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구지부와 일선 학교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교육청과 지역 교육지원청은 지난 달과 이 달 초 각각 상당 수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학생체력검사 등급 가운데 4~5등급 비율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교육청 전화에 21% 비율이 13%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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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부교육청 담당과 관계자는 한 중학교 2차례나 전화해 등급 비율을 조금이라도 낮춰줄 것을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학교는 17%이던 4~5등급 비율을 14%로 고쳤다. 학생들에게 다시 체력을 측정하는 일은 없었다. 조작을 한 것이다.
이는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교조 대구지부가 무작위로 12곳의 중‧고교를 조사한 결과 8곳의 학교가 교육청의 전화를 받은 뒤 10%대로 등급 비율을 고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중학교 역시 이미 입력한 21% 등급 비율을 13%로 바뀌고 한 고등학교도 20%대였던 비율을 10%로 낮췄다. 역시 이들 학생을 상대로 한 재측정은 없었다.
이에 앞서 대구교육청은 학생건강체력평가 통계 보고일을 당초 5일에서 12일로 늦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달 29일자로 각 학교로 보낸 ‘나이스 체육시스템인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통계 보고일 변경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별도의 표기로 “기록이 향상된 학생에 대해서는 보고 완료일까지 계속 수정해 입력하라”고 했다. 이 문서는 결과적으로 각 학교가 조작을 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 셈이 됐다.
교육청이 학생건강체력평가 통계 보고일을 늦춰 기록을 계속 고쳐서 입력하라고 한 뒤 교육청 해당 부서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 등급 비율을 낮추도록 한 것이다.
대구교육청 전화를 받은 한 고등학교의 체육부장은 “학기 말로 한창 바쁜 시기에 학생들을 재 측정해 비율을 낮추라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체력이 낮은 학생들 비율이 왜 많은 지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든 비율만 줄여 보이려고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교육청 평가 결과, 대구교육청 해당 지표 미흡
특히 대구교육청이 사실상 조작을 지시한 이 학생건강체력평가 비율은 교과부가 실시하는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 포함돼 있다. 이 평가에서 정량평가로 교육성과를 따지는 데 학생건강체력평가 등급 비율이 5점을 차지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1년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에서 대구교육청의 해당 지표는 가장 낮은 ‘미흡’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구교육청이 시‧도교육청 평가를 염두 해 학교에 전화를 걸어 조작을 직접 지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교육청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도덕성을 팽개쳐 버리고 오히려 학교 교사들에게 조작을 지시한 것”이라며 봤다.▲조작한 등급 비율 환원 ▲전활 조작 지시한 해당 업무 담당자 엄중 징계 등을 요구했다.
조정아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대구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인 교육청이 평가 시스템에 매몰돼 이런 조작을 지시하는 판이니 학교의 파행과 왜곡은 구조적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평가로 인하 왜곡과 거짓의 폐해는 학생, 교사들에게 돌아가 대구교육의 질과 역량을 총체적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학교에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조작을 지시한 것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구교육청 “세계육상대회도 했는데 평가가 높아야”
대구교육청 평생체육건강과 담당 장학관은 “등급 비율을 받아보니 4~5등급이 높은 곳이 많아 체육수업을 정상화한다는 생각으로 비율 20%대 학교 30곳에 전화를 했다”면서 “수능 시험과 기말고사 등으로 평가를 강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재측정으로 비율을 낮춰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 평가를 염두에 두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장학관은 “세계육상대회를 치룬 대구에 맞게 평가도 높으면 좋지 않겠나. 그런 부분을 감안했다”고 인정했다.
파문이 일자 대구교육청은 학교 별로 확인해 조작한 등급 비율에 대해서는 원상 복구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