 라비니(Sylos-Labini)"여러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윤 몫이 감소한 것은 주로 노동, 원자재, 에너지 직접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을 분석하는 4부에서 이른바 '판매자 인플레이션', 이윤 마크업, 부문 주도형 인플레이션을 다시 논의하겠다.

비주류 경제학이 제시하는 두 번째 인플레이션 설명은 계급갈등 이론이다. 이 이론은 케인스학파가 초과수요와 노동자의 교섭력 때문에 임금이 상승하고, 그 결과 임금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고 보는 설명을 거부한다. 대신 이 이론은 마르크스처럼 임금이 물가 상승에 대응해 오른다고 본다. 그렇다면 최초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무엇이 일으키는가. 이들은 공급 차질이나 독점기업의 마크업 확대를 원인으로 제시한다. 결국 첫 번째 비주류 이론으로 되돌아간다. 이후 노동자의 힘이 충분하다면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기업은 다시 가격을 올려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급적 힘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도 공급 충격이나 공급 교란이라는 우발적 요인 외에는 최초의 전반적 물가상승을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초기 가격 상승의 계기를 마크업 확대나 공급 제약으로 설명하는 앞선 부문별 논의로 다시 돌아간다.

명시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인플레이션 이론도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앞서 설명한 독점 마크업 가격 이론이다. 바라와 스위지(Baran and Sweezy, 1966)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케인스 이론은 자유경쟁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과점체제에서는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 확대가 아니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생활비 상승을 통해 임금이 오른다. 그 결과 일반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코츠(Kotz, 1982)는 독점기업이 생산가격을 웃도는 시장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점은 인플레이션기(1949~1979)에도 존재했고, 디스인플레이션기(1980~2021)에도 시장지배력이 오히려 더 커졌다. 따라서 일반적 인플레이션은 독점 외의 요인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독점기업이 시장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면 왜 특정한 상황에서만 그렇게 했는가. 최근 경제사에서 독점기업이 가격을 크게 올린 시기는 두 번뿐이었다. 1970년대 후반과 2021년이며, 공통점은 수익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폴 매틱(Paul Mattick Sr.)"인플레이션은 가격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보완해야 하는 불충분한 이윤의 표현이다. 가격이 임금보다 더 빨리 오르면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로부터 빼앗지 못한 몫을 유통과정에서 빼앗는 셈"이라고 주장했다(1977, 3).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격이 임금보다 더 빨리 오르면 임금을 희생시키면서 자본에 유리한 재분배가 일어난다. 반대로 임금이 가격보다 더 빨리 오르면 이윤을 희생시키면서 노동에 유리한 재분배가 일어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일반적인 물가수준이 처음 상승한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은 화폐를 포함한 마르크스주의적 설명을 시도했다. 그는 "경제 전체에서 투입된 총노동시간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지폐 유통량이 두 배가 되면 물가수준도 두 배가 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왜 유통되는 화폐량이 총노동시간으로 측정되는 상품가치의 변화에 단순히 맞춰 움직이지 않는가. 만델은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에 상당히 접근했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

하먼(Harman, 1979)은 자본의 수익성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주관적 설명을 채택했다. "호황기에는 자본가들이 가격을 올려도 상품이 팔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축소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 설명은 호황과 가격상승에 대한 자본가의 반응을 보여줄 뿐, 인플레이션기와 디스인플레이션기가 왜 나타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부터 2019년까지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수익성 변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고, 통화당국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는다.

추나라(Choonara, 2021)도 수익성이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노동력 지출을 통한 가치 창출, 화폐 창출(주로 신용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본축적과 이윤율의 관계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내가 이후 글에서 설명할 '인플레이션 가치이론'과 가장 가까운 견해다.

인플레이션 원인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안와르 샤이크(Anwar Shaikh)와 최근 그리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스타브로스 마브루데아스(Stavros Mavroudeas), 아타나시오스 하치라파일리디스(Athanasios Chatzirafailidis)의 이론이다.

