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이상한데 행복한

지난 7개월 동안 함께 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확실히 다르다. 일 벌이기 좋아한다. 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어디든 간다. 누군가 꺼낸 말이 좋다싶으면 의논한 뒤 바로 실천을 한다.

가을학기는 '학부모와 담임과 대화시간'으로 시작했는데, 지난 여름학기 교육과정평가회에서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정통신문으로 날짜와 시간이 다른 '담임과 대화시간'을 알렸고, 네 개 학년이 밤 7시에 진행했는데, 대부분 밤 10시가 넘어도 교실에 불이 꺼질 줄 몰랐다.

9월 중순에는 5,6학년 348명 아이들이 학년 구별 없이 우리나라 여섯 장소, 8팀으로 2박3일 동안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수학여행은 여행 장소와 내용, 잠잘 곳, 먹을 곳, 교통비 같은 것을 전문 업체의 도움 없이 오로지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여행지는 교사들이 정한 장소를 아이들이 선택했는데, 이를 위해 여름학기부터 자치회 시간을 이용해서 각 팀별로 모여서 수학여행에 대한 프로젝트학습을 했고, 다녀오고 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한 팀에 5,6학년이 섞였고, 담임교사와 교과전담교사가 협력한 이 수학여행은 계획서 분량이 100쪽이 넘고, 관련 출장비도 150만원이 넘는 복잡하고도 방대한 프로젝트였다. 우리 학교 수학여행은 한번 돈 내고 다녀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오랜 시간 준비하면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여행이었다.

복잡하고 힘든 과정 속에서 사고 없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함께 연구하며 진행한 16명의 교사,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한 행정실 직원, 잘 마무리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한 관리자,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응원을 보내준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야구 라이트 경기에 가서 밤 12시가 되도록 함께 하고, 새벽까지 학교에 남아서 복잡한 통지표를 작성하고, 1박2일 캠프를 하고, 교과에 나오는 연극관람을 위해 대학로까지 함께 가고, 놀토에도 수업개선을 위한 연수를 하겠다는 우리 학교 선생님과 이런 교사들을 적극 지원하는 학교 행정체계! 오늘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벌여볼까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신나서 스스로 즐겁게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하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그동안 만났던 교사들과 참 많이 다르다. 참 이상한(?), 그러나 행복한 선생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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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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