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2차 지방이전 속도전…노동계 “밀실·졸속 추진” 반발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등 기능개혁과 2차 지방이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가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노동계는 기관 통폐합이 공공서비스와 고용·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계획을 먼저 확정한 뒤 의견을 듣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정협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과 지방이전 추진 방식을 규탄했다. 이날 오전 930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기능개혁안을 심의·의결하고, 정부는 오전 11시 관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에 따르면 기능개혁 대상은 500여 개 기관으로, 정부는 전문가와 소관 부처 등을 중심으로 방안을 마련했지만 해당 기관 노동자와 이용자들은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7월 정부와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기능개혁 계획 자체의 적정성을 검토하자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고용·총정원 보장과 통합 기관 사이 노동조건 격차 해소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원칙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주장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강성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2013년 분리됐다가 지난 1일 다시 통합된 고속철도 사례를 들며 공공기관 개편에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개로 나뉜 고속철도는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낳았고 이 잘못을 바로잡는 데 무려 13년이 걸렸다공공기관의 기능재편과 지방이전은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질과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수십 개가 넘는 각 기관의 통합이 적절한지, 통합 이후 대국민 서비스가 약화되지 않는지, 수천·수만 명의 노동자 고용과 노동조건에는 문제가 없는지 90분에 다 검토할 수 있느냐밀실에서 만들어진 계획을 거수기로 통과시켜 정부 계획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 기관 노동자들도 기관별 기능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개편이 공공서비스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국여 공공운수노조 한국한의약진흥원지부장은 지난달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 통합한다는 이야기를 주무부처가 아닌 상대 기관을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통폐합은 단순히 조직도를 수정하거나 명칭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며 노동자에게는 거주지 이전과 생활 기반 해체, 노동조건 변경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정민 한국저작권보호원지부장은 저작권보호원과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통합 가능성을 두고 그 누구도 얼마나 진행됐는지, 우리가 대상인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며 정부의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저작권 침해 사이트 접속차단 업무 등 보호원의 고유 기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통합은 저작권 보호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고전번역원 노동자들은 지방이전과 한국학 관련 기관 통폐합이 연구·교육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성훈 한국고전번역원노조 위원장은 번역원이 전국 12개 권역별 거점연구소와 연계해 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기계적인 통폐합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연구 일자리 감소와 전문성 약화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이전 역시 장기간 교육이 필요한 한문 번역 인력 양성 체계와 기존 지역 연구망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자회사 통합 문제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의 운영실태 평가 대상 공공기관 자회사가 81개라며 자회사끼리 합치는 방식으로는 간접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관리 자회사를 통합한다고 해서 간접고용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자회사 숫자만 줄어들 뿐 노동자와 실질적 사용자인 모회사 사이의 고용관계와 사용관계 분리는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철도 등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는 자회사 통합이 아니라 직영화하고, 다른 자회사도 직접고용을 포함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2차 지방이전에 대해서도 1차 이전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방이전 절차와 이전기관 선정 기준에 관한 요구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지만 한 달 넘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에 기능개혁 계획의 객관적 검증과 사회적 공론화, 통폐합 과정의 총고용·총정원 보장과 노동조건 상향 평준화, 자회사 직접고용과 원청 책임 강화, 1차 지방이전 평가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향후 노정협의에서 문제가 확인된 통폐합·이전 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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