샤이크는 자신의 이론을 마르크스주의라기보다 '고전학파' 이론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그는 "현대 인플레이션은 새로운 구매력이 만들어내는 수요 견인 효과와 수익성 및 성장 활용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공급 반응 사이의 균형"이라고 주장한다. 이 두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구매력 가운데 현재 공급이 흡수하지 못한 부분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새로운 구매력과 정(+)의 관계를 가진다. 반대로 순수익성이 높아지면 실질생산 증가율이 높아지므로 인플레이션과는 부(-)의 관계를 가진다. 또 성장 활용률은 실질생산 증가를 제약하는 한 인플레이션과 정(+)의 관계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수요를 만들어내는 이 '새로운 구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민간은행과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새로운 국내 신용이다. 사실상 유통화폐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렇게 늘어난 수요를 충족할 공급능력은 자본의 수익성에 달려 있으며, 수익성은 투자의 동기가 된다. 자본축적이 증가하면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성장 활용률, 즉 실질생산이 늘어난다. 반대로 자본축적이 감소하면 생산능력도 줄어든다. 다시 말해 샤이크는 총수요가 공급능력을 초과할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본다. 자본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자본가는 공급을 확대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 반대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공급능력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새로운 구매력에 따른 수요 증가와 낮은 공급능력 때문에 발생하며, 공급능력 저하는 수익성 하락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구매력을 증가한 공급이 흡수하면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거나 사라지고, 이는 대체로 수익성이 상승할 때 나타난다. 미국의 수익성이 하락한 1964~1982년에는 공급능력 증가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했다. 반대로 수익성이 상승한 1982~2007년에는 공급능력이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 샤이크는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는 동시에 케인스학파의 필립스곡선을 반박한다. 나는 그의 대표 저서 『자본주의(Capitalism)711쪽의 그림 15.10을 다시 계산해 아래에 제시했다.

 

<정규화된 인플레이션과 성장 활용률> 인플레이션율(검은 선), 성장 활용률(붉은 선)

그래프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생산능력 소진, 다시 말해 공급 증가세 둔화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0.63)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 방향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한 1948~1981년에는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1982~2010년에도 0.59로 비교적 강한 수준을 유지했다.

스타브로스 마브루데아스와 아타나시오스 하치라파일리디스는 인플레이션을 경제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시장가격의 총합이 생산가격의 총합을 크게 웃도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강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즉 시장가격 총합이 생산가격 총합을 넘어서는 현상은 자본가들의 추가 생산수단 수요가 상당 기간 투자 규모를 크게 초과할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일정 기간 수요가 투자를 초과하는가. 마브루데아스와 하치라파일리디스는 『자본론』 제2권의 마르크스 재생산표식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자본의 체계적 과잉축적, 특히 더 많은 생산수단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본다. 노동에 비해 생산수단에 더 많이 투자하면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상승한다. 이는 결국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수익성 하락은 투자를 둔화시키며 생산 증가세를 약화시킨다. 그 결과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시장가격이 생산가격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두 이론은 모두 인플레이션의 원인에서 자본 수익성을 핵심에 놓는다는 장점이 있다. 마브루데아스와 하치라파일리디스는 샤이크와 달리,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공급 측면이 상품가치의 증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인플레이션을 상품의 시장가격이 자의적인 정상가격수준을 막연하게 웃도는 과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품가치를 그 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내 견해로는 두 이론 모두 완전한 마르크스주의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시하지 못한다. 샤이크는 총수요가 신용 증가나 유통화폐 확대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나는 이 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왜 수요가 가속하거나 둔화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또 공급능력이 하락할 때 수요도 함께 줄어 인플레이션을 피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다. 경기침체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또한 인플레이션 방정식의 공급 측면에서 가치 증가율보다 생산능력 가동률을 강조하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가치론보다 케인스주의 초과수요 이론에 더 가까워 보인다.

반면 마브루데아스와 하치라파일리디스는 시장가격이 그 주변을 오르내리는 생산가격의 기준점으로 상품가치를 확고하게 설정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론에는 화폐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물가 인플레이션은 순전히 실물적 현상이며 통화적 현상이 아니다. 이들은 화폐를 상품화폐인 금으로 전제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에서 화폐가 수행하는 역할을 배제한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이라는 상품가치에 묶이지 않은 법정화폐를 창출할 수 있는 현대 경제에서는 이런 전제가 현실적이지 않다. 현대 경제에서는 통화 증가가 상품가치 증가와 괴리될 수 있고, 그 결과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폐를 설명에서 빼면 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지 설명할 수 없다.

3부에서는 카르케디와 내가 인플레이션 가치이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을 제시하겠다. 이 이론은 자본 수익성의 역할, 상품가치의 변화, 화폐의 역할을 함께 포함한다. 이 요소들을 결합하면 더 포괄적인 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

[출처] Theories of inflation part two – heterodox and Marxist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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